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보존 대립 속 ‘가치관’ 충돌…갈등 중재자 역할 절실
개발·보존 대립 속 ‘가치관’ 충돌…갈등 중재자 역할 절실
  • 고경호 기자
  • 승인 2023.01.01 1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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道, 조례·계획 등 마련해 관리 나섰지만 지역사회 분열은 여전
민선 8기 도정, 사전 갈등영향분석 확대 등 ‘실효성’ 제고 박차
道 “제2공항 정보 투명한 공개 지속 요구…강정마을 치유 최선”

제주사회의 갈등 대부분은 개발과 보존의 대립 속에서 촉발되고 있다.

단순히 ‘이권’ 등의 경제 논리가 아닌 가치관의 차이에서 비롯된 갈등이기에 봉합은 쉽지 않다.

청정 자연과 천혜의 경관 등 제주만의 환경 자원을 지켜 제주의 가치를 보호하려는 것과, 낙후된 생활환경을 개선하고, 하늘길을 넓히고, 다양한 관광·휴양시설을 조성해 쾌적하고 편리한 삶을 누리려는 것은 어떤 게 맞고 틀린가의 ‘OX’ 문제가 아니다.

결국 첨예한 대립을 하나의 의견으로 모으기 위해서는 중재가 절실하다. 본지는 계묘년 새해를 맞아 갈등의 당사자가 아닌 중재자로서의 제주도정의 역할을 조명해봤다.

# 봉합되지 않는 갈등

제주특별자치도는 현재 ‘공공갈등 예방과 해결에 관한 조례’ 및 ‘2022년 공공 갈등관리 추진계획’에 따라 지역사회의 갈등을 관리하고 있다.

매해 갈등진단을 실시해 크고 작은 갈등 사업들을 파악한 후 ‘중점관리대상’을 선정하고 있으며, 공공갈등영향분석, 갈등조정협의회 운영 등을 통해 봉합에 나서고 있다.

갈등진단을 통해 제주도가 관리하고 있는 갈등사업은 지난해 상반기 기준 37개에 이른다.

이 중 중점관리대상은 제주 제2공항 건설사업과 제주동부하수처리장 증설사업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국책사업과 하수 처리를 위한 공공시설 확충이 중점 관리가 필요한 지역 최대 갈등으로 작용하고 있다.

나머지 35개 갈등 역시 국책사업이거나 ▲혐오시설 설치 ▲비자림로 확·포장 및 서귀포시 우회도로 개설 등 교통시설 구축 ▲제주동물테마파크 개발사업 및 해상풍력 발전사업 등 개발사업 등이 대부분이다.

상당수가 환경 보존의 가치와 개발을 통한 발전 혹은 편의 증진의 가치 간의 대립이다.

이 과정에서 제주도가 갈등 중재자 역할을 제대로 해왔는지에 대해서는 의문부호가 붙는다.

조례와 계획 등 법·제도는 물론 갈등조정협의회, 사회협약위원회 등의 기구도 갖춰졌지만 제2공항 건설사업을 비롯한 대형 갈등은 여전히 확산하면서 제주 공동체를 분열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 실효성 있는 대책 절실

민선 8기 제주도정은 핵심 공약 중 하나로 ‘공동체 회복’에 주력하고 있다.

전임 도정의 갈등 관리 체계는 분명 한계를 보이고 있는 만큼 갈등 당사자가 아닌 중재자로서 봉합에 나설 수 있는 실효성 있는 대책이 요구되고 있다.

제주도는 ‘도민화합’을 위한 과제로 사전 갈등영향분석을 확대하고 있다.

지역 갈등이 복합적이고 입체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만큼 공공정책을 수립하거나 추진하는 과정에서 해당 정책이 사회에 미칠 갈등 요인을 예측 분석해 예상되는 갈등에 대한 대책을 선제적으로 마련하는 것이 사전 갈등영향분석 확대의 목표다.

특히 공공정책 수립 혹은 추진 과정에 민간 전문가인 ‘갈등조정관제’를 투입해 갈등을 적기에 관리하는 대책도 공공갈등을 해소할 수 있는 대책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와 함께 제주도는 공직자들의 갈등 관리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직무 교육, 맞춤형 컨설팅, 갈등해소 전문가 교육과정 운영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확대해 운영하고 있으며, 제주특별법 제도 개선을 통해 기존 사회협약위원회의 권한을 확대하는 방안도 추진할 방침이다.

제주도 관계자는 “최대 갈등 현안인 제2공항 건설사업의 경우 담당 부처인 국토교통부를 상대로 전략환경영향평가서 보완가능성 검토용역보고서를 공개해 줄 것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해당 사업에 대한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돼야만 갈등을 봉합할 수 있다”며 “강정마을 공동체 회복 역시 주민들이 희망하는 지역 발전사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필요한 조직과 인력을 배치해 갈등을 치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고경호 기자  kkh@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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