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서의 붕괴
질서의 붕괴
  • 뉴제주일보
  • 승인 2022.11.24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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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종흠 전 한국방송대 제주지역대학장·논설위원

지금 우리나라를 진단한다면 사회적 질서가 무너진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정치부터 국민의 생활에 이르기까지 순탄하게 일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거의 없는 사건, 사고가 너무나 빈번하게 일어나기 때문이다.

앞에 ‘묻지마’가 붙으면 한층 자연스럽게 여겨지는 정쟁, 투쟁, 폭력, 살인, 스토킹, 사기, 거짓말, 분노로 인해 발생하는 갈등은 스스로에 의한 통제가 불가능해지자 법에 의지하려는 경향이 강해지면서 질서의 붕괴가 가속되는 양상인데, 이것은 사회구성체의 바탕을 이루는 체계가 뒤틀리면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체계란 일정한 원리에 의해 부분과 부분이 잘 연결되어 일사불란하게 통일된 모양을 갖춘 전체이다. 그 중 관념체계는 구성원의 생각들이 일정한 원리에 의해 논리적으로 조직된 의식 혹은 이념을 지칭하는데, 사회에서 매우 중요한 구실을 한다.

의식은 외부의 존재에 대해 체계화한 견해나 생각이 일정한 목적을 가진 행위로 표출되면서 조직, 국가, 사회 등을 바람직한 방향으로 질서 있게 이끄는 성격을 지닌다.

관념체계의 근본이 되는 의식은 논리적이면서 일관된 구조를 가진 위계와 차례 등이 기반을 이루는 질서를 통해 드러나는데, 국가와 사회를 유지하고 발전시키는 원동력이다.

그릇된 의식을 가지면 무질서가 횡횡하면서 사회는 퇴보하고, 건전한 의식을 가지면 배려와 질서를 통해 사회는 발전한다.

현재 우리나라는 비상식적 의식이 굳어지면서 위계와 차례라는 질서가 무너졌고, 잘못되거나 나쁜 것의 원인은 전부 남에게서 찾는 자기중심적 사회가 되고 말았다.

자기중심적이 되면 자신이 손해를 입는 일이 발생하거나 좋지 않은 무엇인가가 생기면 그 원인을 상대에게서 찾아 책임을 전가한다. 공정과 어긋나는 일을 저질러도 다른 사람 핑계를 대고, 사람을 죽여 놓고도 죽은 이가 잘못해서 그랬다고 항변한다.

사회구성원 중 상당수의 사람이 상대방에게 손가락질하면서 갈등을 유발하는 싸움을 벌이는 경우가 허다하게 일어나는 것, 좋지 않은 일이 발생했을 때 위로를 한다는 명분으로 너의 잘못이 아니라고 말하는 것 역시 너무나 이기적이다. 죄책감은 덜 수 있을지 몰라도 사태에 대한 정확한 판단과 자성을 통한 발전을 방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의식의 체계가 무너지면서 혼돈과 무질서를 향해 가고 있는 우리나라가 이런 어려움을 극복하고 더 나은 사회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잘못된 모든 것의 원인은 자신에게서 찾을 것, 상대방을 적으로 여기는 생각을 멈출 것, 나보다 남을 먼저 배려하는 마음과 자세를 가질 것 등을 지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논리적이면서 일관된 구조를 가진 위계와 차례를 바탕으로 하는 질서를 찾는 방법으로 우린 상식과 공정이라는 것을 이야기하곤 한다. 상식이란 일반적인 사람이 다 가지고 있거나 가지고 있어야 할 지식이나 판단을 말하며, 공정이란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침이 없는 공평함과 올바름을 의미한다.

대다수 사람이 상식과 공정이라는 키워드로 세상을 바라보고 싶어 하지만 현재 우리 사회는 의식 체계의 혼선으로 인해 그것이 불가능한 상황에 부닥쳐 있다. 혼란과 증오, 그리고 혐오가 판치는 현 상황에서 개인과 사회를 굳건하게 지키고 발전시킬 수 있는 주체가 바로 자기 자신이라는 점을 명심하여 상식과 공정을 기반으로 한 체계적인 의식을 바탕으로 질서를 유지하고자 노력하는 것이 매우 필요한 시기라고 본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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