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웃어줄 때 행복 느껴…결혼·출산 위해선 경제적 문제 해결 필요"
"아이가 웃어줄 때 행복 느껴…결혼·출산 위해선 경제적 문제 해결 필요"
  • 현대성 기자
  • 승인 2022.12.27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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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제주, 아이가 희망이다. 아이♥결혼(3) 장웅·박현정 부부

인구 절벽, 초저출산, 초고령화 등 제주는 모든 인구 위기에 직면해 있다. 인구 문제는 산술적으로 ‘인구수’를 늘리는 데 그치지 않는다. 법률혼, 즉 ‘결혼’에 의한 출산이 높은 우리나라의 특성상 혼인율이 증가해야 출산율이 올라가고, 양 축의 상승 곡선이 거듭 지속돼야만 생산 가능 인구가 늘어나 인구 절벽에서 벗어날 수 있다. 문제는 혼인을 기피하고, 결혼해도 아이 낳기를 꺼리는 데 있다. 비혼과 저출산은 사회적, 경제적인 어려움과 자아실현 욕구 등 다양한 요인에서 비롯되고 있다. 결국 인구 위기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결혼해서 출산하도록 유도하기보다는 비혼과 저출산의 원인 및 배경을 정밀하게 파악해 실효성 있는 지원 방안 등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에 본지는 제주특별자치도의 지원을 받아 연중 ‘미래 제주, 아이가 희망이다. 아이♥제주’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본지는 해당 캠페인과 기획 보도를 통해 ‘결혼하기 좋은 제주’, ‘아이 낳고 키우기 좋은 제주’로 나아가기 위한 과제와 대책 등을 집중 조명한다. [편집자주]

“엄청 단순해요. 그냥 저를 보고 웃어줄 때 좋아요.”

“답변이 비슷할 것 같은데, 제가 집에 와야 할 이유가 생긴 거죠.”

26일 자택에서 만난 장웅(33)·박현정(38) 부부에게 새 생명이 축복이 내려진 건 지난해 연말이었다. 지난해 12월 31일 임신 사실을 알게 된 부부는 성산일출봉에서 새해를 맞이하며 새 생명의 건강을 빌었다.

그 기도 덕분이었을까. 노산 위험에도 건강하게 태어난 아들 하준군은 생애 첫 해거리를 앞두고 있다. 

부부는 올해 연말에도 해돋이를 보며 하준군의 건강과 행복을 빌 예정이다.

부부가 처음 만난 것도 연말이었다. 장씨는 2017년 12월 30일 전북 익산에서, 박씨는 2017년 12월 31일 서울에서 제주로 왔다. 

기숙사를 제공하던 제주시내 한 식당에서 같이 일하던 부부는 2018년 2월 생일 파티를 계기로 급속히 친해졌다. 장씨의 생일은 2월 6일, 박씨의 생일은 2월 13일이어서 같은 날 생일 파티를 하게 됐기 때문이다.

이후 부부는 일을 마치고 제주동문시장에 가서 소주 한 잔을 기울이는 ‘친구 같은 연인’이 됐다. 

부부가 결혼을 결심한 건 2018년 10월 무렵이었다. 친한 친구가 결혼하는 모습에 대한 ‘부러움’이 결혼 결심의 원동력이었다.

장씨는 “친구가 결혼하기 전까지는 결혼이라는 게 현실은 아니었던 것 같다”며 “추상적으로 언젠간 해야하겠다고 생각했는데 친구가 결혼하는 모습이 부럽기도 하고, 대단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부부의 결혼 준비가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가장 큰 걸림돌은 ‘집’이었다.

장씨는 “1년간 결혼 준비를 하면서 월세 집에서 같이 살았는데, 부모님 입장에서는 그래도 전셋집에 들어가서 사는 게 낫지 않는가라는 우려가 있었다”며 “아무래도 주거가 안정적이어야 하다는 인식이 결혼에 걸림돌로 작용하지 않나 생각했다”고 말했다.

박씨도 “제주에선 어떤지 모르겠지만, 육지에선 아무래도 남자 쪽에선 집을 마련해 오면 여자 쪽에서 가구를 준비하는 문화가 있다”며 “그런 것을 깨고 싶은데 어려운 점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부부는 부모님의 도움을 받지 않고자 결혼식 준비를 위해 1년간 월급을 차곡차곡 모았고, 예단과 예물도 최소화해 2019년 11월 16일 결혼식을 올렸다. 전셋집도 구했다.

그 사이 장씨는 자영업으로, 박씨는 도내 한 렌터카 회사로 직장을 옮겼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조금씩 생길 때쯤, ‘하준’이라는 새 생명의 축복도 부부를 찾았다. 1년간의 노력 끝에 찾아온 아이였다.

박씨는 “아이를 갖기 위해 1년가량 준비했던 것 같다. 엽산도 먹고 몸도 따뜻하게 하려 노력했다”며 “제가 나이가 있어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임신했을 때 살면서 정말 많은 축복, 축하, 관심과 사랑을 받아 행복했다”고 회상했다.

장씨도 “아이를 갖기 위해 준비했던 기간이 길어서 처음 임신 사실을 알게 됐을 때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벅찬 감동이 몰려왔다”며 “다만 아이를 낳을 때는 고생하는 아내가 안쓰러웠다”고 말했다.

부부는 결혼과 출산을 망설이는 세태를 바꾸기 위해선 경제적인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는 데 입을 모았다.

장씨는 “삶의 질이 상승하면서 가난을 대물림하기 싫은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돼 있는 것 같다”며 “좋은 제도들이 많지만 결국 경제적인 여유가 있어야 결혼과 출산이 이뤄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저희도 육아 때문에 맞벌이에서 외벌이가 됐지만, 제가 버틸 수 있으니 출산이 가능했다”고 말했다.


※ 이 기사는 제주특별자치도의 지원을 받아 작성됐습니다.

현대성 기자  cannon@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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