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일머니로 건설하는 오일 없는 ‘네옴시티’
오일머니로 건설하는 오일 없는 ‘네옴시티’
  • 뉴제주일보
  • 승인 2022.12.19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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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창희 제주대학교 화학·코스메틱스학과 명예교수·논설위원

달러만 있으면 세계 어디서든 원하는 것을 구입하고 큰 불편 없이 생활할 수 있다. 이것은 달러가 기축통화라서 어디서든 그 가치를 인정받기 때문이다. 달러가 이처럼 기축통화 지위를 확보하고 미국이 세계 경제의 중심에 서는 데 중동 산유국의 오일머니가 기여하고 있다. 만일 석유를 거래하는데 달러 대신 유로화나 위안화가 이용된다면 무슨 일이 발생할까? 미국의 기축통화국 지위가 크게 흔들릴 것이다. 이렇게 오일머니는 강력한 힘으로 국제 금융시장을 좌우할 정도로 그 위력을 키워왔다.

사우디가 이 강력한 오일머니의 힘으로 사막 한가운데에 서울의 44배나 되는 엄청난 인공도시를 건설한다고 한다. 빈 살만 왕세자가 ‘사우디 비전 2030’ 프로젝트로 추진하는 ‘네옴시티’는 2060년 탄소중립 달성을 목표로 석유 중심의 경제 구조를 탈피하기 위해 건설하는 인공도시이다. 약 650조원이 투입되는 이 사업에 우리 기업들도 다수 참여할 것으로 보여 2차 중동오일 붐도 기대된다. 삼성물산은 숙소 1만 가구를 지을 예정이고 신도시 고속철 사업은 사우디 철도청과 현대로템이 함께 추진한다. 또 한국전력, 포스코 등은 이곳에 약 8조5000억원에 달하는 그린수소, 암모니아 공장을 건설하여 신에너지를 생산한다고 한다.

이 거대한 인공도시를 움직이는 모든 에너지는 사우디에 풍부하게 매장된 석유 에너지가 아니고 신재생에너지만을 이용하는 RE100 시스템이다. 오로지 수소, 암모니아와 같은 신에너지와 태양열, 풍력 등의 재생에너지만을 이용한다는 의미이다. 생활용수도 해수를 담수화해 조달하게 되고 이 시스템 역시 신재생에너지를 이용해 담수를 생산한다. 세계에서 가장 석유가 풍부한 사우디가 오일머니로 오일 없는 RE100 도시를 고집하는지 의아스럽다.

하지만 이러한 결정은 앞으로 선택이 아니라 필연이기 때문이다. 아직 높은 비용과 낮은 효율성 때문에 기피하는 신재생에너지가 앞으로는 피할 수 없는 선택으로 다가오고 있다. 현재 87%를 차지하는 화석연료 기반의 온실가스 에너지는 조만간에 한계에 다다를 수밖에 없다. 21세기 중반이 되면 세계 모든 나라가 ‘탄소중립’을 위해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여갈 것이기 때문이다. 2030년 기준으로 독일은 80%, 영국은 70%, EU는 45%로 재생에너지 비율을 상향하고 있다. 이렇게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크게 높이는 분위기는 세계적인 추세이다.

반면에 우리나라 신재생에너지 비중은 2021년 기준 7.5% 정도에 머무르고 있다. 풍력에 비해 태양광 비중이 6배 더 높은 편이나, 최근 이 태양광 발전조차도 오히려 위축되는 분위기다. 더욱이 2030년 재생에너지 목표를 30.2%에서 더 낮추려는 움직임까지 감지되고 있어 염려스럽다.

최근 제주도는 ‘그린수소 글로벌 허브 구축’ 비전을 추진하고 있다. 여분의 풍력발전에너지를 이용해 수전해로 그린수소에너지를 생산하는 P2G 기술을 발전시켜 제주도를 수소 생산기지로 키워간다는 계획이다. P2G는 자원 빈국인 우리나라가 에너지 자립을 위해 꼭 필요한 기술이다. 더욱이 이 사업은 제주도가 선두에서 ‘2030 탄소중립’은 물론 시급한 우리나라 친환경 핵심기술을 선도한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 그리고 이 기술을 미리 선점한다면 앞으로 사우디 ‘네옴시티’ 건설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는 에너지 기반기술로 발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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