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vs 신문
노인 vs 신문
  • 뉴제주일보
  • 승인 2022.11.30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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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영 ㈜숨비 대표이사·논설위원

며칠 전 본지 논설 담당의 반가운 원고청탁 전화를 받았다. 필자에게는 역사와 전통있는 뉴제주일보에 주기적으로 논설을 기고한다는 것이 큰 기쁨이고 독자에 대한 막중한 책임감 또한 느낀다. 이번 원고는 평소 1800자 원고 분량을 1500자로 줄여 달라는 요청이 왔다. 그 이유인즉 현재 11포인트인 신문활자를 12포인트로 올릴 계획이라고 한다. 필자도 노안이 왔는지 지난해부터 스마트폰 글자가 흐릿하던 참이라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었다.

대한안과학회의 ‘신문활자 및 행간간격의 확대가 시력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연구에 따르면 신문활자 크기와 국민 눈 건강과의 연관관계는 매우 밀접하다고 한다. 2000년 이후 모든 신문사의 활자는 몇 년을 주기로 3~5% 정도씩 커져 왔다. 신문사마다 ‘독자들 눈의 피로를 덜어주기 위해’, ‘가독성을 높여 신문 읽는 재미를 한층 더 느끼도록’, ‘신문의 열독률과 편집디자인의 시각적 효과를 높이기 위해’ 등 그 이유는 제 각각이지만 우리 모두가 체감하는 것은 신문 독자층의 평균 연령이 높아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유례가 없을 정도로 고령화가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다. 1999년에 노인 비율이 7%를 넘어 고령화사회가 됐고 2017년에는 노인 비율이 14%를 넘어 고령사회가 됐다. 1970년부터 현재까지 대한민국의 노인 인구 증가율은 OECD 국가 중에서 가장 높다. 통계청과 유엔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한국은 노인 비율 20%를 넘어서며 초고령 사회에 진입할 것이며 2060년대에는 노인 비율이 낙관적으로는 40%, 비관적으로는 50%를 넘어설 전망이라고 한다.

지난달 16일 필자는 서울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대한노인체육회 주관의 학술대회를 참석했다. ‘건강 장수로 가는 길은 웰에이징(Well-Aging)’이라는 주제의 학술 대회에서 노인 건강에 최적의 운동은 걷기이며, 걷는 것만으로도 치매, 암, 당뇨, 고혈압 등 대사성 질환 위험 등이 많이 감소한다고 한다. 노인이 건강하면 의료비 지출을 줄일 수 있어 국가재정에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오기 때문에 국가는 노인 건강 증진을 위한 노인체육 정책 수립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고령화가 진행되면 치매환자의 급증이 예상된다. 그러기에 육체적 운동 못지 않게 뇌운동도 필요하다. 신문을 노인 치매 예방에 활용하면 어떨까? 매일 신문을 정독하는 노인의 치매 예방 효과를 통계로 내어봐도 좋을 듯 하다.

활자 신문 독자의 고령화는 국가 인구 고령화 문제와 별개로 젊은 층이 활자신문을 접할 기회가 적다는 것에 그 이유가 있지 않나 싶다. 컴퓨터와 스마트폰 보급 그리고 일인매체의 성장에 비해 상대적으로 인쇄 매체인 신문의 보급률은 저조하다. 하지만 다행인 것은 도서관이나 관공서에 가면 비치된 신문을 정독하는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다. 비록 전통매체의 이용도가 상대적으로 낮아졌지만 신뢰도와 충성도는 변치 않았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제주도 취항의 항공기도 아쉽게도 원가절감을 이유로 일체의 지역신문을 제공하지 않고 제주도 일급 호텔조차 지역신문은 비치목록에 빠져있다. 비행기, 호텔은 물론 관공서와 모든 공공기관에 신문 비치를 의무화하고 학교와 함께 신문을 활용한 교육프로그램을 활성화하면 어떨까? 신문을 사랑하는 필자의 소망이다.

과거부터 신문은 시대의 변화를 이끄는 주역이었다. 생명체는 끊임없이 변화한다. 살아있는 신문이란 아니 신문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독자와 Interaction(상호작용)하며 환경의 도전에 변화해야 한다. 신뢰받는 전통매체의 맏형격인 신문의 역할이 아직도 무궁무진한 까닭이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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