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1세대 업사이클링 예술가..."환경문제 대응 패러다임 바꿔야"
제주 1세대 업사이클링 예술가..."환경문제 대응 패러다임 바꿔야"
  • 김나영 기자
  • 승인 2022.11.30 1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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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제주인 11] 김지환 바다쓰기 대표
바다쓰레기, 작품 소재로 주목...'바다쓰기' 활동
돌처럼 생긴 파이로플라스틱 조명 개인전 화제
업사이클링 교육과 체험 진행...책 출간 등 범위 확장
"제주, 환경문제 향유하는 테마파크로 전환 가능"
난개발 막고 보존할 때...예술로 환경보호 결심
김지환 바다쓰기 대표가 최근 본지와의 인터뷰를 하고 난 후 작업물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나영 기자.

김지환 ‘바다쓰기’ 대표(43)는 쓰레기에 새로운 생명을 부여한다.

제주 1세대 업사이클링 작가로 꼽히는 그는 쓰레기를 통해 어린이에게 무한 상상력을 제공하고, 어른에게는 위험성을 다큐멘터리적으로 드러내고 경각심을 이끌어낸다.

서울 출신으로 2013년 여유로운 삶을 찾아 입도한 김 대표는 바다 쓰레기를 만난 뒤 바빠졌다. 이듬해 바다쓰기 사업자 등록을 낸 그는 업사이클링 개인전과 교육에 몰입해 왔다.

업사이클링 예술로 시작해 최근 공공미술 프로젝트부터 출판사 등록까지 확장한 그는 “천혜의 제주 자연환경이 망가지고 있다. 사람들이 상상력을 회복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 쓰레기가 작품으로…미래세대 교육 중요

김 대표는 대학에서 미술교육을 전공할 때부터 쓰레기를 미술 재료로 애용했다.

그는 “대학 시절 캔버스를 살 돈이 부족해 목재를 쓰기도 했고, 안 쓰는 신문지와 나무 조각 같은 재료로 작품을 만들어 과제로 제출하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대학 시절 4년 간 학보사 기자를 지낸 김 대표는 학교생활 내내 전공보다 취재활동에 치중했고, 졸업 후 언론인의 길을 걸었다.

그러던 김 대표에게 제주는 다시금 창작에 눈을 뜨게 한 계기였다.

입도 후 6개월 간 이어가던 기자 생활을 그만두고 방과후 미술교사로 일하던 그는 2014년 제주 바닷가에 떠밀려온 바다 쓰레기를 보고 삶의 전환점을 찾았다.

김 대표는 “지금은 더 심해졌지만 9년 전에도 제주에 쓰레기가 많았다. 아름다운 제주 자연이 파괴된다는 점이 안타까웠고, 소비하지 않고 작품을 만드는 경험을 타인과 나누고 싶었다. 더욱이 쓰레기 표면의 알록달록한 페인트를 보고 물감을 사지 않아도 작품을 표현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제주 해안가에 쓰레기가 무한대로 떠밀려오니 평생 재료 걱정은 없겠다고도 느꼈다”며 쓴 웃음을 지었다.

초창기 김 대표는 쓰레기로 작품을 하나둘 제작해 지인들에게 나눠주려고 했다.

그런데 반응이 하나 같이 ‘거절’이었다.

그는 “오기가 생겨 작품을 도내 벼룩시장에 갖고 나갔다. 애월읍 수산시장에 일주일에 한 번씩 플리마켓 셀러로 참여했는데 아이들이 참 좋아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곳에서 첫 작품을 팔았다. 도내 한 중고 옷가게 주인이 작품을 사려고 했는데 애초에 팔 생각이 없었기에 ‘모른다’고 말했다가 ‘(작품 가격을)주고 싶은 대로 달라’고 고쳐 말했다”며 “옷가게 주인은 3만원에 사갔고 작품을 옷가게 맨 앞쪽에 전시해 놓았다. 가능성을 봤다”고 돌아봤다.

이후 김 대표는 도내 전역의 벼룩시장으로 진출해 작품을 팔았다.

그가 유튜브, 블로그 등 SNS를 통해 지역사회에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같은 해 도내 한 갤러리 카페에서 첫 개인전도 열게 됐다.

