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와 평균 실종, 그리고 정치인
챗GPT와 평균 실종, 그리고 정치인
  • 김현종 기자
  • 승인 2023.02.01 1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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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처럼 말하는 인공지능(AI) 챗봇인 GPT’ 열풍이 불고 있다.

GPT는 사람 대신 인터넷에 있는 수많은 정보를 결합해 대화 형식으로 제공한다. 소설강의 리포트를 쓸 수 있고 프로그래밍 코드도 작성할 수 있다.

특히 챗GPT는 다른 챗봇과 달리 사람의 질문에 잘못된 전제가 있다면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 GPT는 기존 지도학습이 아닌 강화학습을 통해 훈련 받았기 때문이다. AI가 맥락을 이해하면서 논리적으로 복잡한 내용까지 분석할 수 있게 된 것이다.

GPT가 세계 산업교육·노동·예술 패러다임을 전환할 것이란 기대 섞인 전망이 쏟아진다.

반면 산업혁명 시절 러다이트 운동’(기계 파괴) 같은 사회 혼란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당장 AI가 인간노동을 대체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반복적이고 정형화된 업무를 수행하는 직종이 우선 사라질 공산이 크다. 콜센터상담직원·사무원·프로그래머·회계사·통역사기자 등이 1순위다. 의사·약사·변호사 등 전문직까지 위태롭다는 예상도 나온다.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트렌드 코리아 2023’에서 올해 소비트렌드 중 하나로 평균 실종을 꼽았다.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사회 전반에서 중간이 사라지는 현상이다.

김 교수는 평균이 사라지고 있다. 정확히 표현하면 집단을 대표하는 평균값이 무의미해지고 있다. 대푯값으로써 평균이 의미가 있으려면 해당 모집단이 정규분포를 이뤄야 하는데 우리 사회 각 분야에서 분포의 정규성이 크게 왜곡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배경을 밝혔다.

절대 다수를 상징했던 평균도 그 중 하나일 뿐인 셈이다. 기업으로선 평균 소비자들이 아닌 고객을 세분화해 공략해야만 치열한 시장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뜻이다.

이와 관련 김 교수는 평균이 기준성을 상실하는 이유로 양극단으로 몰리는 양극화개별값이 산재(散在)하는 ‘N극화한쪽으로 쏠리는 단극화세 가지를 지적하고 있다.

평균 실종을 비틀면 한국 정치판에 절묘하게 들어맞는다. 다만 트렌드가 아니라 고전이다.

정치판에서 공정상식이란 평균을 찾아볼 수 없는 이유는, 정치인들이 여야정파당리당략에 따라 양극단으로 갈려 있고 꼰대포퓰리즘이해관계를 놓고는 개개인이 철저하게 N극화를 지향하며 권력이익특혜를 향해선 같은 방향으로 쏠리는 단극화가 극명하기 때문이다.

국민과 민생, 균형감각, 공감능력 등 정치의 기본요건이란 평균은 사라진 지 오래다.

이세돌과 알파고 대결 당시 대두된 AI 혁명 또는 공포가 구체화하는 시점에서 한숨이 나오는 이유다. 다행인 건 AI가 정치도 대체할 것이란 미래 시나리오도 등장한다는 점이다.

제롬 글렌 밀레니엄 프로젝트 회장과 박영숙 유엔미래포럼 대표가 저술한 세계미래보고서 2030, 메가 크라이시스 이후 새로운 부의 기회8가지 미래 시나리오 중 하나로 탈세계화가 블록체인 기술과 AI 기술과 결합해 ‘AI 정치인이 출현할 것으로 내다봤다.

MIT 미디어랩의 세자르 히달고 교수는 대의민주주의 대안으로 ‘AI 정치인증강 민주주의와 함께 꺼내들었다. AI 정치인은 인간 정치인과 달리 사리사욕이 없고 특정 조직이나 정파의 이익을 대변하지 않아 최적의 예산 분배와 정책 결정이 가능하다고 본 것이다.

그나저나 정치인들이 ‘AI 정치인의 등판을 가로막지나 않을지 모르겠다. 양극단과 N극화에서 서로 비방하고 물어뜯다가도 자신들의 밥그릇을 지킬 땐 언제 그랬냐는 듯 일심동체로 단극화해 발악하고 저항하는 것이 그들의 종특(종족특성) 아니던가.

김현종 기자  tazan@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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