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들 모여 만든 '수눌음' 파티…육아 공동체 하나로 만든 크리스마스
부모들 모여 만든 '수눌음' 파티…육아 공동체 하나로 만든 크리스마스
  • 현대성 기자
  • 승인 2022.12.25 1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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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제주, 아이가 희망이다. 아이♥육아 (2) 수눌음육아나눔터 24호

제주가 직면한 ‘인구 절벽’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열쇠는 결혼과 출산이다. 결국 비혼과 저출산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게 인구 정책의 핵심 과제다. 결혼과 출산을 가로막는 요인은 다양하고 복합적이다. 특히 결혼하더라도 육아에 대한 부담 때문에 아이 낳기를 꺼리거나, 출산을 최대한 늦추는 부부들이 많다. 육아 부담을 덜 수 있는 대책은 이미 제주사회에 뿌리내려 있다. 바로 ‘수눌음 육아’다. 오래전 농사일과 바닷일을 하면서 이웃끼리 일손을 돕던 제주의 수눌음 정신은 돌봄에서도 빛을 냈다. 본지는 수눌음으로 육아 부담을 덜고, 나아가 ‘가족’과 ‘공동체’에 대한 의미를 다시 쓰고 있는 ‘수눌음육아나눔터’를 찾아가 저출산 문제의 해법을 들여다봤다. [편집자주]

지난 24일 수눌음육아나눔터 24호에서 열린 크리스마스 파티에 참여한 아이들과 부모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지난 24일 수눌음육아나눔터 24호에서 열린 크리스마스 파티에 참여한 아이들과 부모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 작은 손길 모여 만든 ‘수눌음’ 크리스마스
나는 눈이 좋아서 / 꿈에 눈이 오나 봐 / 온 세상이 모두 하얀 나라였지 / 어젯밤 꿈속에

크리스마스이브인 지난 24일 서귀포시 남원읍LH새마을작은도서관. 이곳에 조성된 수눌음육아나눔터 24호에 캐럴 동요 ‘하얀 나라’가 울려 퍼졌다.

남원읍LH새마을작은도서관을 운영하는 안재홍 관장과 단지 내 부모들이 직접 준비한 ‘크리스마스 파티’의 시작을 알리는 순간이었다.

이날 파티에 참석한 아이들과 부모는 강사를 따라 캐럴을 부르고, 율동하며 크리스마스 파티를 시작했다. 특히 창가 너머로 쌓여 있는 하얀 눈이 파티 분위기를 더했다.

특히 유아교육을 전공한 강사가 재능기부 형식으로 참여해 미술 수업을 주도했다. 

아이들과 부모들은 이날 미술 수업을 통해 크리스마스 시즌 문 앞에 거는 동그란 장식인 ‘크리스마스 리스(wreath)’를 만들며 성탄을 기념했다.

아이들은 크리스마스 리스의 배경이 될 눈사람과 눈 결정을 풀로 붙였고, 부모들은 글루건을 통해 리본 장식 등을 붙이며 함께 장식을 만들어 나갔다.

아이들은 손수 만든 장식과 함께 루돌프 머리띠를 하나씩 나눠 쓰고 수눌음육아나눔터 내부에 마련된 트리 앞에서 사진을 찍으면서 크리스마스 파티를 즐겼다.

미술 수업 이후에는 양육자 가정들이 십시일반 마련한 크리스마스 선물이 양말 보따리에 담겨 아이들에게 전달돼 올해 프로그램이 마무리됐다.

이날 파티에 참여한 아이들과 양육자들은 피자를 나눠 먹으며 가족과 공동체에 대한 의미를 다시 새겼다. 

안재홍 관장은 “수눌음육아나눔터를 운영하면서 여러 가족이 하나의 공동체가 되고 있다”며 “육아 부담을 덜 필요가 있는 양육자들이 스스로를 돕고자 모인다는 데에서 수눌음육아나눔터의 의미를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 ‘수눌음’ 의미 살려 동네 사랑방으로 기능 확장

남원읍LH새마을작은도서관 내 마련된 수눌음육아나눔터 24호는 서로 돕는다는 ‘수눌음 정신’을 살려 동네 사랑방으로의 기능 확장도 꾀하고 있다.

최근 나눔터 내에서 이뤄진 지역 주민 사진 촬영 사업이 대표적이었다. 남원읍 지역 특성상 사진관 접근성이 떨어지는 점을 고려해 나눔터에 사진 촬영 스튜디오를 만든 결과 지역 주민의 뜨거운 호응이 있었다.

안재홍 관장은 “지역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찾다 보니 사진 촬영 이벤트를 생각하게 됐다”며 “아무래도 지역 내 사진관 접근성이 열악하다 보니 주민들의 호응이 있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안 관장은 “도서관에 수눌음육아나눔터를 마련하고, 지역 주민을 위한 다양한 사업을 고민하는 것은 결국 수요자가 필요한 서비스가 한 곳에 모여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라며 “수눌음육아나눔터와 같은 자조 모임이 확대되려면 현재 지역 내 유사·중복되고 있는 복지서비스의 전달체계를 효율적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제언했다.

한편 서귀포시 남원읍LH새마을작은도서관은 2017년 6월부터 운영됐으며 수눌음육아나눔터24호 역시 같은 해부터 운영되고 있다. 현재 20여 가족이 수눌음육아나눔터 운영에 참여하는 중이다. 

제주특별자치도는 2016년부터 도내 각 지역의 마을회관이나 아파트 주민 공동 시설, 작은 도서관, 종교 시설 등의 유휴공간에 수눌음육아나눔터를 조성해 운영하고 있다.


※ 이 기사는 제주특별자치도의 지원을 받아 작성됐습니다.

현대성 기자  cannon@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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