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이웃을 생각하는 우리의 이웃들
어려운 이웃을 생각하는 우리의 이웃들
  • 한국현 기자
  • 승인 2023.01.18 1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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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연말이나 추석, 설 명절이 다가오면 어려운 이웃들을 위한 온정이 쏟아진다. 
읍ㆍ면ㆍ동에는 기업이나 단체 등이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사용해 달라며 성금을 보내온다. 
쌀을 보내오는 경우도 있다. 어떤 단체는 회장 이ㆍ취임식 때 축하 화환 대신 받은 쌀을 기탁한다. 
화환은 행사가 끝나면 버려지거나 재활용될 것, 쌀로 대신 받아 어려운 이웃들에게 전달하는 건 이제 보편화됐다.
순수한 마음으로 어려운 이웃을 생각하는 우리의 이웃들이다. 
성금은 액수와 관계 없이 이웃들의 마음을 담았다. 고사리손들이 모은 동전, 폐지를 모아 판 돈으로 구입한 쌀 1포대도 소중하다. 
일상 속에서 남모르게 크고 작은 따뜻한 나눔을 실천하는 이웃도 있다. 
익명으로 24년째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연말과 명절 때만 되면 서귀포시 서홍동사무소에 쌀을 보내오는 일명 ‘노고록 아저씨’. 통도 크다. 한 번에 수 백만원 상당의 쌀을 몰래 보내온다. 
올해도 설 명절을 앞두고 지난 16일 “어르신, 설 명절 노고록허게 보냅써”라는 메모와 함께  10kg들이 쌀 100포(300만원 상당)를 동사무소에 기탁했다.  
또 불편한 몸으로 대가 없이 서귀포시내 곳곳에 설치된 화단을 가꾸는 ‘거리의 정원사’, 폐지와 고철을 수거해 모은 돈으로 이웃돕기 성금을 전달하는 소시민, 치킨집을 운영하며 매달 저소득층에게 쿠폰을 제공하는 마음씨 좋은 사장님. 
서귀포시 공보실은 지난 5일 어려운 이웃들에게 따뜻한 온정을 베푸는 이들 4명에게 설 명절 위문품을 보내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특히 ‘노고록 아저씨’는 지역에서 이름을 밝히지 않고 쌀 나눔을 실천하는 독지가로 유명하다.
7∼8년 전 쯤으로 기억한다. ‘노고록 아저씨’가 누구인지 궁금해 졌다. 서홍동사무소에 물어보니 ‘노고록 아저씨’가 “절대 알리지 말라”고 신신당부했다고 한다. 직원들은 ‘노고록 아저씨’와의 약속이라며 입을 굳게 닫았다. 발설하면 엄청나게 욕을 먹는다며 함구했다. 서홍동사무소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취재(?)는 실패로 끝났다. 
‘노고록 아저씨’의 정체(?)를 안 것은 5년 전이다. 수소문 끝에 그가 누군인지 알아냈다. 잘 아는 사람 이었다. 반가웠다. 왠지 일이 쉽게 풀릴 것 같았다. 그래서 만났다. 
간단한 인사를 하고 “20년 가까이 됐으니 이젠 세상에 알리자”고 졸랐다. 과거에 그가 왕성하게 활동했던 시절의 기억을 꺼내며 친근하게 접근했다. 
그러나 돌아온 대답은 “안 된다”였다. 단호했다. 그러면서 언젠가는 이야기할 때가 있을 거라고 했다. ‘언젠가’가 언제가 될 지는 자신도 모르겠다고 했다.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하고 헤어졌다. 
그 이후로도 ‘노고록 아저씨’는 계속 동사무소에 쌀을 기탁하고 있다. 물론 익명으로다. 요즘도 가끔 거리에서 뵙곤 한다.
기명이든 익명이든 주변의 어려운 이웃을 생각하는 우리의 이웃들이 있어 세상은 살 만하다. 사흘 후면 설 명절이다. 먹고 살 만한 세상이지만 우리 주변에는 도움을 필요로 하는 이웃들이 많다. 
올해도 어려운 이웃들을 생각하는 설 명절이 되었으면 한다.

한국현 기자  bomok@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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