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이 73년 전 북촌마을 비극 담담하게 영상에 담아
고등학생들이 제주4‧3의 역사와 정신을 계승하기 위해 당시의 비극을 담담하게 영상에 담았다.
서귀포고등학교(교장 송재충) 자율동아리 학생들은 단편영화 ‘동백만이 남았네-너븐숭이’를 제작해 지난달 30일 교내 강당에서 시사회를 개최했다. 이날 시사회에는 1학년 학생들은 물론 4·3유족, 동문, 학부모 등이 참석했다.
영화는 1949년 1월 조천읍 북촌마을에서 주민 450여 명이 희생된 비극을 소재로 제작됐다.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가상 인물 ‘부준구’를 중심으로 담담하게 북촌사건의 비극을 그려냈다. 50년 후 명예졸업장 수여를 통한 명예 회복을 통해 희망을 품고 밝은 미래로 나가자는 메시지를 담았다.
서귀포고 17명의 학생을 중심으로 자율동아리를 구성해 6개월 동안 영화를 제작했는데 북촌사건 자료 분석, 시나리오 작성, 촬영장소 답사, 촬영 및 연출, 편집 등 일련의 과정을 학생들이 주도적으로 진행했다. 서귀포여고 2명과 서귀포대신중 2명도 출연해 의미를 더했다.
시사회에 참석한 오임종 제주4·3희생자유족회장은 “학생들의 주도로 4‧3 기억의 전승을 위해 이렇게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셔서 감사하다. 제주의 평화를 이끌어나갈 미래세대로써 그 역할이 기대되며, 앞으로도 지금처럼 희망찬 모습으로 성장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고완순 4·3북촌유족회장은 “우리 북촌마을의 아픔을 주제로 영화를 제작해주니 감사하고, 여러분들을 보니 안심된다. 북촌마을 말고도 도내 많은 아픔이 있었다. 그 마음을 보듬고 아픔을 씻어내 주는 일에 힘써달라”고 당부했다.
한지건 자율동아리 부장은 “영화 제작이 처음이라 어려움도 있었지만 많은 분의 도움으로 제작 과정을 이해하였으며, 진행될수록 촬영에 몰입되어 실제 1949년 1월 북촌마을에서 주민들이 겪었던 슬픔을 조금이나마 느끼게 됐다”며 “유족분들께서 영화 관람 후 고맙다고 만져주는 손길을 통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 4‧3의 정신을 이어나가기 위해 저희도 더욱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홍성배 기자 andhong@jejuilbo.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