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미있는 선물
의미있는 선물
  • 뉴제주일보
  • 승인 2022.12.20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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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용준 제주대학교 영어영문학과 교수·논설위원

선물이란 무엇이며 어떤 의미로 주고받는 것일까? 영어로는 present라고 하지만 선물이 갖는 의미는 다양할 것이고, 사람마다 그리고 상황에 따라 다른 의미를 갖는 것이 선물이라 생각해 본다. 어린아이에서부터 어른들까지 모든 사람들은 선물을 주고받아 보았을 것이다. 매년 초에 새해 인사를 다니면서 주고받는 선물에서부터 각종 행사에서 심지어 요즘 청소년들에게 있어서는 각종 이벤트(Event)라는 명목으로 선물을 주고받는 것이 너무 흔한 일이다. 심지어 선물을 주었으니 받아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사실 선물이라는 것은 주는 즐거움이 앞서야 하는 것이지 주었으니 받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면서 주는 선물은 의미가 없는 것이기도 하다.

얼마 전에 나는 한 학기동안 열심히 수강을 하고 공부한 학생들에게 선물을 주었다. 그 선물은 나에게 있어서 주는 기쁨에서 보답을 바라는 것이 아닌 스승으로서 사랑하는 제자들에게 주고 싶은 선물이었다. 선물은 바로 단 한 글자인 ‘勤(근)’이라고 하는 글자인데, 바로 ‘부지런하라’는 의미를 가진 한자를 칠판에 크게 쓰면서 나의 선물이라고 했다. 이 선물에는 나의 진심이 담겨있고 또한 이 선물을 진심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여러분들의 몫이라고 했다.

이 대목에서 또한 나는 학생들에게 조선 최고의 실학자인 다산 정약용과 그의 제자인 황상 이야기를 해 주었다. 전남 강진의 한 마을 아전의 자식인 황상에게 다산 정약용은 공부를 해야 한다고 하면서 바로 三勤戒(삼근계)라고 하는 ‘勤’자를 세 번 써서 주었고 이를 평생 간직하고 마음이 흐트러질 때마다 머릿속에 이 글자를 새기면서 열심히 학문에 전념한 황상은 조선 최고의 문장가가 되었다. 황상은 아전의 자식으로 출셋길이 거의 막혀 있다시피 한 상황에서 공부를 한다고 해서 출세할 수 있는 것도 아닌데 자신을 비관하면서 평범하게 살아갈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황상에게는 누구에게나 찾아온다는 터닝 포인트(turning point)가 바로 다산 정약용이라는 조선 최고의 학자를 만난 것이고 또한 그에게서 바로 ‘부지런하고 부지런하고 또 부지런하라’는 말을 듣고 그 말을 가슴깊이 새기고 실천한 결과 황상은 조선 문학사에 이름을 남길 수 있었던 것이다.

스승과 제자의 사랑이자 믿음과 신뢰를 논할 때 바로 다산 정약용과 황상의 이야기만큼 눈물 날 정도로 가슴에 와 닿는 이야기도 없을 것이다. 물론 추사 김정희와 이상적이라는 제자와의 사랑도 우리에게는 뜻깊고 의미 있기는 하지만 다산 정약용과 황상의 이야기는 오늘날 스승인 선생님들과 학생들은 한 번쯤 읽어볼 내용이기도 하다.

오늘날은 스승이 없고 제자가 없다고 하는 시대라 하지만 우리에게는 인문학이라는 도구를 통해 200여 년 전 조선시대로 들어가 다산 정약용과 황상을 만나보게 되고 또한 인문학에서 많은 삶의 등불을 얻을 수 있기에 우리는 인문학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 학생들에게 다산 정약용과 황상의 이야기를 해주면서 ‘勤’이라는 글자를 선물로 주었다. 부지런하고, 부지런하고, 또 부지런하면 인생에서 반드시 성공할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이야기를 했다. 학생들에게 의미있는 선물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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