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과 사랑
음악과 사랑
  • 뉴제주일보
  • 승인 2022.12.05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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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문칠 작곡가·음악평론가·논설위원

2년 전 서울에서 편찬되는 음악 월간지인 ‘리-뷰’라는 잡지에 3년 동안 한달에 1회 꼴로 원고를 싣고 있었다. 내용은 역대 유명한 작곡의 인생에 관한 것이었다. 서양 음악역사의 가장 선배인 요한 세바스챤 바하를 시작으로 헨델, 하이든, 모차르트, 베토벤 등 시대별로 한 달에 한 번씩 한 작곡가의 인생과 삶의 모습들, 즉 예술적인 부분을 제외한 순수한 인간의 모습들을 싣고 있었다. 글을 읽으신 전국의 애독자분들께서 격려의 문자와 통화가 있었다. 그 중에서 가장 뜻 깊은 것은 한국음악 평론가 회장의 격려의 말씀이었다.

위대한 작곡가들을 음악적으로만 생각해서 음악 속에 흔히 자리를 잡은 작곡가의 인생을 놓치는 수가 왕왕 있는데 그것을 끄집어내어 세상에 밝히는 것이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알아야할 부분이라고 말이다.

그렇다! 음악을 감상하면서 아름다운 선율과 반주부의 화음과 리듬 그리고 강약의 대조가 이뤄진 음악의 흐름을 이해하다 보면 그 속에 작곡자의 인생관과 생활의 모습을 간과(看過)하는 경우를 쉽게 바라볼 수 있는 것이다.

음악을 이해한다는 것은 그의 인생과 연인과의 사랑의 문제를 이해하는 것이라고 봐도 지나친 말은 아닐 것이다. 작곡자가 작곡을 함에 있어 자신의 인생의 경험들, 자신의 지나 온 사실과 그 속에 담긴 인연들 그리고 미래의 인생관과 신에의 감사 등을 표현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인간이 겪는 일들 중에 사랑이 없으면 어찌 세상을 살아갈 것인가? 내 자신이 듣는 음악이 위대한 작곡자의 연인과의 사이에서 빚어진 사랑의 결과라는 사실에 그의 작품을 기피할 것인가? 예술가의 순수한 인간적인 모습을 발견을 하는 것, 회장께서는 이것이 음악예술을 이해하는데 꼭 필요한 것이라는 소감을 말하고 있었다.

나의 고교 시절 은사님 한 분은 젊은 시절부터 클래식 음악을 들으면서 지내왔다. 현재는 제주를 떠나 육지에서 지내시지만 늘 음악 속에서 살고 계신다고 한다. 특히 음악 감상 노트를 하고 계신다고 하는데 음악을 전공한 필자에게 무척 기뻐하면서 20년 전에 편지를 보내 주셨다. 나는 그 편지를 보물처럼 잘 보관하고 있다.

젊은 시절의 낭만과 이상도 다 지났고 떠날 날만 기다린다는 선생님의 말씀에 마음 한 부분이 무너져 내림을 느꼈다. 선생님도 인간이신지라 다양한 인간사의 것들을 동등하게 체험을 했을 것이다. 음악을 감상하면서 청춘을 생각하는 감상자들이 있다. 서양 작곡가는 60세가 넘은 나이인데도 그의 음악이 곳곳에서 젊어진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주변의 친구 후배들이 그 작곡가에게 물었다. ‘음악이 아주 젊다. 왜 그런 것인가?’ 작곡가는 진솔하게 말을 했다. ‘내가 요즘 어떤 여인을 사랑하고 있다네, 그 여인은 20살의 처녀인데, 나에게 피아노를 배우고 있다네~’ 그는 피아노 협주곡을 작곡했는데, 도입부에서부터 젊은 패세이지와 리듬 그리고 선율과 화음과 다이나믹들이 이전하고는 판이하게 다른 차이를 보여주고 있었다.

이제 세상을 등지고 살아가시는 선생님은 벌써 음악 속에서 청춘의 의미를 십분 이해하고 계시리라는 생각을 한다. 때 묻지 않은 순수한 음악의 흐름 속에서 맑고 풍성한 열정의 세계를 누비고 있을 낙원으로 인도하시리라 생각한다. 음악은 연령, 나이에 상관없이 감상이 가능한 세계이다.

음악을 감상하시면서 인생의 남은 시간들을 의미있게 보내시기를 기원 드린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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