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곤증을 대비하는 심장관리
춘곤증을 대비하는 심장관리
  • 뉴제주일보
  • 승인 2023.01.29 19: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장성진 한의학 박사 

겨울에 식물들은 차고 건조한 날씨를 이용해 자기 안에 수분을 증발시켜 조직의 농도를 끌어올려 추위에 얼지 않고 생명력을 지켜낸다. 동물들은 활동을 줄이고 잠자는 시간을 늘려서  추위를 견뎌낸다. 하지만 인류는 기술발전으로 인한 노동생산성의 향상으로 겨울에도 여름처럼 일할 수 있게 됐다. 이 때문에 체력이 약한 사람, 특히 환자의 경우 계절을 무리해서 극복하다보면 탈이 나기 쉬운데 가랑비 옷 젖듯 누적되는 부담은 바로 나타나지 않고 다음 환절기에 증상으로 나타나곤 한다. 이렇게 겨울에 몸에 쌓인 부담이 봄에 질환으로 나타나게 될 때 한방에서는 이 시기의 병인을 ‘풍(風)’이라 통칭하였다.

‘풍’은 눈에 직접 보이지 않지만 간접적으로 느껴지는 갑작스런 변화를 상징하는 병인이다. 대표적인 질환인 ‘중풍(中風)’은 ‘바람을 맞았다’는 뜻으로 갑작스레 쓰러지는 증상과 병인을 연관시킨 것으로 현대의 뇌졸중에 해당하는 병명이다. 혈액 순환 장애가 뇌에서 발생하는 것을 뇌졸중이라 하는데 크게 뇌출혈과 뇌경색으로 구분된다. 혈압과 스트레스로 뇌 내 출혈이 발생하는 경우를 뇌출혈, 무기력이나 혈전으로 뇌혈관이 폐쇄되는 것을 뇌경색이라고 하는데 증상은 한쪽으로 증상이 나타나는 반신불수가 공통적인 특징이다.

중풍 정도의 중증이 아니더라도 봄이 되면 기운이 없고 무기력하고 나른한 증상이 쉽게 나타난다. 그 이유는 겨우내 몸을 데우느라 고생해서 심장이 지쳤는데 날씨가 풀리면서 움츠러들었던 피부 쪽 말초 모세혈관이 확장되면서 추울 때 보다 오히려 혈액 공급수요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이렇게 심장이 지쳐서 혈액을 넉넉히 공급하지 못할 때 생기는 무기력증이 춘곤증이다. 춘곤증 상태가 되면 조심해야 되는데도 불구하고 불규칙하고 편차가 심한 생활을 할 때 심장이 더욱 약해지게 된다. 설상가상으로 평소 심장질환 경향이 있던 환자들의 경우 수족냉증과 저림 어지럼증 무력감 같은 심장의 기능저하 증상이 더욱 심해지게 되는데 방치될 경우 심장의 구조적인 문제인 협심증으로 병세가 더욱 깊어질 수가 있다. 협심증 상황에서 부정맥이 발생하게 되면 심장 기인성 혈전이 생기기 쉽고 그 혈전이 뇌에 가서 혈관을 막게 되면 급성 뇌경색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봄철 무기력증이 협심증이 되고 뇌경색을 유발하는 과정에서 짐작 가능하듯이 남아있는 겨울을 잘 보내서 무기력 증을 대비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

무기력 증은 심장기능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데 심장을 자동차의 엔진이라고 생각하면 쉽다. 엔진이 좋으면 활기차고 급발진 급제동도 부담이 없는데, 엔진이 안 좋으면 출력이 저하되어 민첩성이 떨어지고 엔진 음이 고르지 않게 나게 된다. 일평생동안 한시도 쉬지 않는 심장을 성능 좋은 엔진처럼 편하게 하고 강하게 만드는 시작은 건강한 심장처럼 일상생활을 부담주지 않고 규칙적으로 하는 것이다. 실생활에서는 식사시간과 수면시간을 일정하게 지키고, 너무 과하게 쉬거나 과하게 움직이지 않으며, 마음 편하고 느긋하게 생활하는 것이다. 운동으로는 가벼운 유산소 운동과 요가 같은 스트레칭이 좋고, 치료로는 양기를 북돋는 뜸치료가 도움이 될 수 있다.

남아있는 겨울동안 우리 몸의 엔진인 심장의 리듬을 고려한 규칙적인 생활을 통해서 춘곤증을 예방할 수 있다면 보다 활기차고 건강한 봄을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심기허증

지구를 점령하고 우주여행에 나서기 시작한 인간에게 지구 안에서 늘 상 벌어지는 밤낮과 사계절 변화쯤이야 당장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할 수 있지만 노화가 진행될수록 밤낮과 계절의 변화가 신체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실감하게 된다. 노화와 상관없이도 체력이 약해지는 환자들은 밤낮과 계절변화가 신체에 미치는 영향을 유병기간동안 일시적이나마 예민하게 느끼고 반응하게 된다. (이에 각 계절마다 빈발 유행하는 증상들이 있는데 한방에서 봄에는 풍사로 인한 질병이 많다고 하였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