정답도 오답도 없다
정답도 오답도 없다
  • 뉴제주일보
  • 승인 2023.02.05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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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공짜’, ‘비밀’이 없다.

그리고 ‘변하지 않는 것’도 없다.

공짜가 없다는 것은 모든 게 비용이 따른다는 말이고, 비밀이 없다는 말은 진실은 언젠가는 드러난다는 얘기다. 또 만사만물(萬事萬物)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는 말도 자연의 이치다.

그런데 여기다가 없는 것 하나 더하면 네 가지다.

그건 ‘정답’이다. 인생에는 정답이 없다고 한다.

어느 덧 입춘(立春)이 지났다.

지난 몇 년은 비대면 마스크 속에서 살았던 탓인지 세월이 유수와 같다.

사회적 거리두기 속에 ‘어떻게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일까?’ 하는 성찰의 계기도 되었다.

4지 선다형 문제처럼 찍을 수도 없으니 정말 정답 찾기가 힘들다.

▲법정 스님도 “정답이 없다”고 했다.

“삶에는 정답이라는 것이 없습니다. 삶에서 그 어떤 결정이라도 심지어 참으로 잘한 결정이거나 너무 잘못한 결정일지라도, 정답(正答)이 될 수 있고 오답(誤答)도 될 수 있는 거지요.

그런데도 사람들은 정답을 찾아 끊임없이 헤맵니다.

정답이 없다는 것은 다시 말하면 모두가 정답이 될 수도 있고, 모두가 오답이 될 수 있다는 것이지요.

지나온 삶을 돌이켜 후회한다는 것은 지난 삶의 선택이 잘못되었다고, 정답이 아니었다고 분별하는 것입니다.

그럴 필요는 없습니다. 지금 이 자리가 정확히 내 자리가 맞습니다. 결혼을 누구와 할까에 무슨 정답이 있을 것이며, 대학을 어디를 갈까에 무슨 정답이 있겠고, 어느 직장에 취직할까에 무슨 정답이 있을 수 있겠습니까. 그 때 그 사람과 결혼했더라면, 그 때 그 대학에 입학했더라면, 그 때 또 그 때…. 어느 길이든 정답 오답이 아니라, 그냥 그냥 다 받아들이면 그대로 정답인 것 입니다.

정답 아닌 정답이며, 오답 아닌 오답인 것이지요.”

▲인생만이 아니다.

민주주의에도 정답은 없다.

어떠한 사안에 대해 다른 의견이 표출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또 서로 다른 것을 인정하는 것은 민주주의다.

교육학에서도 정답이 하나만 있고 모든 학생들이 동일한 답을 맞히도록 짜여 있는 ‘표준화 교육모형’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점을 강조한다.

요즘 신조어 중에 ‘답정너’라는 말이 있다. “답은 정해져 있고 너는 대답만 하면 돼”의 줄임말이다. 자신의 생각은 바꿀 생각이 없고 상대방의 동의를 요구한다.

이런 사람들과 대화를 하면 지친다. 가슴이 답답하다. 답이 없다. 내가 믿는 것만 옳고 다른 것은 아예 들으려고 하지 않는다.

한 마디로 답이 없는 사회. 무엇이 옳고 그른지조차 판단할 수 없는 패닉(panic)에 빠져버린 사회다.

▲요즘, 우리 제주사회 풍경이 그렇다.

정치·경제·사회, 그리고 지역의 가치를 둘러싸고 양편으로 갈라졌다. 치열한 열정으로 말이 안 통한다는 사람과는 밥도 같이 안 먹는다. 상대방에게 눈이 멀어 진실, 상식을 못 본다고 한다. 열정은 광기(狂氣)와 종이 한 장 차이다. 그런데 알고 보면 눈이 멀기는 양쪽 다 마찬가지다.

세상에 완전한 사람은 없고 완벽한 진리가 없듯, 정답도 오답도 없다고 하지 않는가.

그냥 받아들이면 답이 된다니까.

어제 정월 대보름 달 만큼, 둥글게 둥글게 다 받아들여서 세상 좀 둥글어졌으면 좋겠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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