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대한 모래사장, 곱게 출렁이는 파도 ‘한 폭의 그림’
광대한 모래사장, 곱게 출렁이는 파도 ‘한 폭의 그림’
  • 뉴제주일보
  • 승인 2022.12.29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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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지역 최초로 천일염전이 시작된 소금섬 비금도 (2)
비금도 명사십리(明沙十里)라 불리우는 원평해수욕장.
비금도 명사십리(明沙十里)라 불리우는 원평해수욕장.

# 비금도 명사십리 원평해수욕장

비금도 앞바다는 난류와 한류가 서로 만나는 곳으로 플랑크톤이 풍부해 가자미와 병어, 꽃게, 낙지, 해삼, 새우, 강달어 등 수산물이 풍부하다는 기록을 보며 저녁에는 푸짐한 해산물 식사할 수 있겠지 생각하고 식당에 갔더니 웬걸 해산물 요리는 별로 없고 돼지고기나 소고기 요리를 권한다. 해산물 철이 아니라 그렇다는데 별도리없이 김치찌개로 대신했다. 자원이 풍부하고 한 때 소금으로 부를 이뤘던 비금도는 다른 섬 지역에 비해 문화시설이 잘 갖춰졌고, 마을 집들도 깔끔해 살기가 좋은 곳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새벽에 일어나 그림 산에 오를 준비하고 밖에 나왔더니 안개가 잔뜩 덮히고 비까지 내려 하늘만 쳐다본다. 날이 밝자 선왕산 아래 자리한 내촌마을 돌담 골목길을 찾았다. 어제 갔던 우실 돌담길 들어가는 길목에 있는 마을로 새마을운동 때도 허물지 않고 지켜온 돌담이 마을을 굽이굽이 돌아있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마을을 지나 석장승이 있다는 안내판이다. 마을 한복판에 있는 석장승은 매년 정월 보름에 상당에서 상당제를 모신 후 장승이 있는 하당에서 마을의 재앙이 없도록 기원하며 하당제를 모신다는 기록이다. 시간이 지나 해가 뜨면 안개가 걷힐 줄 알았는데 더 심해지는 것 같다. 언젠가 걷히겠지라는 편한 마음으로 비금도 명사십리(明沙十里)라는 원평해수욕장을 찾았다.

비금도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변이라는 원평해수욕장을 들어서는 순간 깜짝 놀랐다. 크기도 그렇지만 간조라 그런지 백사장 멀리까지 승용차들이 들어가 뭔가 잡고 있다. 어떻게 모래사장에 차가 들어가도 빠지지 않을까. 다른 곳으로 들어갔나. 모래사장을 발로 밟아봤더니 흔적도 안 생긴다. 점토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곱고 부드럽다. 가까이 가보니 떡조개를 잡고 있다. “이 모래사장은 차가 안 빠지냐”고 물었더니 “모래와 갯벌이 섞여 만들어진 단단한 모래사장이라 경비행기가 착륙할 정도”라는 설명이다. 원평해수욕장은 길이 4.3㎞, 폭이 30m(간조 때는 100m) 면적은 3만여 평 이상으로 주변에 해송과 아카시아 숲이, 그리고 해당화가 붉게 필 때면 절경을 이뤄 신안의 4대 해수욕장 가운데 하나다. 드론을 띄워 해수욕장 전경을 촬영하기 위해 안개가 걷히기를 기다렸다. 추위도 아랑곳 않고 사람들은 부지런히 떡조개를 잡고 있다. 안개가 걷히는 순간 드론을 띄워 보니 넓은 백사장과 그 위에 그림처럼 오가는 파도가 참 아름답다. 날씨가 맑았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가산항에 세워진 비금도 상징인 매와 박삼만 조형물
가산항에 세워진 비금도 상징인 매와 박삼만 조형물

# 이세돌 바둑기념관과 대동염전 ‘눈길’

해수욕장을 나와 지동 마을로 향하다 보니 바둑천재 이세돌 바둑 기념관이다. 폐교를 기념관으로 조성했는데 입구에 커다란 바둑판 형상이 걸려있다. 너무 이른 시간이라 문이 닫혀 있다. 2층 규모의 기념관은 다목적 대국장과 이세돌 관련 자료전시장에는 1983년생인 이세돌이 아홉 살 때 바둑공부를 위해 상경하기 전까지 비금도에서 보낸 어린 시절을 보낸 것을 기록하고 있다. 섬마다 그 곳 출신 중 문인이나 화가 또는 연예인 등의 기념관을 만든 곳이 많다. 지도에 보니 성치산성이 표기돼 찾아가기 위해 한참 동안 찾아다녔지만 안내판 하나 제대로 세워있지 않아 진탕 고생하고 돌아왔다. 나오는 길에 구석진 곳에 비석이 서 있어 살펴보니 삼한 시대 비금도에 사람이 처음 입도한 당두마을이다. 또 비금도 첫 면사무소가 있었던 장소라 적혀있다.

안개가 걷혔으나 미세먼지처럼 하늘은 뿌옇다. 성치산을 뒤돌아보며 걷다 보니 넓은 벌판이 온통 염전이다. 안내판에 이곳이 등록문화제 362호인 대동염전이다. 이 염전은 1948년 비금도 450여 가구 주민들이 염전조합을 결성해 만든 천일염전으로 설립 당시 100만㎡ 규모를 자랑하는 대형 소금밭이었다. 대동염전은 떡메산을 배경으로 넓은 염전지대의 저수지, 증발지(蒸發池), 결정지(結晶池), 해주(海宙)가 조화롭게 어우러져 경관이 아름답다. 많은 염전의 소유주가 외지인이지만 대동염전은 지역주민들이 결성하여 만든 염전이란 점에서 그 의미가 크고, 총 면적은 41만6482㎡에 이른다. 하의도와 상의도, 도초도를 지나며 봤던 염전들보다는 규모나 주변 환경이 압도하는 기분이다. 1박 2일 동안 비금도를 돌아보고 다른 섬을 가기 위해 가산항에 도착했다. 선착장에는 비금도 상징인 매와 거대한 표석이 있고, 그 옆에 염전 수리차 돌리는 박삼만의 조형물이 세워져 있다. <서재철 본사 객원 大기자>

원평해수욕장에서 떡조개를 잡는 주민들
원평해수욕장에서 떡조개를 잡는 주민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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