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와 품격
언어와 품격
  • 뉴제주일보
  • 승인 2023.01.25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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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종흠 전 한국방송대 제주지역대학장·논설위원

사람의 생각이나 느낌을 상대에게 전달하는 데 쓰는 말을 언어라 한다. 언어는 개인의 품격을 나타냄과 동시에 한 민족의 수준을 가름하는 잣대가 된다. 지금의 우리 사회를 돌아보면 언어의 오염과 폭력성이 강해졌음을 누구나 느낄 수 있다. 고상하면서도 절제된 언어를 사용하면서 서로에 대한 배려와 존중을 중시했던 민족이라고는 믿기 어려운 상태라고 할 정도다.

사람은 언어를 통해 자기 뜻을 드러내는데 그 수준의 높고 낮음에 따라 심각한 문제나 엄청난 폐해를 만들기도 하고 사회적인 발전을 이루어내기도 한다. 그러므로 그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함이 없다. 올바르지도 못한 데다 저속하면서 폭력적인 언어를 쓰는 것은 개인의 품격이 아주 낮다는 것을 드러냄과 동시에 민족 전체의 수준을 크게 낮추어 사회적 갈등과 싸움을 유발하는 주범이 된다. 존중하고 배려하는 말보다 깎아내리면서 공격하는 말이 앞서면 물리적 폭력으로 이어지면서 갈등과 대립은 격화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가 이처럼 낮은 수준의 사회로 된 데에는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언어의 중요성을 가르치지 않는 공교육, 사회적 지도층이 내뱉는 저질스러운 말, 잘못된 언어와 잘못된 문장을 마구 사용하는 언론 등을 핵심적인 요인으로 지목할 수 있다.

언어의 오염을 불러온 첫 요인인 공교육의 붕괴가 시작된 지는 오래되었지만 앞으로도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 것이 가장 심각한 문제다. 고운 말, 바른 말, 고상한 말이 자신의 인생과 사회생활에서 가지는 중요성을 교육과정에서 강조하고 어린 나이 때부터 그런 말을 쓸 수 있도록 가르쳐 익히도록 해야 하는데 작금의 교육 현장에서 그것이 잘 이루어지는지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다. 인성교육보다는 지식과 정보의 습득에 몰두하면서 입시 위주로 모든 것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이렇게 성장한 아이들이 성인이 되면 지금처럼 오염된 언어문화를 형성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는 점에서 시급히 개선할 필요가 있다.

정치, 경제, 행정 등에서 활동하는 사회지도층은 다양한 통로로 언론과 방송 등에 노출되는 관계로 이들의 언행은 사회를 혼란에 빠뜨리기도 하고, 나라의 국격을 높이기도 한다. 그러므로 이들은 고상하면서도 의미 있는 언어를 구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나 국민에게 전해지는 이들의 언행은 뻔뻔하면서도 폭력성을 가진 질 낮은 것이 대부분이어서 보는 사람으로 하여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상대를 악마화하면서 공격하는 이들의 언어가 사회 전반에 끼치는 해악이 어마어마하므로 스스로 정화하지 못한다면 벌금, 벌점, 탄핵 같은 물리적인 제재를 가해서라도 품격있는 언어를 사용하도록 만들어야 할 것이다.

신문, 잡지, 방송 등을 통해 여론을 주도하는 언론은 유튜브나 페이스북 등의 사회적 통신망으로 범위가 확대되면서 가장 막강한 영향력을 지닌 사회 조직으로 떠오른 지 오래인데, 그에 따른 책임과 품격은 미치지 못 해 안타깝다. 방송의 언어, 기자의 기사 등에서 바르지 못하면서도 저질스러운 표현들이 부지기수로 쓰이고 있기 때문이다. 사회적 공기(公器)라는 본연의 자리로 돌아가 언론의 역할과 사명에 대한 깊은 성찰이 필요한 때이다.

언어가 사회와 국가에 미치는 영향력이 이처럼 방대한데다 이를 통해 개인의 품격과 나라의 국격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만큼 구성원 모두가 함께 고민하면서 품격 있는 말을 쓸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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