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살아남기
함께 살아남기
  • 뉴제주일보
  • 승인 2023.01.24 19: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정애 동화 작가

토끼 얘기는 좀 식상하지 싶은데 그래도 해야겠다.

‘토끼와 거북이 경주’를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경주 후일담이 궁금한지 후편도 많다. 각자의 관점에 따라 상상력을 가미한 후편은 기발한 내용도 많아 더 풍성한 재미를 준다.

그 중에서 TV 애니메이션 작가인 톰 마틴의 ‘토끼와 거북이 최후의 경주’는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많은 걸 생각하게 한다. 

경주가 있었던 때로부터 15년 후 다시 시합을 하게 되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가족이 함께 참여해야 하고 철인 5종 경기처럼 다섯 종류의 경기를 거쳐야 한다. 토끼와 거북이 가족뿐 아니라 돼지, 두더지 가족이 참가하는 것도 원작과 다른 점이다.

토끼는 아들과 함께, 거북이는 딸과 함께 가문의 명예를 걸고 경기에 임한다. 아들 토끼와 딸 거북이는 꼭 이기겠다는 아버지들과는 달리 상대에 대한 경쟁심이나 적대감이 별로 없었다. 꼭 이렇게까지 해야 해? 그냥 서로 인정하며 살면 되는 거 아냐? 어른들은 참 이상해. 자식들은 이런 회의감에 빠진다.

결말만 이야기하자면 경기 도중 낡은 다리가 끊어지는 사고가 있었고 눈사태를 만나 생존을 위해 사투를 벌이는 동안 이런저런 오해도 있었지만 두 가족은 서로 협력하며 살아남는다.

그래서 누가 이겼냐고? 아들딸의 설득으로 두 가족은 나란히 결승선에 도착했다. 우승은 땅굴을 파고 한 발 앞서 ‘뿅’ 나타난 두더지 가족에게 돌아갔지만 토끼와 거북이네 가족은 승리 이상의 가치를 실현하게 되었다. 그것은 함께 살아남는다는 것이다.

생존보다 더 이상의 가치가 있는 것은 없다. 생명이 없는데 승리가 무슨 소용이 있겠나. 만약 그들이 서로 승리하려고 질주만 했다면 두 가족 다 공멸했거나 한 쪽이 용케 살아남아 승리할지라도 다른 쪽은 눈사태에 묻히는 비극이 벌어졌을 것이다. 두 가족은 비록 승리는 놓쳤을지라도 공존을 택했다.

이것을 그냥 한낱 재미난 동화의 스토리에 국한시키지는 말자. 우리 인생길에도 경주는 무수히 존재한다. 빠른 경주자라고 해서 반드시 선착하는 건 아니다. 성공하려면 거북이 같은 꾸준함도 필요하고 토끼처럼 자만하지 말아야 할 것은 자명한 이치다. 우리가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교훈이자 갖추어야 할 덕목이다.

그러나 경주의 우승 또는 인생의 성공이 완벽한 승리가 될까? 개인의 목표는 달성했을지 몰라도 사회가 요구하는 가치에는 미치지 못 한다면 절반의 성공에 불과하다. 현대 사회는 나눔, 공유, 공감, 각자가 잘하는 것들을 더 잘할 수 있도록 응원해 주고 협력하는 것까지 요구되기 때문이다. 그렇게 해서 더 높은 가치를 창출했을 때 진정한 승리자가 되는 것이다. 마치 눈사태를 만난 토끼와 거북이 가족이 서로의 장점을 이용하고 협력하여 생존에 성공했던 것처럼.

올해의 경제 사정도 만만찮을 것 같다. 개인은 개인대로, 기업은 기업대로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의 파고를 넘어야 한다. 누군가를 쓰러뜨리기보다 함께 사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각자 경주를 하되 최후의 목표는 공존동생(共存同生), 나 또는 우리만의 승리가 아니라 모두 함께 살아남는 것이 되어야 한다. 

지겨운 정쟁은 가라. 개인이나 기업이나 정치인이나 서로 협력하고 상생하는 해가 되었으면 좋겠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