전시에서 시도된 첫 업사이클링 워크숍도 인기를 끌며 2014년 바다쓰기로 사업자 등록을 했고 1인 기업으로서 정식 활동을 시작했다.

김지환 바다쓰기 대표가 그가 주워온 쓰레기를 활용해 작업하고 있다. 김나영 기자.

▲파이로 플라스틱 첫 전시…“상상력 회복해야”

김 대표는 줄곧 제주 바다 현장에 있었다.

해양수산부 모니터링 요원으로 제주에서 5년간 일하며 제주 바다 쓰레기 현황을 계속해서 데이터베이스화 해 왔다.

“관찰 과정에서 한 도민이 야간에 하귀 해안가에 냉장고를 그대로 버리고 가는 경우도 봤고, 판포 쪽에서 검은색이어야 할 돌이 시멘트로 모두 회색으로 변색되고 주변 식물도 다 죽어 있는 경우도 봤어요. 환경 파괴를 실감했죠.”

그러다 김 대표는 지역 돌과 똑같이 생긴 불법 소각 플라스틱이 바다로 흘러들어가면 미세 플라스틱 원인이 되는 ‘파이로 플라스틱’이라는 개념을 알게 되고, 파이로 플라스틱이라는 단일 개념으로는 국내 첫 개인전을 열어 주목 받았다.

그는 “관객들은 처음 자신이 돌 전시를 보고 있는 줄 알았다가 파일로 플라스틱이었다는 사실을 아는 순간 충격을 받았다”며 “지난 전시에서는 관객에게 충격파를 주고자 다큐멘터리적으로 접근했지만 다음부터는 더욱 다양한 전시 방식을 고민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러한 그의 현장 경험은 바다쓰기에서의 교육의 토대가 됐다.  지난 9년 간 김 대표의 업사이클링 교육을 받은 제자는 3만명에 달한다.

바다쓰기에서는 쓰레기를 직접 줍고 강의를 들은 뒤 업사이클링을 체험한다. 업사이클링 키트 ‘다아이업’도 여럿 개발됐다.

현재 40∼50여 가지로, 해양쓰레기를 활용한 캔들 홀더 만들기, 미니하우스, 씨글래스 액자, 시계 조명, 스피커, 별조명, 그림자극 등이다.

바다쓰기의 주된 교육 대상은 미래 세대인 어린이다.

“아이들에게  쓰레기에 대한 궁금증을 유발하거나 감동과 기쁨 같은 감정적 선물을 주고 싶어요. 제가 교육한 아이들이 성인이 될 것이고, 결정권자가 될 수 있어요. 교육하는 선생님이 될 수도, 정책을 수행하는 공무원이 될 수도, CEO, 식당 사장, 요리사가 될 수도 있죠. 환경을 배운 아이들은 커서 경험치가 쌓여 탄소 배출을 줄이는 노력을 현실에 반영시킬 거예요.”

그의 활동반경이 넓어지고 있다. 올해는 제주뿐 아니라 화성시, 인천 서구청 등에서 시민 업사이클링 체험을 진행했다. 최근 출판사 등록을 마치고 (가칭)여차도리의 여행 등 그림책 출간도 앞뒀다.

환경 파괴를 안타까워하는 김 대표가 제시하는 해법은 상상력 회복이다.

그는 “난개발로 제주가 망가지는 건 상상력이 부재하기 때문이다. 우리도 상상력을 회복해 도내 환경과 원형을 살리고 보존해나가야 한다. 상상력은 미술뿐 아니라 요리, 건축에도 적용 될 수 있다. 번듯한 건물을 짓고 도로를 뚫는 방법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이탈리아는 자기 집의 나무를 베어내도 신고 당하고, 창도 함부로 못 바꾼다. 지금의 피렌체 모습이 가치로운 이유”라고 말했다.

또 김 대표는 "제주는 환경교육에 있어 중심지가 될 수 있다. 제주에 떠밀려오는 쓰레기로 환경문제를 즐기며 향유하는 테마파크를 충분히 만들 수 있다고 본다. 낙후된 골목이 있다면 명패 대신 쓰레기로 만든 작은 모형집을 만들어 설치해 제주 곳곳을 갤러리화 할 수도 있겠다. 앞으로 예술 작업으로 사람들의 잃어버린 상상력을 회복시켜주는 존재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김나영 기자  kny8069@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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