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농업 대전환 열쇠 ‘청년농’···정책 현실화 시급
제주 농업 대전환 열쇠 ‘청년농’···정책 현실화 시급
  • 김동건 기자
  • 승인 2022.12.26 19: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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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농업, 청년이 미래다] 10. 에필로그
본지가 만난 도내 청년농업인 8명. (사진 왼쪽 윗줄부터 시계방향) 양문혁씨, 이예슬·고민철 부부, 강성욱씨, 양용석씨, 오치효씨, 양태영씨, 김대철씨, 문희선씨.
본지가 만난 도내 청년농업인 8명. (사진 왼쪽 윗줄부터 시계방향) 양문혁씨, 이예슬·고민철 부부, 강성욱씨, 양용석씨, 오치효씨, 양태영씨, 김대철씨, 문희선씨.

제주 1차 산업은 지역경제의 근본이다.

4차 산업혁명 등 산업 구조의 변화와 함께 지속가능한 성장이 필수적인 요소로 자리 잡은 지금의 상황에서도 핵심은 1차 산업이다.

미래 제주의 먹거리는 1차 산업을 보호하고 육성하는 데 달려있지만 결국 문제는 고령화다.

농촌 인구가 급격히 줄어드는 동시에 고령 농가 비중은 크게 늘면서 생산성 저하를 넘어 지속가능한 성장마저 흔들리고 있다.

이 때문에 제주특별자치도는 도내 청년 농업인들을 위한 다양한 정책을 발굴,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제주 청년농들의 상황은 녹록치 않은 실정이다.

본지가 직접 만난 도내 청년농 8명은 하나 같이 기존 청년농 정책의 현실화와 함께 패러다임 전환을 강조했다.

이에 청년농들의 개선 요구사항과 현재 청년농 정책을 비교하며 더 나은 제주 1차 산업의 미래를 가늠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치솟는 값비싼 농지 vs 영농정착 융자지원 3억

현재 정부는 청년후계농 영농정착 지원사업으로 만 18세 이상 40세 미만, 독립경영 3년 이하의 청년농들을 대상으로 융자지원에 나서고 있다. 융자지원 규모는 최대 3억원으로, 연리 2%의 5년 거치, 10년 상환 조건이다.

또 최장 3년간 영농정착지원금도 지원된다. 영농경력에 따라 1년차 100만원, 2년차 90만원, 3년차 80만원 등으로, 총 3240만원이다.

제주도에 따르면 2020년 기준 도내 40세 미만 농가 경영주 738명 중 영농정착지원금과 융자지원을 받은 농가는 각각 127명(17.2%), 13명(1.8%)으로 집계됐다.

이와 관련 청년농들은 영농정착지원금과 융자지원을 받는 청년농이 적은 것은 물론 규모가 현실에 맞지 않은 점을 청년농 유입의 가장 큰 걸림돌로 꼽았다.

이들은 3억원의 융자 지원 등을 받는다 해도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땅값으로 인해 농지를 마련하는 것 자체가 ‘하늘의 별 따기’라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30대 청년농 A씨는 “사실상 현재 제주의 청년농들은 이미 자리를 잡고 있는 부모의 농장을 물려받는 것 말고는 답이 없다”며 “3억원을 빌릴 경우 육지에선 괜찮은 농지 1000평 이상을 사도 제주에선 그저 그런 농지 500~600평도 구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결국 제주에서 청년들이 농사에 매력을 느끼기 위해선 영농정착지원금과 융자지원의 현실화가 절실하다.

▲전자상거래·스마트팜 등 농업 패러다임 전환

청년 농업인들이 생기면서 제주 농업의 모습도 바뀌고 있다.

수확한 작물을 단순히 농협 등에 계통 출하하거나 도소매 시장에 파는 등의 기존 판로가 온라인을 활용한 전자상거래를 비롯한 소비자와의 직거래, 2차 가공을 통한 상품 개발 등으로 변화하고 있다.

또 전자상거래와 직거래 등에 특화된 소품종 대량생산이 아닌 다품종 소량생산에 주목하는 것도 청년농들의 특징이다.

아울러 휴대전화 어플리케이션(앱) 하나로 작물 재배 환경을 제어하거나 IoT(사물인터넷)을 활용한 첨단 기술을 접목하는 등 스마트팜도 최근 농업 현장의 주요 변화다.

제주도는 만 18세 이상 45세 이하, 도내 실거주하고 있는 영농경력 5년 이하의 청년농업인들을 대상으로 ‘청년농 창업 인큐베이팅 지원 사업’을 펼치고 있다.

홈페이지 구축, 컨설팅 등을 위한 홍보비는 물론 시설(기계·장비) 임차료 등 가공비, 교육비 등 최대 1000만원을 농가에 지원하고 있다.

이와 관련 도내 청년농들은 전자상거래와 직거래, 스마트팜 등에 맞춘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30대 청년농 B씨는 “주위 청년농들을 보면 한 가지 작물을 고집하기보다 여러 작물을 친환경적으로 심는 것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결국 다품종 소량생산에 맞춰 스마트스토어 등 온라인 판매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며 “또 작물을 그대로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가공을 거쳐 착즙액, 잼 등으로 많이 만드는데 가공시설도 확대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높은 진입장벽···행정-농협 함께 낮춰야

도내 청년농들의 대표적인 고민거리는 지역농협이다.

부모로부터 농장을 물려받은 경우를 제외한 일반 청년농들은 작물 판매 등 실적이 전무하다 보니 이들이 농협을 방문해 출하 시 후순위로 밀리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이처럼 지역농협에 진입하기 위한 장벽이 갈수록 높아지면서 청년농들은 온라인으로 발걸음을 돌리게 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선 농협만의 노력으론 힘든 실정이다.

농협은 농협법에 따라 조합원의 이익과 편의를 위해 설립된 단체로, 농협이 조합원의 이익을 위해 ‘출하 실적’을 따지는 것은 당연한 과정이기 때문이다.

청년농들은 “농협의 지원 정책 신청과 출하 과정에서 청년농들의 발목을 잡는 것이 ‘출하 실적’이다. 출하 실적이 저조한 청년농들은 농협에서 소외되는 일이 반복된다”며 “행정에선 각종 지원을 펼치고 있지만 정작 농협에서의 높은 진입장벽을 넘지 못한 청년농들이 좌절하고 있다. 행정과 유관기관이 ‘엇박자’를 내고 있는 셈”이라고 꼬집었다.

결국 높은 진입장벽을 허무는 것은 행정당국이 청년농과 농협 사이에서 가교 역할을 얼마나 충실히 수행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끝>.

김동건 기자  kdg@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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