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사장을 두 팔로 안은 듯한 반달 모양 해변
모래사장을 두 팔로 안은 듯한 반달 모양 해변
  • 뉴제주일보
  • 승인 2022.12.15 19: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넓은 갯벌과 평야지의 섬 도초도(都草島)
우리나라 섬 지역 해수욕장에선 가장 주변 환경이 아름답다는 시목해수욕장.
우리나라 섬 지역 해수욕장에선 가장 주변 환경이 아름답다는 시목해수욕장.

# 넓은 평야를 가진 국내서 13번째로 큰 섬

섬을 다니기 시작하면서 지도를 자주 보게 된다. 지도를 보면 섬과 섬 사이가 멀지 않은 듯 보여 코스와 일정을 쉽게 잡았다가 배편 연결 때문에 되돌아오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생각지도 않게 배편이 쉽게 연결됐을 때는 이게 웬 떡이냐 싶다. 하의도 웅곡항에 도착, 매표소에 들러 “혹시 여기서 도초도 가는 배가 있느냐” 했더니 “이 항구에선 없고 혹시 당두 선착장에서 가는 배가 있다고 들었는데 자세한 것은 현지에 가서 확인하라”며 연락처와 가는 길을 알려준다. 골목길 돌아 당두 선착장에 도착, 하루 4번 배가 다닌다고 한다. 다음 날 새벽부터 하의도와 상의도를 바쁘게 취재를 마치고 당두 선착장에서 도초도가는 오후 배를 탔다. 얼마나 갔을까. 도초도가 보이는데 높은 바위산이 섬을 두른 듯 보인다. 가까이 갈수록 험준한 바위산을 가로지르는 도로가 눈길을 끈다.

당두에서 30분 만에 도초시목해수욕장 옆에 있는 시목항에 도착했다. 마치 섬 주변으로 산들이 에워싸인 듯 보인다. 고란리에 있는 석장승을 찾아 산을 넘자 평야가 넓게 펼쳐져 이곳이 섬인가 눈을 의심할 정도다. 섬 지형이 마치 당나라 수도와 비슷하면서 초목이 무성해 도초(都草)라 불렀다는 도초도. 행정구역은 전남 신안군 도초면으로 신안군 섬 중에서 비교적 큰 섬에 속하며 우리나라 섬 중에선 13번째 큰 섬이고 면적 42.34㎢, 해안선 길이 42㎞, 인구는 1464가구에 2925명(2013년 기준)이 살고 있다.

멀리 해안에서 바라본 도초도
멀리 해안에서 바라본 도초도

# 항일투쟁 등 역사가 깊은 도초도

이 섬을 찾은 사람들은 섬 중앙에 펼쳐진 평야는 육지에서도 보기 쉽지 않을 만큼 넓고 광활해 이곳이 섬인지 육지인지 헛갈린다고 말한다. 넓은 평야를 가로지르는 농수로(水路)에 흐르는 물은 ‘섬 지역에 이렇게 수량이 풍부할 수가 있을까’ 놀라게 한다. 도초도가 축복받은 섬이라 일컫는 이유는 넓고 광활한 토지가 비옥해 농사짓기에 적합한 여러 조간을 갖추고 있어 섬이면서도 전형적인 농촌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특별한 섬이다. 금성산(230m)을 비롯한 용당산 등 크고 작은 산들의 산세가 수려하고 물이 좋기로 유명해 인재가 많이 배출됐는데, 신안군 유일의 인문계 고등학교 도초고등학교가 있다.

역사적으로도 중요한 사건이 일 때마다 투쟁에 앞장선 것으로 유명하다. 일제 강점기 땐 고란들을 배경으로 하의도, 암태도 사람들과 항일투쟁에 앞장섰고, 소작료 착취의 부당함에 맞서 싸웠던 고장이기도 하다. 옛날에는 뱃길이 멀고 험해 고려와 조선 시대는 귀양지로 천주교 박해사건인 1801년 신유사옥 때 죄인이었던 정약전과 1873년 고종에게 대원군을 규탄하는 상소문을 올렸던 최익현 선생이 이 섬에서 유배 생활을 했다.

도초도와 비금도를 잇는 서남문대교.
도초도와 비금도를 잇는 서남문대교.

# 마을의 수호신 장군상·서남문대교 ‘눈길’

옛 돌담길을 그대로 간직한 고란리 마을 앞에 서 있는 고란리 석상은 장군상이라고도 부르는 높이 5.5m장석이다. 옛날 고란리에 갑자기 괴질이 번져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시름시름 앓다가 죽어가 마을 사람들을 공포에 떨게 했다. 이 때 한 선비가 마을 앞을 지나가다 흉사를 전해 듣고 재앙을 막으려면 마을 앞에 장군의 형상을 한 바위를 세우면 된다고 일러주었다. 마을 사람들은 서둘러 장군 형상의 바위를 만들어 세웠더니 신기하게도 흉사가 잠잠해졌다고 한다. 이 때부터 장군석은 마을의 수호신으로 숭앙되기 시작했다. 석장승은 내월리와 외남상리 에도 각각 1기씩 있다.

도초면을 좀 더 자세히 돌아보기 위해 해안도로를 타고 안으로 들어가자 아까 내렸던 선착장 옆 시목해수욕장이다. 높은 언덕에서 내려다본 해수욕장은 호형, 즉 반항아리 형태로 길이 2.2㎞에 폭 100m의 모래사장을 두 팔로 안은 듯한 반달 모양 해변, 그 뒤를 둘러싼 병풍 같은 산이 포근히 감싸 안아 평온함을 안겨준다. 이런 자연환경 때문인지 시목 해수욕장 자연환경은 섬 지역 해수욕장 중에선 최고로 손꼽고 있는 이유를 알 것 같다. 유적으로는 고란리 석장승, 김권일의 효행비, 도초도 초가집과 만년사, 한산사, 성각사, 만덕사등의 사찰이 있다. 섬 면적이 넓어서 그런지 다른 도서지방에 비해 사찰이 많은 편이다.

도초도와 이웃 비금도를 잇는 서남문대교는 우리나라 연도교 중 꽤 긴 편이다. 비금도 고운정이 있는 작은 언덕에 올라 바라보니 마치 아치형으로 굽어 있어 ‘왜 저렇게 만들었을까. 위험할 것 같은데’ 생각하고 있을 때 긴 뱃고동 소리가 요란해 바라보니 쾌속선이 도초도 화도 선착장에 입항하고 있다. 흑산도와 홍도를 오가는 쾌속 여객선이다. 도초와 비금도 사이 서남문대교 아래로 여객선과 각종 화물선, 어선들이 저녁노을에 줄지어 지나는 모습 또한 장관이다. ‘아- 저 배들이 지나기 위해 서남문대교가 아치형으로 만들었구나’ 우둔한 머리를 툭 쳤다.

도초도는 목포에서 배를 타고 바로 올 수도 있지만 천사대교를 거쳐 팔금도 백계항에서 차도선을 이용, 비금도를 거쳐 서남문대교로 들어올 수도 있어 교통은 좋은 편이다. 아름다운 섬 도초도. 어느 작가는 “도초 사람들도 풀을 닮았다. 바람보다 더 빨리 눕고, 바람보다 더 빨리 울고, 바람보다 더 빨리 일어난다”고. <서재철 본사 객원 大기자>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