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새처럼 날아라
철새처럼 날아라
  • 뉴제주일보
  • 승인 2022.11.27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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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새의 계절이다.

제주시 구좌읍 하도리와 한경면 용수리, 서귀포시 성산읍 오조리 철새도래지에는 겨울 철새들이 한창 날아들고 있다.

천연기념물인 저어새와 노랑부리저어서, 고니, 매뿐만 아니라 오리류, 물떼새류, 도요새류, 기러기류, 논병아리류, 가마우지류, 아비류 등 온갖 철새가 모여들어 장관을 이룬다.

이 아름다운 철새들의 비상(飛翔)을 조류독감 출입통제로 인해 가까이가서 볼 수 없는 것이 아쉽기만 하다.

그런데 ‘철새’란 말은 매우 부정적이다. 언제부터, 어떤 연유로 이 말이 ‘정치적인 이익을 좇아 당(黨)을 이리저리 옮겨다니는 정치인’을 뜻하게 됐는지는 모르지만 철새들이 만약 이말을 듣는다면 참 억울할 일이다.

철새는 치열하게 산다.

나라와 지역사회의 경제위기가 심화되면서 ‘철새식 생존법’이 다시 화두다.

▲겨울 철새들은 추운 겨울을 나기위해 시베리아와 북만주 등 북쪽 지방에서 수천㎞를 비행해서 남쪽으로 온다.

조그만 체구의 철새들이 수천마리씩 떼를 지어 그토록 먼 거리를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찾아오는 것을 보면 경이롭기까지 하다.

현대과학도 아직 완전히 풀지 못 하는 수수께끼다.

다만 몇 가지 사실은 밝혀졌다. 철새들은 먼 거리를 떠나기 전에 에너지를 축적한다는 것이다. 끊임없이 먹어 하루 10%씩 체중을 불리는가 하면, 심한 경우 자신의 몸무게의 두 배에 이를 정도로 늘린다는 연구보고서도 있다.

부리도요새의 경우 호주나 아프리카 남쪽 끝까지 내려가고, 제비갈매기는 북극에서 남극까지 오간다. 태양나침반, 냄새, 지구자기장, 지형 등으로 길을 찾고 기류를 이용해 먼 거리를 비행한다.

기러기가 날아가는 모습을 보면 ‘ㄱ’자 편대다.

이런 형태로 집단이 날갯짓을 하면 뒤쪽 새들에게 상승기류를 만들어줘 혼자 날 때보다 70% 이상 더 먼거리를 날 수 있다고 한다.

▲철새들의 생존조건은 체력과 방향성만이 아니다.

강인한 정신이 있어야 하고, 공중에 높이 떠서 먹을 것을 찾아야 하고, 매일 밤을 낯선 곳에서 지내야 한다.

위험을 피하기 위한 기민한 대처능력이 있어야 함은 물론이다.

그래서 철새들은 모두 인내력과 생명력이 강하다.

1997년 IMF 외환위기때 등 어려울 때마다 ‘철새처럼 살아라’하는 말이 유행한 것은 그런 강인한 생명력 때문이다.

철새처럼 쉬지 않고 이동하면 훨씬 다양한 것을 보고 경험할 수 있어 그만큼 성공기회가 많아진다는 얘기다.

둥지만 지키는 텃새처럼 산다면 자신의 잠재능력을 알지 못할 뿐더러 더 큰 비전이 있다는 사실도 모른 채 지나칠 수 있다는 것을 경계한다.

새로운 가능성을 추구하려면 기존의 환경에서 과감히 탈피해야한다.

앞이 캄캄하다고 주저앉을 게 아니라 도전하라는 말이다.

▲철새가 AI조류독감의 주범으로 지목돼 ‘철새 비상’이 걸렸다.

하지만 조류독감은 사람에게는 전염되지 않고, 문제가 되는 가금류도 익혀 먹으면 괜찮다고 한다.

철새도래지 인근 방역을 철저히 하되, 정확한 사실도 모르면서 지나치게 불안해 하거나 과민반응하지는 말았으면 싶다.

오히려 철새들을 위해 과일을 다 따지 않고 남겨두는 넉넉한 인심이 돋보이는 풍경을 되살렸으면 좋겠다.

카타르 월드컵에 출전한 우리 태극전사들의 경기모습이 마치 기러기가 ‘ㄱ’자 편대로 날아가는 것 같았다.

손흥민 캡틴을 정점으로 마치 철새처럼 날았다.

오늘 밤(한국-가나 전)에도 앞에 선 선배가 날갯짓으로 후배 새들에게 상승기류를 만들어주면서 킬리만자로의 벽을 넘을 것이다.

그리고 우리도 이 경제 위기를 철새처럼 날아 넘을 것이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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