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란 무엇인가?
국가란 무엇인가?
  • 뉴제주일보
  • 승인 2022.11.29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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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환 제주지역사회교육협의회 부회장

“짐이 곧 국가다.” 필자가 직장생활의 모토로 삼는 문장이다.

프랑스 국왕 루이 14세가 한 말로 왕은 신이 내린 사람이므로 왕은 신에게만 책임을 지며 모든 백성은 왕에게 군말 없이 절대복종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자부심 쩌는 필자지만 태양왕 루이 14세처럼 천상천하 유아독존의 거드름이 아닌 공직에 임하는 필자에게 이 말은 필자의 판단과 결정이 국가의 결정이 될 수 있다는 그 책임의 크기가 막중함을 의미한다. 

지난 30년 동안 필자는 말단직에서 현직 본부장에 이르기까지 국가와 국민을 위해 맡은 바 직무를 다함에 직위가 낮음을 탓하지 않고 경영진과 장관을, 대통령도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직위에 연연하지 말고 말단이라도 좋은 정책 아이디어는 국민생활에 직결될 뿐만 아니라 대통령의 마음도 움직이는 것이니 공직자로서 막중한 책임을 잊지 말라는 공직 선배이시기도 한 부친의 가르침이었다.

필자는 국민생활과 안전, 산업 동력의 기반이 되는 전력 분야 공직자로 그 중 20년은 제주지역 전력공급의 실무자였다. 

필수 공공재인 전기, 어느 한 순간이라도 중단되지 않도록 전력공급 계획은 매일같이, 매주, 매달, 매년 주기별로 미리미리 계획을 세워서 대비해야 한다.

특히 전력 설비 건설에 수년 혹은 십년 이상 걸리는 것을 감안하여 중장기 계획을 세워야 한다.

계획의 주기와 규모에 따라 계획 수립의 주체와 결정권자가 달라지고 중장기 계획인 국가전력수급 기본계획은 주무장관의 책임이다.

전력 수요가 둔화된 전국 상황과 달리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가는 제주지역의 전력공급 설비 확보 필요성에 대해 동의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전력 설비 확충에 본사와 정부를 설득하고 유관기관을 설득하는 과정은 가히 투쟁이라 할 만큼 2년마다 반복되었다. 

수많은 공직자의 직무가 그러할 것이다. 국민의 생활과 안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현장 실무자의 판단과 제안은 관리자의 결정과 나아가 정부의 정책 결정에 기본이 되기 때문에 공직에 임하는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막중한 책임감과 자부심이 필요한 이유다.

10·29 참사의 원인은 실무자의 계획이 세워졌지만 실행되지 않았거나 못 했다. 

핼러윈 행사는 매년 이루어진 행사였고 안전사고를 막기 위한 계획이 매년 세워지는 행사였다. 매년 반복되는 행사에 현장 실무자들은 계획을 세우고 대비하였을 것이다.

삭제 지시 보도나 관할구청 대책회의가 있었다는 등의 지금까지 보도된 뉴스를 토대로 판단해 보면 현장 실무선에서는 계획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번 참사는 마치 일어나기를 바라는 것처럼 뒷짐 지고 방조한 결과였다.

사전에 예방하지 못 하고 그 날의 현장을 맞닥뜨린 현장 실무자들의 질서 유지와 구조 활동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현장 실무자부터 관리자까지 그 어느 누구도 그 날의 위험성을 경고하지 않았다. 군중밀집 위험에 대한 신념을 가진 한 사람의 신념만 있었어도 막을 수 있었던 일을 이제는 수만 명이 매달려도 해결할 수 없는 상황을 만들고야 만 것이다.

안타깝고도 안타까운 일이다. 현장 실무진의 계획이 무산되었다 하더라도 일방통행 안내 등 자원봉사자를 동원하든 최소한의 질서 유지 인력만 확보하는 대안을 마련할 수 있었더라도 참사는 일어나지 않았을 터인데.

실무진의 신념이나 의견을 제시할 수 없는 어떤 상황이 있었을까? 매년 작동하던 업무체계가 작동되지 않은 원인이 무엇일까? 아쉽고도 너무 아쉽다.

10·29 참사 희생 규모는 현장 실무자가 맞닥뜨려 막을 수 없었던 국가 시스템의 오작동과 부재에서 비롯된 것이다. 현장 관리자, 관할기관장, 소관부처 모두가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지금 우리의 국가는 어디에 있는가?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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