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서 다진 기초, 농장서 적극 활용 ‘20대 청년농’
대학서 다진 기초, 농장서 적극 활용 ‘20대 청년농’
  • 김동건 기자
  • 승인 2022.12.19 1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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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농업, 청년이 미래다] 9. 오치효씨
오치효씨(26)가 지난 17일 서귀포시 남원읍에 위치한 ‘신례팜’에서 천혜향을 관리하고 있다. 김동건 기자.
오치효씨(26)가 지난 17일 서귀포시 남원읍에 위치한 ‘신례팜’에서 천혜향을 관리하고 있다. 김동건 기자.

▲‘원예학’ 배우며 기본부터 응용까지 섭렵

지난해 대학교를 졸업한 오치효씨(26)는 초보 농부다.

그러나 오씨에게 농사는 누구보다 친숙하다. 어린 시절부터 감귤 농사를 짓던 아버지를 옆에서 지켜봤던 것은 물론 원광대학교에서 원예산업학과를 전공하며 대학 시절 작물 재배에 대해 수없이 연구했기 때문이다.

오씨는 고등학교 때부터 주변의 권유 없이도 스스로 원예학도의 길을 선택했다. 대학에 진학한 후에는 3년의 시간 동안 강의실에서는 논문, 연구실에서는 작물 재배에 몰두했다.

오씨는 “원예학과를 선택한 것은 온전히 제 의지였다. 부모님을 비롯해 주변 그 누구도 권유하거나 강요하지 않았다”며 “최근 3년 정도는 대학교 내 연구시설과 강의실을 오가며 작물 재배 방법 등을 공부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원광대가 전북에 있다 보니 제주와는 작물 재배 환경이 다소 다른 점이 있다”면서도 “그러나 작물이 생육과정에는 공통점이 있다. 작물들마다 잘 자라기 위한 조건과 재배 방법 등은 비슷한 점이 많다”고 강조했다.

▲기후변화 대응 ‘스마트 환경제어시스템’ 관심

오씨가 가장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는 ‘스마트팜’이다.

사물인터넷(IoT)은 물론 첨단 기술과 장비 등을 접목해 농장에서 활용하는 것이 그의 목표다.

그 중에서도 오씨는 기후위기에 대응해 작물이 재배 환경을 최적의 조건으로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는 ‘스마트 환경제어시스템’에 주목하고 있다.

오씨는 “대학에서 전공한 분야가 ‘스마트팜’이었다. 특히 환경제어시스템에 관심이 많아 하우스 등의 시설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까 계속해서 고민하고 있다”며 “좀 더 멀리 보고 있다. 아직까지는 배우는 입장인데 더 많이 연구하고 공부해 언젠가는 ‘스마트 환경제어시스템’을 도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현재 도내 농가 등에서 활용되고 있는 ‘스마트팜’ 시설의 개선을 강조했다.

오씨는 “감귤의 경우 무인 방제 시스템이 도입은 기본”이라며 “무인 방제 시스템 비용을 보면 2000~3000만원 정도 하는데 아직까지 완전한 방제 효과는 보지 못하고 있다. 부족한 부분을 개선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오치효씨(26)가 지난 17일 서귀포시 남원읍에 위치한 ‘신례팜’에서 홍미향을 관리하고 있다. 김동건 기자.
오치효씨(26)가 지난 17일 서귀포시 남원읍에 위치한 ‘신례팜’에서 홍미향을 관리하고 있다. 김동건 기자.

▲극조생부터 만감류까지 재배작물 다양

서귀포시 남원읍의 ‘신례팜’을 운영하고 있는 오씨는 극조생과 조생을 시작으로 한라봉, 천혜향, 홍미향, 카라향 등 만감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작물을 재배하고 있다.

그는 1만여 평에 이르는 농장을 관리하면서 매일 작물의 생육 환경을 점검하고 있다.

특히 오씨는 만감류를 관리할 때는 수분 관리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홍미향의 경우 많이 재배되는 작목은 아니지만 껍질이 붉은색을 띠고 있어 외적으로 화려하고 산도가 낮아 수요가 꽤 있다”며 “그러나 기본적으로 기형과가 많아 생육을 관리하기 매우 힘들다. 무엇보다 수분 관리에 신경 쓰지 않으면 껍질이 너무 단단해지거나 하는 등 상품가치가 저하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카라향은 일반 감귤과 만감류의 수확 시기와 다르다. 카라향은 4~5월에 수확해 가격 등에서 유리할 수 있다”며 “올해 처음 심어 3년 후쯤 첫 수확을 하게 된다. 반응이 좋으면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오씨는 경제성을 고려해 작목을 선택하고 있다.

그는 “작물을 심게 되면 직접 관리하기 쉬운 것들을 선택하고 있다”며 “새로운 작물인 경우 특히 해거리를 하지 않고 손이 덜 가는 경제성을 위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올해 시설을 한 곳 더 추가해 짓고 있는데 붉은 한라봉인 ‘써니트’를 심을지 고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농지 마련·정착 지원 열악···정책 현실화해야

오씨는 청년 농업인들이 농지 자체를 마련하는데 애를 먹고 있어 지원 정책을 현실에 맞게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청년농 대출 한도가 적을 뿐만 아니라 농지의 경우 매물은 없는 반면 비싸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오씨는 “청년농 대출 한도가 현재 3억원인데 이 돈으론 좋은 농지는 구하기 매우 어렵다”며 “운 좋게 농지를 구해도 수백평의 질이 좋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3억을 빚지고 농사를 짓기 시작했는데 연수입은 3000만원도 올리지 못하는 게 현실”이라며 “농지은행만 보더라도 매물은 없는 반면 단가는 높다. 주변을 보면 농지를 사고 대출금을 제때 상환하지 못해 경매로 넘어가는 경우도 있다”고 강조했다.

또 오씨는 정부의 영농정착지원금도 현실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청년농을 위해 1년차엔 월 100만원, 2년차엔 월 90만원, 3년차엔 월 80만원 등 처음 3년간 영농정착지원금이 지급된다”며 “3년간 총 3240만원을 지원받는데 최근 유류세와 비료값 등을 감안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영농정착지원금을 현실에 맞게 고쳐야 한다”고 피력했다.

▲막연한 환상 버려야...철저한 계획 먼저

농협중앙회 제주지역본부의 제5기 청년농업인아카데미 교육생 출신인 양씨는 미래 청년농들에게 귀농에 대한 막연한 환상을 갖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기반이 없으면 정말 힘들다. ‘맨땅에 헤딩’하는 것처럼 농사를 시작할 경우 버티지 못한다”며 “어떤 작물을 심을지 계획을 세우기 전에 먼저 적당한 농지를 찾고 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실상 후계농인 아닌 이상 신규 청년농인 경우 자리를 잡기 쉽지 않다”며 “제주에 내려와 농사를 지으며 살겠다는 귀농에 대한 막연한 환상은 버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 이 기사는 제주특별자치도의 지원을 받아 작성했습니다.

김동건 기자  kdg@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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