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한국적인 질감의 사진을 남기는 ‘내수(內需) 작가’
가장 한국적인 질감의 사진을 남기는 ‘내수(內需) 작가’
  • 뉴제주일보
  • 승인 2022.12.29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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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삼부작(열화당·2001)

한국 작가주의 사진가 1세대 강운구
산업사회로 바뀌는 국면 끊임없이 기록
황골·용대리·수분리 1970년대 삶 담아
사진작가 강운구(姜運求, 1941년~)의 저작들.
사진작가 강운구(姜運求, 1941년~)의 저작들.

우리 같은 헌책방에 장서를 주시는 분들의 책은 대부분 다양한 분야에 걸쳐있게 마련이다. 각기 다른 취향을 가진 가족들이 평소 읽던 책들을 모두 포함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렇게 들어오는 각양각색의 책들도 출신(?)은 다 제 각각이지만, 한 군데 모아 놓고 보면 의외로 중복되는 책들이 상당히 많다. 아무래도 한 때 유행하던 베스트셀러나 자기계발서 등의 비중이 높기도 하거니와 일반 독자들의 관심이 비슷해서 서로 공감하는 부분이 많기 때문이리라.

그런 책들의 경우 우리 책방 입장에서는 좀 아쉬움이 남는다. 아무리 좋은 책이어도 중복되는 게 많다 보면 문제가 되기 때문이다. 지금도 여전히 인기 있는 책이어서 찾는 분들이 많은 놈들은 그래도 좀 나은 편이지만, 한 때는 인구에 회자되는 책이었다가 지금은 아무도 찾는 이 없는 책인 경우 무척 난감하다.

지난봄에 책을 정리하다 보니 같은 게 수십 권이 넘어가는 책들이 제법 되어, 한참을 고심한 끝에 상태가 좋은 일부만 남겨놓고 모두 폐기하고 말았다. 그렇다고 그렇게 폐기된 책들이 절대로 나쁜(?) 책이라거나 쓸모 없는 책이라는 뜻은 아니다. 단지 공간이 한정된 조그마한 동네 헌책방의 한계이자, 인기가 많아서 출판 수량이 많았던 책들의 아이러니라고나 할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보시던 책을 주시겠다는 연락을 받으면 늘 반갑고 감사하다. 하지만 어쩌다 평소에 보기 힘든 책들이 들어오면 나도 사람인지라 ‘쪼금 더’ 반가워지는 건 어쩔 수 없다. 내가 귀물(貴物)을 탐하는 속물(俗物)이라는 걸 자인할 수밖에…. 오늘은 몇 달 전에 인수할 수 있었던 그런 귀물(?) 가운데 한 권을 소개해 보련다.

‘마을 삼부작’(열화당·2001) 표지.
‘마을 삼부작’(열화당·2001) 표지.

바로 한국 작가주의 사진가 1세대로 ‘가장 한국적인 질감의 사진을 남기는 작가’로 평가받고 있는 사진작가 강운구(姜運求, 1941년~)의 ‘마을 삼부작’(열화당, 2001)이다. ‘개발독재의 강압적 분위기 속에서 산업사회로 바뀌는 국면들을 끊임없이 기록’해 왔던 작가가 ‘가장 좋은 사진은 기록성이 있는 사진’이라는 일념으로 1975년 언론탄압으로 해직되면서도 꾸준히 작업했던 결과물이 바로 이 책이다.

‘강운구 우연 또는 필연’(열화당·1994)에 수록된 작가 친필 사인.
‘강운구 우연 또는 필연’(열화당·1994)에 수록된 작가 친필 사인.

강원도의 황골과 용대리, 전북 장수의 수분리 등 세 곳의 1970년대를 담고 있는 이 사진집을 보고 있자면, 왜 그의 작품이 실렸던 곳이 바로 ‘뿌리깊은나무’와 ‘샘이깊은물’인지, 왜 스스로를 ‘내수(內需) 전용 사진가’라고 했는지 자명해진다.

그럼에도 작가는 자서(自序)에서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땐 찍으면 다 ‘사진’이었을 터인데, 아무리 재 보아도 ‘사진’이 될 것 같지가 않아서 망설이고 망설”인 적이 많았고, ‘그 때 잘못 찍은 서툰 사진들은 부끄럽지 않’지만 ‘모르거나, 절실하게 의식하지 못해서 찍지 못한 것들이 많은 점은 쓰라리’고 ‘가슴에 맺힌다’고 고백하고 있다.

복구불능으로 변화된 모습에 ‘다시 가 보기가 겁난다’면서도 이 책의 30년 후를 기록한 권태균 작가의 ‘강운구 마을 삼부작 30년 후’(2006) 서문에서 ‘또 삼십년 뒤에도 누군가가 같은 자리에서 찍어 줬으면’ 한다는 작가.

‘사진은 슬프지 않다’며 ‘사진에 화석 같은 흔적만 남기고 사라진 것들이 슬플 따름’이라는 그의 뜻을 이어갈 그 누군가는 꼭 나타나리라….

‘마을 삼부작.(열화당·2001)에 수록된 작품.
‘마을 삼부작.(열화당·2001)에 수록된 작품.
‘마을 삼부작.(열화당·2001)에 수록된 작품.
‘마을 삼부작.(열화당·2001)에 수록된 작품.
‘강운구 마을 삼부작 30년 후’(열화당·2006)에 수록된 작품(1973년과 2004년 비교 사진).
‘강운구 마을 삼부작 30년 후’(열화당·2006)에 수록된 작품(1973년과 2004년 비교 사진).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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