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동백꽃이 유난히 붉은 이유
올해의 동백꽃이 유난히 붉은 이유
  • 부영주 주필·편집인/부사장
  • 승인 2022.12.11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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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울 눈물처럼 진다는 동백꽃이 요즘 아가씨들만 보면 웃는 것 같다. 한라산 중산간 골짜기, 자생 동백나무 수백 그루 군락에서도 ‘ㅎㅎ’ 웃고, 또 마을과 골목길 담장 위에 고개를 내민 동백꽃들도 ‘ㅋㅋ’ 하고.

서울 청담동 어느 고급 바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첼로 반주’에 맞춰 ‘동백 아가씨’를 불렀다는 데, 아니 글쎄 그게 가짜뉴스라는 것이다.

역대 대통령들은 그 무게감 때문인지 사소한 일상이 늘 화제가 됐다.

특히 노래는 더욱 그러했다.

누구에게나 즐겨 부르는 노래가 있듯 대통령도 다르지 않다. 예나 지금이나 대통령의 노래는 화제가 됐다. 호사가들은 노래를 보면 대략 그 시대상황과 개인적 성향을 알 수 있다고 한다.

▲박정희 대통령은 이애리수의 ‘황성옛터’를 즐겨 부른 것으로 알려져있지만 실은 ‘동백 아가씨’였다.

그가 대통령으로 있을 때 정부가 이 동백아가씨를 왜색이라하여 금지곡으로 지정했다.

하지만 박대통령은 이 노래를 좋아했다. 심지어 이 노래를 부른 이미자를 청와대에 불러 동백 아가씨를 부르게 했다.

전두환 대통령은 ‘38선의 봄’이 애창곡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사실은 “죽장에 삿갓쓰고 방랑 삼천리~”가 18번이었다.

반면 노태우 대통령은 “죽장에 삿갓쓰고~”같은 노래를 싫어했다.

필자는 그 때 청와대 출입기자였다.

노 대통령은 군가를 여러 곡 작사·작곡했을 정도로 음악실력이 뛰어나 외국곡인 ‘베사메 무초’를 잘 불렀다. 하지만 당시 금지곡이었던 양희은의 ‘아침이슬’을 더 좋아했다.

▲그 뒤를 이은 김영삼 대통령도 ‘아침이슬’을 좋아했다.

실제로 양희은은 1993년 4월 김영삼 당시 대통령의 초청으로 청와대 공식 행사에서 이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김대중 대통령은 이난영씨가 부른 ‘목포의 눈물’을 좋아했다. 노래 가사 중 “아롱젖은 옷자락~”할 때면 정말 목에 메이는 듯 노래했다.

‘선구자’와 ‘그리운 금강산’ 등 가곡도 좋아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상록수’(작사·작곡 김민기)를 좋아해 웬지 슬퍼지는 노래라고 한 적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클래식 마니아였는 데, 노사연의 ‘만남’을 좋아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거의 노래를 부르지 않았고, 문재인 대통령은 “백마강 달밤에~”를 좋아했다.

▲동백은 ‘상록수’다.

흰눈이 내린 잎 사이로 붉게 피는 동백꽃도 인상적이지만 요즘같이 하늘 파란 날의 꽃도 붉고 또 붉다.

동백은 대표적인 조매화(鳥媒花)다. 나비가 없는 늦가을부터 이른 봄 사이 꽃이 피기에, 동박새들에 의지해 꽃가루받이를 한다. 동백꽃은 이런 새들의 눈에 잘 띄기 위해 붉게 더 붉게 꽃을 피운다.

절정의 순간까지 꽃을 피우다가 눈물처럼 후드득 통째로 지는 까닭에 떨어진 꽃이 더 곱기도 하다.

그래서 동백은 두 번 꽃을 피운다고 한다. 몸에서 한 번, 땅에서 다시 한 번.

청담동 고급 바가 아니더라도 ‘동백 아가씨’는 연부역강(年富力强) 하다.

새해 82세 이미자씨가 내년에도 전국을 돌며 동백아가씨를 부르겠다고 한다. 이미자는 동백 아가씨를 목 놓아 부르지 않는다. 슬픔을 안으로 삼킨다.

그래서 이제는 지쳐 꽃을 피울 수 없는 사람들이 그 엘레지에 감흥하는 걸까.

떨어진 꽃이 붉고 또 붉다.

부영주 주필·편집인/부사장  boo4960@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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