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 vs 대학
벚꽃 vs 대학
  • 뉴제주일보
  • 승인 2023.01.02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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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영 대덕대학교 겸임교수·논설위원

‘앞으로 대학은 벚꽃 피는 순서대로 망한다’는 말은 이미 교육계에서 회자되고 있는 자조적인 말이다. 아마 ‘벚꽃’이라는 화려함과 ‘망한다’라는 섬찟한 단어의 극명한 대비가 이 말을 더 비수가 꽂히는 것처럼 들리게 하는지도 모른다.

수도권에서 먼 남쪽 지역의 대학들부터 문을 닫게 될 것이라는 예측을 담은 이 말은 대학교에서 겸임교수로 몸 담고 필자도 체감하는 바이다. 이 학교에 처음 강의를 시작한 2018년도에만 해도 우리 학과의 입시경쟁률이 6:1이었는데 2019년에는 5.9:1 2020년에는 5.8:1 2021년에는 5.5:1로 서서히 낮아지더니 올해는 2.8:1로 급격히 낮아졌다. 지금은 입시철이라 아직 2023년 경쟁률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예상컨대 올해보다도 더 낮아질 거라는 불길한 예감이 든다.

사실 이러한 대학의 위기는 꽤 오래전부터 경고되어 왔지만 정부도 대학도 제대로 된 어떤 예방책이나 해결책도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리고 해가 갈수록 그 우려는 현실로 드러나고 있다. 정원이 미달 된 대학 중 90%가 비수도권 지역의 대학들이었으며, 몇몇 학교는 학생 유치를 위한 자구책으로 장학금 명분의 학비 면제나 현금 지급 심지어 타블렛 PC나 최신형 스마트폰을 선물로 주는 등 온갖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 하지만 그것으로도 막상 정원을 채우기에는 역부족이다. 비수도권 지역 대학의 정원 미달 사태는 대한민국의 문화, 경제 등 모든 분야가 수도권 중심으로 집중되고 과밀화된 현상과 학령인구의 급격한 감소를 그 원인으로 꼽고 있다.

통계청이 집계한 지난해 출산률은 0.81명이다. 이는 OECD회원국 중 단연 최하위 출산률이다. 출산률이 1보다 밑인 나라는 오직 대한민국뿐이며 우리보다 바로 위인 이탈리아도 1.24 명이고 저출산 고령화 문제를 먼저 겪었던 일본도 1.33명이다. 2021년 출생자 수는 26만 6000명으로 한해 100만 명의 출생아를 기록했던 1970년대 초반의 1/4 수준이다. 이들이 대학에 진학하는 20년 후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불을 보듯 뻔하다.

올해 학령인구는 47만3000명으로 전국대학입학정원인 49만2000명보다 1만 9000명가량 적다. 출생률로 미루어 짐작하건대 앞으로 학령인구는 더욱 급감할 것이다. 2040년 학령인구는 28만4000여 명으로 현재의 절반이다.

학령인구로만 본다면 이들이 대학을 입학해야 할 나이가 되는 20년뒤에는 누구나 경쟁없이 원하는 대학에 입학할 수 있을거라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대로 두면 비수도권 지역 대학은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삶의 터전이 비수도권 지역에 있더라도 고등교육을 위해 대학교육을 받으려면 무조건 수도권으로 이사를 가야하는 상황이 벌어질 것이며, 이는 다시 수도권 대학의 입학경쟁과 대학의 서열화를 심화시키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몇몇은 시장경제의 논리에 입각해 경쟁에서 밀리는 대학이 사라지는 것은 당연한 이치가 아니냐고 반문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대학이 문을 닫는 것만으로 끝나는 문제가 아니다. 이런 식으로 비수도권 대학이 하나, 둘 무너지기 시작하면 그 지역의 문화도 상권도 무너지기 시작할 것이고 젊은이들의 지역 이탈을 막을 수 없을 것이다. 이로 인해 비수도권 지역은 더욱 소외될 것이며, 상대적으로 수도권의 집중화와 과밀화는 더욱 심각해질 것이다.

비수도권 지역의 대학들이 사라지는 것은 단순히 대학의 소멸을 뜻하는 것이 아니고 지역의 소멸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제 더 늦기 전에 대학의 생존과 지역의 생존을 위해 대학과 지역이 협업하고 상생하는 창의적인 방안을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 보아야 할 것이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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