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 간 감췄던 어머니의 4‧3 이야기, 10년에 걸쳐 꺼내지다”
“60년 간 감췄던 어머니의 4‧3 이야기, 10년에 걸쳐 꺼내지다”
  • 김나영 기자
  • 승인 2022.12.05 18:3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제주4‧3연구소, 연구소 후원 회원 초청 특별상영회 개최
'제주4‧3영화 수프와 이데올로기'
지난 4일 롯데시네마아라점에서
제주4‧3연구소는 지난 4일 롯데시네마아라점에서 제주4‧3영화 수프와 이데올로기 제주4‧3연구소 후원 회원 초청 특별상영회를 개최했다. 김나영 기자.

60년 간 감춰왔던 어머니의 4‧3 이야기가 10여 년에 걸쳐 바깥으로 꺼내졌다.

제주4‧3연구소는 지난 4일 롯데시네마아라점에서 제주4‧3영화 수프와 이데올로기 제주4‧3연구소 후원 회원 초청 특별상영회를 개최했다.

이날 80여 명의 제주4‧3연구소 후원 회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각자 생각(이데올로기)은 다르지만 만국에서 통용되는 음식 ‘수프’로 만나 밥을 나눠 먹는 장면을 통해 어머니와 4‧3, 자이니치 가정을 그린 양영희 영화감독 영화 ‘수프와 이데올로기’가 상영됐다.

이날 상영된 작품은 양 감독의 ‘가족 3부작’의 마지막 다큐멘터리다.

양 감독의 부모는 제주 출신이지만 오사카로 건너가 조총련 활동을 했다.

막내딸로 태어난 양 감독은 어린 시절 오빠 셋의 북송을 겪고 부모님과 반목하며 성장한 바 있다.

그는 2005년 ‘디어 평양’과 2009년 ‘굿바이 평양’으로 재일조선인 집단을 세상에 알렸다. 전작이 북한을 맹신하는 아버지, 북한으로 북송된 오빠와 조카들 모습을 담았다면 이번 작품에서는 치매로 조금씩 기억을 잃어가면서 자신이 겪은 4·3을 증언하는 어머니 강정희씨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작품은 자신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던 어머니 과거를 쫓다가 4·3을 마주하는 내용을 담았다.

극 중 하이라이트는 양 감독이 아버지가 생전에 반대하던 일본인 사위를 데려오자 어머니가 우리나라 장모들이 사위를 위해 씨암탉을 잡듯 닭 안에 마늘을 가득 넣어 닭 수프(삼계탕)을 끓이는 장면이 나온다.

이후에는 역으로 사위가 어머니의 레시피 대로 수프를 끓여 어머니를 대접한다.

생각은 다르지만 함께 수프를 먹으며 정을 나누는 가족 모습으로 이데올로기를 초월한 평화 가치를 담아낸다.

또 하나의 하이라이트는 제주4‧3연구소가 일본을 찾아가 어머니를 심층 인터뷰 하면서 어머니가 겪은 가슴 응어리 속 4‧3을 토해내듯 밝히는 장면이 나와 관객의 눈시울을 붉혔다.

이후 치매가 온 어머니는 기억을 잃어가는 한편 양 감독, 사위, 어머니가 함께 제주4‧3평화공원을 찾는 등 과거를 기억하고, 마음을 치유해간다.

이날 관객과의 대화에서 양 감독은 “예비 신랑을 어머니에게 소개시켜주러 가면서 처음 카메라를 들었다가 생각이 다른 세사람이 수프를 먹었고, 영화제작의 영감이 됐다”며 “2000년대 미국에서 역사연구자로부터 4‧3에 대해 처음 들었고, 부모님은 4‧3을 함구했다. 이후 어머니에게 수차례 ‘세상이 변했다, 말하셔도 된다’고 설득해가자 어머니도 입을 열기 시작했다. 영화는 그 10여 년 간 작업의 기록”이라고 밝혔다.

한 후원 회원은 “재일교포로 일본과 제주를 왔다갔다하며 살고 있다. 제주4‧3을 알리는 취지에 공감해 후원을 시작했다”며 “영화를 통해 더욱 4‧3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었다”고 밝혔다.

김나영 기자  kny8069@jejuilbo.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