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산 폭설·강풍에도 '무리수'…전두환 경호 '봉황새 작전' 53명 숨져
한라산 폭설·강풍에도 '무리수'…전두환 경호 '봉황새 작전' 53명 숨져
  • 현대성 기자
  • 승인 2023.01.09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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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기상 100년사] 2. 악천후 무시한 비행이 부른 대형사고

[편집자 주] 2023년은 제주지역에서 기상관측이 시작된 지 100년째 되는 해다. 

제주지방기상청은 기상 업무 100년을 기념해 ‘제주 역사·문화와 함께하는 제주기상 100년사’를 발간했다. 

본지는 지난 100년 제주 역사와 문화 속에서 걸러낸 날씨 이야기를 독자들에게 소개하며 도민과 함께해 온 제주기상 100년의 의미를 조명한다. 

▲ 대통령 경호 위해 '무리수'…'봉황새 작전'으로 53명 숨져

1982년 2월 5일 공군 수송기 C-123이 한라산 개미등 1060m에서 추락해 수송기에 타고 있던 특전사 최정예 707대원 47명과 공군 장병 6명 등 모두 53명이 숨졌다. 

C-123기는 2월 6일 제주공항 활주로 확장 준공식에 참가하는 전두환 대통령의 경호를 위한 ‘봉황새’ 작전을 수행하고자 출동했다. 

당시 사고 소식은 군사 정권의 언론 통제 때문에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 국방부는 1982년 6월 2일 “공군 수송기가 이상기류 때문에 한라산 정상 북방 3.7㎞ 지점에 추락했고 사고원인은 조사 중”이라고 발표했다. 이후 전두환 대통령 경호 작전을 위해 장병들이 투입됐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1982년 2월 5일 한라산의 관측기록이 없으나 지상일기도를 보면, 산지에는 눈이 내리고 바람이 강하게 불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이러한 악조건의 날씨에서 한라산을 비행한다는 것은 엄청난 무리수를 두는 일이었다.

좋지 않은 기상 상황에도 불구하고 C-123기는 출동했고 한라산의 짙은 안개와 눈보라 속에서 추락하고 말았다.

▲ 제주공항 여객기 폭발 사고로 비행기 전소

제주의 날씨 변화는 제주공항 항공기 사고에도 많은 영향을 미친다. 강풍 또는 폭설로 항공기가 결항하는 일도 많지만 강한 바람이 불어 비행기가 폭발하며 전소되는 일도 있었다.

당시 언론 보도에 따르면 1994년 8월 10일 오전 11시22분쯤 대한항공 2033편은 승객과 승무원 160여 명을 태우고 김포공항에서 출발해 제주공항에 착륙하던 중 강풍에 휘말리면서 중심을 잃고 활주로를 이탈했다.

항공기는 활주로를 이탈하며 공항 철조망을 뚫고 비행장 동쪽 150m 지점 농경지로 미끄러졌다.

이 과정에서 기체 꼬리 부근에 있던 연료통이 공항 철제 울타리와 충돌하면서 기체에 불이 붙어 항공기 부품이 연쇄 폭발하면서 기체가 전소됐다.

다행히 항공기에 타고 있던 승객들은 비행기가 화염에 휩싸이기 전 모두 탈출했다.

당시 제주공항에는 제13호 태풍 ‘더그’의 영향으로 최대순간풍속 초속 23.7m, 일 강수량 68.7mm의 강한 비바람이 몰아치고 있었다. 강한 비바람이 몰아치는 상황에서의 착륙 시도가 항공기 폭발 사고의 원인이 됐다.

현대성 기자  cannon@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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