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데려오면 살려주겠다" 토벌대에 속아…눈도 못 감고 생 마감한 아버지
"아들 데려오면 살려주겠다" 토벌대에 속아…눈도 못 감고 생 마감한 아버지
  • 현대성 기자
  • 승인 2023.01.10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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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제주일보 자료사진.
뉴제주일보 자료사진.

"피고인 정창범씨는 당시 15살이었습니다. 부모님과 농사를 짓던 중 4.3이 발생해 피신했고 당시 토벌대는 피고인 본가로 찾아와 부친에게 '아들을 데려오겠다면 살려주겠다'고 했습니다. 부친은 정창범씨를 데려왔고, 1948년 토벌대가 피고인을 데려간 후 행방불명이 됐습니다."

10일 열린 4·3 군사재판 수형인 20차 직권재심에서는 토벌대의 말에 속아 아들이 연행되게 만든 아버지의 사연이 법정을 눈물짓게 했다. 

정창범씨의 동생 정춘범씨는 이날 법정에서 "아버지가 살아계실 때 아들을 찾지 못해 헤맸고, 돌아가실 때 눈도 감지 못 했다"며 "저도 당시 어렸지만, 형님 얼굴이 또렷이 기억난다"고 말했다.

법정을 눈물짓게 한 사연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송도윤씨의 아들 송병기씨는 "아버지와 어머니, 누이동생 둘과 같이 잡혔는데 저희들은 풀려나고 아버지는 풀려나지 못했고, 그다음부터 소식을 듣지 못했다"며 "피신한 산에서 겨울을 나며 춥다는 말도 못 하고 지냈다. 불을 떼면 연기가 나고 불빛이 비춰 들킨다고 불을 피우지도 못했다"고 강조했다.

장찬진·장찬립 형제의 외조카진 조평림씨는 "솔직히 인생을 살아가는 데 너무 힘이 들어 4·3을 신경 쓰지 않고 살았다"며 "이 시점에서 법정에 두 분의 이름이 오른 것에 감사하다. 목이 메서 말을 못 하겠다"며 울먹였다.

한편 제주지방법원 형사4-1부(재판장 장찬수 부장판사)는 이날 4·3 군사재판 수형인 김응삼씨 등 30명에 대한 직권재심에서 피고인 모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제주지방법원 형사4-1부는 이날 4·3 군사재판 수형인 김응화씨 등 30명에 대해 열린 21차 직권재심에서도 피고인 모두에게 무죄 판결을 내렸다.

현대성 기자  cannon@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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