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에 뜬 무지개는 장마 끝났다는 뜻…'조 농사'에 숨겨진 선조의 지혜
오름에 뜬 무지개는 장마 끝났다는 뜻…'조 농사'에 숨겨진 선조의 지혜
  • 현대성 기자
  • 승인 2023.01.11 1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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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기상 100년사] 4. '마가둠'과 '마가지'

[편집자 주] 2023년은 제주지역에서 기상관측이 시작된 지 100년째 되는 해다.

제주지방기상청은 기상 업무 100년을 기념해 제주 역사·문화와 함께하는 제주기상 100년사를 발간했다.

본지는 지난 100년 제주 역사와 문화 속에서 걸러낸 날씨 이야기를 독자들에게 소개하며 도민과 함께해 온 제주기상 100년의 의미를 조명한다.

▲ 장마 끝 예측에 조 농사성패 달려다양한 마가둠가늠 방법 전승

마가둠이란 장마가 그친다는 말이고, ‘마가지란 장마가 그치고 나서 조 농사를 짓는다는 말이다.

마가지로 조 농사를 지을 때는 밭을 갈아 조의 씨를 뿌리고 나서 4~5일 동안 비가 오지 않아야 안전하게 싹이 잘 돋았다.

장마가 끝나는 마가둠가늠이 틀리면 마가지농사가 실패로 끝나고 말았으니 마가둠을 가늠하는 일은 초미의 관심사로 작용했다. 제주도 사람들은 겨울 농사로 보리, 여름 농사로 조를 심어 먹을거리를 마련했기 때문이다.

마가둠가늠의 중요성이 큰 만큼 제주에선 마가둠을 가늠하는 다양한 방법이 전승돼 왔다.

제주시 조천읍 와흘리와 서귀포시 표선면 토산리 사람들은 소서(77)가 지나 천둥이 크게 치면 장마가 끝난다고 믿었다. 이때 치는 천둥을 마가둠천둥이라고 했다.

서귀포시 성산읍 시흥리 사람들은 초여름에 선들선들한 바람이 불면 장마가 끝났다고 믿었고, 이때 불어오는 바람을 건들마라고 불렀다.

서귀포시 표선면 표선리 사람들은 마을 앞바다 수평선에 뭉게구름으로 마가둠을 가늠했다.

제주시 애월읍 중엄리에서는 마을 앞바다 수평선에 뭉게구름이 걷히거나 마파람이 세차게 불면 장마가 걷혔다고 가늠했다.

서귀포시 도순동, 월평동과 서귀포시 대정읍 동일리, 제주시 한경면 금등리 사람들은 한라산과 산방산 등 가까운 오름의 구름 모양으로 마가둠을 예측했다.

특히 서귀포시 월평동 사람들의 마가둠 가늠은 아침에 군산오름 쪽에서 하늘이 벌건 기운을 띠며 3일 동안 구름이 벗어지는 아침 노을이었다.

제주시 애월읍 신엄리와 광령리 사람들은 어스생이골머리오름에 항고지(무지개)가 뜨면 장마가 끝난다고 생각했다.

다만 제주 사람들이 반드시 마가지로만 조 농사를 지은 것은 아니고, 다양한 방법으로 조 농사가 이뤄졌다. ‘마가지는 주로 12작이 가능한 농경지에 적용되는 농법이었다.

1984년 7월 13일 지상일기도. 제주를 비롯한 우리나라가 저기압 영향권에 놓여 있다.

▲ 장마 종료일 천둥 치고 무지개 떠…선조의 지혜과학적 입증

그렇다면 이 같은 마가둠가늠은 얼마나 과학적일까.

실제 1984713일은 제주도의 장마 종료일로 이날 제주도에는 낙뢰를 동반한 장맛비가 내렸다.

2019718일 장마 종료일쯤에는 해 질 녘에 무지개가 관측된 바 있다. 해 질 녘 무지개는 비가 그친 후 동쪽에서 관측되는데, ‘어스생이는 애월읍 동쪽에 있다.

또 장마가 끝날 무렵 수증기가 가득한 대기에서 붉은 노을을 종종 볼 수 있는데, 서쪽에 구름이 적거나 없을 때 대기를 통과해 확산된 빛이 머리 위쪽 구름에 닿아야 더욱 잘 관찰된다. 2001720일 장마 종료일쯤 제주시에 노을이 관측됐다.

선조들의 마가둠가늠 방법이 과학적이었던 셈이다.

현대성 기자  cannon@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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