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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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제주일보
  • 승인 2022.12.01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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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희 제주대 중어중문학과 교수·논설위원

며칠 전 해외 출장을 가게 되어 비행기를 장시간 타야 하는 일이 있었다. 한국 시간으로 수요일 정오에 떠났는데 15시간 가까이 날아가서 도착한 그곳은 목요일 새벽이 아닌 수요일 저녁이었다.

한국과의 시차를 생각하면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었지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시간을 거슬러 돌아갈 수 있다면 사람들은 어떤 선택을 할까? 나라면 나의 삶에서 후회했던 선택에서 이전과 다른 선택으로 행동할 듯하다.

시간을 거슬러 되돌아갈 수만 있다면 과거로 돌아가서 무엇을 하고 싶은가?

살면서 수없이 많은 후회를 하면서 살아왔던 것 같다. 과거로 돌아가면 같은 선택을 절대로 안 했을 일들이 나에게도 너무나 많다. 이제까지 살아온 경험으로 안다. 과거로 돌아가서 다시 살아간다고 해도 훗날 어느 날에는 반드시 후회라는 것이 남으리라는 것을 안다. 

수능이 끝난 요즘 수험생들은 시험이 끝나서 후련할 수도 있겠지만 시험 결과를 후회하고 있을 수도 있다. 수능 결과를 보면서 좀 더 열심히 할 걸 하고 후회를 하고 있을 수도 있다. 수시 원서를 쓸 때 더 높거나 더 낮게 쓸 걸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수시 원서를 쓸 때로 다시 돌아가고 싶을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때로 돌아간다고 하더라도 같은 선택을 할지도 모른다. 수험생들은 지금까지의 인생을 살면서 삶에 있어 중요한 선택을 한 것이다. 인생에서 선택도 끝이 없지만 후회도 끝이 없다. 후회를 한다고 해서 당신의 선택이 틀린 것은 아니다. 후회로 인해 한 걸음 나아가면 되는 것이다.

중국에도 관련된 고사가 있다. 사람에게 붙잡힌 사향노루가 자신의 배꼽에서 나는 냄새 때문에 사람에게 붙잡혔다고 스스로 생각해서 자신의 배꼽을 물어뜯고자 했다는 의미에서 유래되었다는 ‘서제막급’(噬臍莫及)의 이야기다.

춘추 시대 초나라 문왕은 신나라를 치기 위해 병사들을 거느리고 도성을 출발하여 전쟁 길에 올랐다. 그들이 신나라로 가기 위해서는 등나라를 거쳐야만 했다. 문왕은 등나라에 사신을 먼저 보내어 자신의 군대가 지나갈 수 있게 해 달라고  요청했다. 등나라 왕은 호인으로 알려진 기후였고 문왕과는 숙질 사이였다. 기후는 순순히 허락했다.

문왕과 그의 군대가 등나라 도성에 이르자 기후는 반갑게 맞아들였다. 기후는 잔치를 베풀어 문왕과 그의 병사들을 배불리 먹였다. 이때 추생, 담생, 양생이라고 하는 세 사람이 기후를 찾아와서 문왕이 장래에는 반드시 등나라에 해를 끼칠 것이라고 말했다. 기후는 충신들의 간언을 끝내 받아들이지 않았다. 십 년 후쯤 문왕은 군대를 이끌고 등나라를 침공했고 주변의 이목만 신경 쓰고 아무런 대비도 하지 않고 있던 등나라는 결국 멸망하고 말았다. 

기후에게도 선택의 기회는 있었다. 등나라를 지나가지 말라고 할 수도 있었고 세 충신이 간언했을 때 삼촌으로서 체면만 지킬 것이 아니라 실리를 챙길 기회도 있었을 것이다.

엊그제 시작한 것 같았던 2022년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시간이 유수와 같고 쏜살같다는 말이 피부로 느껴진다. 연초에 계획했던 일들이 아직도 다 이루지 못 한 채 남아 있어 그 부담감이 나를 짓누르지만 시작이 반이다. 

오늘부터 다시 시작이다. 앞으로 후회할 일을 만들지 않겠다는 각오로 한 걸음씩 늘 시작하면서 살아보려고 한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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