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사진첩
추억의 사진첩
  • 뉴제주일보
  • 승인 2022.11.23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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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금희 제주대 사회과학연구소 특별연구원·논설위원

가족이란 행복과 고통을 함께하는 추억의 사진첩과 같다. 그러나 요즘은 함께 보다는 혼자가 대세가 되는 것 같아서 안타깝다. 과거의 사진들을 하나하나 들춰보다가 가족과 함께한 순간이 행복했다는 것을 느끼는 것은 축복이다.

추억으로 남기고 싶은 사진들이 저장된 추억의 집합체인 앨범을 들춰보는 일도 이젠 옛일이 되고 있다. 휴대전화 앨범에 저장할 수 있다 보니 사진첩을 간직하는 일도 많이 줄어든 것 같다. 조금 불편해도 옛날 감성이 있던 시절이 풋풋한 ‘정(精)’이라도 오가던 좋은 시절이 아니었다 싶다.

직접 얼굴을 보면서 처리하지 않아도 비대면으로 쉽고 간단하게 처리되는 편리성이 어떤 면에서는 대면 방식으로 쌓을 수 있는 따뜻한 ‘정’을 만들고 나눌 기회도 가로막는 것 같다. 그래서인지 점점 사회적 고립감도 커지고 그로 인해 고독사라는 슬픈 소식도 종종 들려온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2017년부터 2021년까지 5년에 걸쳐 우울증과 불안장애 진료 통계 분석 결과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우울증 환자 수는 2017년 69만1164명에서 2021년에는 93만3481명으로 35.1%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불안장애 환자 수는 2017년 65만3694명에서 2021년에는 86만5108명으로 32.3%나 증가했다. 우리 사회의 내외부적인 요인들로 인해 매우 우울해지고 불안해진 까닭도 한몫하는 듯싶다.

우리나라의 노인 자살률은 OECD 국가 중 높은 편이다. 그중에서도 함께 사는 가족이 없는 홀로 사는 노인의 자살률은 더 높다고 한다. 함께 사는 가족이 없다면 우울감이나 외로움은 더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함께 오래 같이 살기 위해서는 가족 간에 서로를 소중히 여기는 마음과 배려가 있어야 한다. 가족의 사랑과 이웃의 따뜻한 관심도 고독사를 예방할 수 있다.

지금 50대 이상 세대들이라면 경제적으로 풍요롭지 못했던 시대의 추억을 부모 세대와 대부분 공유하고 있을 것이다.

6·25전쟁 이후 피폐해진 우리나라의 경제 상황이 점차 회복되고는 있었지만, 여전히 곤궁한 삶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 부모의 그늘 밑에서 교육만이 인생 역전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굳은 각오로 공부하며 부모의 바쁜 일손을 도우면서 성장했다.

그 세대들에게는 고달픈 시절이기도 했지만 추억만은 풍성한 시절이었을 것이다. 고생한 기억도 지나고 나면 미화되는 마법을 부리기도 한다. 옛말하며 사는 날 오겠지 하며 서로를 위로하며 그 힘으로 고난을 이겨낸 사람들은 많은 순간을 누군가와 함께 지나왔을 것이다.

풍요롭진 않았지만, 함께 한 기억이 있어 삶이 따스하게 느껴지는데, 제주 지역 1인 가구 비율이 전체 가구의 30%를 넘어섰다는 소식에 마음이 어두워진다.

호남지방통계청이 올해 발표한 ‘2020 인구주택총조사 표본 집계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도내 1인 가구는 전체 가구의 31.1%인 8만1,855가구로 2015년 26.5%에서 지난해에는 32.7%로 3가구 중 1가구가 홀로 생활하고 있다고 한다. 응원하고 격려해주는 가족이 많아야 사회도 더 따뜻해질 텐데 1인 가구의 비율은 갈수록 더 증가할 것이라고 한다. 외로운 이들도 더 많아진다는 뜻이다.

추억을 공유하고 함께해온 이들이 사진 속에서처럼 지속해서 따뜻한 정을 나누며 서로를 살피고 보듬으며 함께 지낸다면 어려운 이들에게 용기를 줄 수 있으며 고독사와 같은 사회적 그늘도 많이 해소될 것이다. 함께 웃으며 찍은 추억의 사진첩처럼 제주 사회에서 함께 웃고 우는 제주도민의 모습을 많이 보고 싶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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