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연시 음주와 건강
연말연시 음주와 건강
  • 뉴제주일보
  • 승인 2022.12.13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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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광언 ㈔제주중독예방교육원장·중독전문가

‘거울로 우리는 모양을 보고 술에선 마음을 본다’는 독일 속담이 있다.

어느 덧 연말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다사다난했던 임인년이 저물어가면서 한 해를 돌아보고 희망찬 내년을 준비하려는 송년회 모임도 잦아지고 그만큼 술 마시는 날도 많아지게 마련이다.

제아무리 애주가라도 특별한 날을 맞이하면 걱정이 앞서게 되는데 아무래도 우리 사회에 여전한 ‘술 권하는 문화’ 때문일 것이다. 주위에서 권하면 거절하기 힘든 술, 마시다 보면 주량이 는다지만 그래도 역시 건강에는 해롭다. 하지만 지피지기면 백전백승, 술에 관한 일반상식을 알아보자.

술은 대부분 장에서 흡수돼 약 98%가 간을 통해 대사되며 2%는 폐나 신장의 기능으로 배설되며 음주는 소화기뿐만 아니라 중추 신경계, 내분비계, 심혈관 등 인체의 모든 주요 장기에 영향을 미친다.

이 가운데 알코올로 인한 대표적인 질환이 알코올성 간장병이다. 알코올성 간장병은 지방간, 간염, 간경변 등으로 구분되나 단순한 증상만으로는 식별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알코올성 지방간은 대개 증상이 없으며 가벼운 간 기능 이상을 보이며 25% 정도가 약간의 황달증세를 띤다. 이런 경우 대개 2~4주 동안 술을 마시지 않고 고단백 음식을 섭취하면 호전된다.

적절한 음주량에 대한 통계는 다양하지만 최근 한국건강증진재단이 세계보건기구(WHO) 권고와 의학계의 자문을 거쳐 ‘저위험 음주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였다. 이에 따르면 1일 적정 음주량은 남성 40g, 여성 20g으로 종류에 따라 맥주의 경우 남자 500㏄ 2잔, 여성 500㏄ 1잔, 소주의 경우 남성 5잔(한잔 48㎖ 기준), 여성 2.5잔으로 권고하고 있다.

그러나 같은 양의 술을 마시고도 소화 흡수되는 시간이 천차만별이고 음주측정치도 모두 다르게 나오는 것처럼 저마다 개인차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럼 술을 어떻게 마셔야 하는가? 예로부터 술에 관한 비법들이 많이 전해오지만 술은 자기 체질에 따라 적정하게 마시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정말로 술 ‘잘’ 마시는 사람은 적정한 양을 잘 조절해서 마시는 사람이다.

이제 연말연시 모임에서 어쩔 수 없이 마셔야 한다면 술잔을 돌리거나 폭탄주를 제조하는 것과 같은 구태의연한 주법을 버리고 마시는 술의 특성과 이에 어울리는 안주까지 제대로 알고 마시면 술로 인한 두통이나 숙취를 어느 정도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숙취 해소에 도움이 되고 건강에 덜 유해한 안주로는 어떤 것이 있을까?

단적으로 말하자면 저지방 고단백 음식이 제일이다. 술을 마시면서 지방을 과다 섭취하면 간에 지방이 축적되므로 우리가 흔히 즐겨 먹는 이른 바 ‘치맥’(치킨과 맥주) 등은 되도록 피하는 것이 좋다. 대신 과일이나 살코기 등을 적정량 함께 곁들이는 것이 좋다. 하지만 좋은 안주를 먹더라도 과음을 한다면 간질환은 필연적이다.

숙취로 인해 뒷머리부터 어깨까지 뻐근하고 마치 눈이 빠질 것처럼 아플 때에는 칡차나 콩나물국, 과일주스나 녹차가 좋다. 매실 또한 간 기능을 보호하고 술로 인해 손상된 장기의 기능을 회복시켜 준다고 알려졌다. 생수 한 컵에 식초 3~4술과 꿀을 적당히 넣어 마시는 것도 좋다.

술을 마신 뒤 속이 편치 않고 신경이 들떠 초조하거나 우울할 때에는 곶감과 쌀가루로 죽을 쑤어 먹으면 효과를 볼 수 있다. 그러나 숙취를 해소하려고 사우나에서 땀을 뻘뻘 흘리는 것은 좋지 않다. 알코올도 배출되지만 체내의 수분을 고갈시켜 오히려 몸의 컨디션이 저하되기 때문이다. 한방에서는 열이 많은 소양인이나 땀이 잘 나지 않는 소음인보다는 살이 쉽게 찌는 태음인에게 사우나를 보다 권장한다.

하루 한 잔의 술을 보약이라는 말도 있지만 이것도 1년 365일 계속되면 알코올 중독이 되고 더군다나 한 번에 많이, 자주 마시는 것은 더욱더 건강을 해친다. 결국 술을 마시지만 술에 빠지지 않고 가까이도 멀리도 하지 않는 관계를 유지해 나가야 한다.

인간관계를 유지하는데 도움이 되기도 하는 술자리이지만 건강을 생각해서 지나치지 않은 술과의 인연을 맺기 바란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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