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의 존재 이유
법의 존재 이유
  • 뉴제주일보
  • 승인 2022.12.04 19: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방울 고문헌 박사·논설위원

법 만능시대다. 대통령의 제일성이 법치다.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기에 어찌 보면 당연해 보인다.

하지만 법은 우리 사회를 지키는 최후의 보루이어야 한다. 걸핏하면 법치 운운하며 공권력을 동원하는 사회는 결코 인간적이지 않다. 사회갈등이 없을 순 없지만, 그 갈등을 해결하는 방법에는 절차가 있고 단계가 있다. 법치라는 이름의 강제력 동원은 신중하고 최후적이어야 한다.

신이 통치하는 신정에서 왕이 통치하는 왕정으로 다시 법이 통치하는 헌정으로 인류역사는 진화해 왔다.

신정에서는 신의 뜻이 중요했고, 왕정에서는 왕의 의지가 중요했다. 그 뜻과 의지는 너무 높은 곳에 있어 아래에서는 알기 어려웠다. 그것이 언제 어떻게 행사될지도 알 수 없었다. 그 뜻과 의지의 자의적 행사를 막기 위해 의회가 소집됐다. 그리고 그 증거물로 법이 제정됐다.

법치는 형식적 법치에서 실질적 법치로 진화해 왔고, 다시 사회적 법치로 진화해가고 있다. 법은 스스로 말하지 않는다. 누군가의 해석과 집행이 필요하다. 그 누군가가 누구인지 중요하다.

해석에는 가치관과 입장차가 개입된다. 해석 권한은 일부 법기술자들이 독점하고 있다. 그리고 법의 집행에는 강제력이 동원된다. 그 강제력은 정부가 독점하고 있다. 민주공화국의 주권자인 국민은 사실상 법의 해석과 집행에서 배제되어 있다.

형식적 법치는 최소한의 법치다. 권력의 자의적 행사를 제한하기 위한 최소한의 입법이다. 정부는 권력을 행사함에 있어 이 법을 지키기만 하면 된다. 법이 실현하고자 하는 목적과 내용은 후순위다. 이 형식적 법치로는 법치를 가장한 독재의 출현을 막을 수 없었다.

그래서 형식적 합법성을 넘어선 실질적 정당성을 요구하게 되었다. 법은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보호할 때만이 그 정당성을 가질 수 있었다.

현대 민주주의 국가는 복지국가를 지향한다. 복지국가는 사회적 법치를 기반으로 한다. 국민의 자유와 권리 보장을 넘어 인간의 생존권 보장을 목표로 한다. 우리 헌법과 법률에서도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 근로의 권리 등을 보장하고 있다. 인간은 현실적으로는 불평등하나 생물학적으로는 평등하다. 생래적 차이는 개성일 뿐 현실적 불평등을 정당화시켜주지는 못한다. 그래서 법을 통한 최소한의 생활권 보장이 필요하다.

이 시점에서 다시 물을 수밖에 없다. 법은 누구의 것인가. 누구를 위해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 우리는 지금 어느 단계에 와 있는가. 법 조항이 선진적이라고 법 현실이 선진적인 것은 아니다. 법 해석과 법 집행은 전진적일 수도 역진적일 수도 있다. 적어도 역진적이지 않기 위해서는 법 기술을 넘어 법의 목적과 사회 현실을 동시에 고려할 수 있는 인간적 품성과 인문학적 소양이 필요하다.

헌정은 민주공화국의 통치형태다. 그래서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고, 민주공화국이어야 한다. 그것이 우리 역사가 걸어온 길이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