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 이렝 ᄒᆞ는 말
똑, 이렝 ᄒᆞ는 말
  • 뉴제주일보
  • 승인 2022.12.15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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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재만 화백·김신자 시인의 시와 그림으로 보는 제주어

(51) 똑, 이렝 ᄒᆞ는 말

 

■ 표준어

꼭, 이라는 말

꼭, 이라는 말은 너와 나 꽃 피었다는 말

빨래를 탁탁 털며 널다가 뭔가 손에 잡힌 딸아이 바지 주머니에서 발견한 쪽지는 여러 번 접혀 있었다 조심조심 어렵게 쪽지를 펼쳐들고 번진 글씨를 읽으려고 무진장 애를 썼다 다정하고 반듯하게 적어 내려간 쪽지의 글씨를 가늠해 보았다 흐릿하게 <꼭>이라고 적혀 있었다 무엇을 꼭 다짐했을까 우리 꼭 영원하자, 또박또박 전해졌을 그 말이 조용히 내 몸을 두드리면서 다가오고 있었다 쪽지가 사람의 몸에 머무는 기간이 얼마나 긴지 바지 속 깊숙이 묻어 두었다는 것은 그 약속을 잊고 싶지 않아서 버리고 싶지 않다는 내 무의식 같아서 왈칵 서러워졌다 서로의 헐겁던 시간을 꽉 쥐고 싶어서

그렇게 틈을 꽉 쥐고 아름다운 깍지 걸었던 말

 

시작 메모

우리에게 영원이란 건 없다는 것을 잘 안다. 빨간 꽃무늬 팬티를 입었던 어머니도 내 곁에 영원히 남아 있을 것 같았지만 이 세상에 없고, 아들 딸도 뿔뿔이 흩어져 이제 각자의 삶으로 떠났다. 생이 그토록 생이고만 싶어하는 곳에서 우리는 ‘꼭, 이라는 말’을 자주 쓰곤 한다. 사람과 사람 사이, 만남도 사랑도 늘 영원하고 싶어서, 서로의 헐겁던 시간을 꽉 쥐고 싶어서, 그렇게 틈을 꽉 쥐고 싶어서 아름다운 깍지 걸었던 말. ‘꼭, 이라는 말’은 누군가의 마음속에 더 오래, 더 깊이 영원하고 싶다는 소망이, 꾹꾹 점을 찍는 말이다. 

 

■ 제주어 풀이

(1) 똑 : 꼭
(2) 꼿 : 꽃
(3) ᄈᆞᆯ레 : 빨래
(4) 게쑥 : 호주머니
(5) ᄌᆞᆸ지다 : 사이사이에 끼워 넣다
(6) 고비치다 : 반으로 접어 한데 합치다
(7) 게미융ᄒᆞ다 : 희미하게 불빛을 내어 밝히다
(8) ᄌᆞᆨ다 : 적다
(9) ᄉᆞᆯ리 : 살그머니
(10) ᄃᆞᆼ사다 : 지켜 서서 기다리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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