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 카타르월드컵이 던져주는 씁쓸함
‘축제’ 카타르월드컵이 던져주는 씁쓸함
  • 뉴제주일보
  • 승인 2022.11.23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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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팬데믹 시기를 보내며 전 세계인들이 기다려온 카타르월드컵이 지난 20일 막을 올렸다. 

개막식에서는 그룹 방탄소년단(BTS) 멤버 정국의 개막 공연에 나서 전 세계인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면서 우리나라의 위상을 다시 한 번 드높였다.

이어 펼쳐진 개막전에서 남미의 복병 에콰도르가 개최국인 카타르를 2-0으로 완파하면서 1930년 제1회 대회를 치른 월드컵 92년 역사에서 개최국이 개막전에서 진 첫 사례가 만들어지면서 시작부터 새로운 역사를 써내려갔다.

또 지난 22일 ‘중동의 복병’ 사우디아라비아가 리오넬 메시로 대표되는 아르헨티나를 2-1로 제압하면서 대회 초반 최대의 이변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이와 같이 월드컵 대회는 축구라는 한 종목을 통해 전 세계인들을 웃고 울게 만드는 세계인의 축제이다.

하지만 ‘지구촌 축제’인 월드컵이 다른 면에서는 많은 논란을 낳고 있다.

영국 공영방송 BBC는 카타르의 ‘인권 문제’에 항의하며 개막식을 TV로 생중계하지 않았다. 동성애가 형사처벌 대상인 카타르는 이들의 인권 문제로 유럽 등 서방과 대치해왔다.

이에 대한 항의로 잉글랜드·독일·네덜란드·벨기에·덴마크·스위스·웨일스 7개 팀 주장들은 무지개색으로 채워진 하트에 숫자 ‘1’과 ‘원 러브’(One Love)가 적힌 완장을 차고 경기에 나서기로 했다. 

하지만 국제축구연맹(FIFA)이 성 소수자의 인권을 뜻하는 ‘무지개 완장’ 착용을 제재하겠다는 입장을 밝히자 이들은 피파가 제안한 ‘NO DISCRIMINATION’(차별 반대) 완장을 착용하기로 했다.

지난 21일 이란과 경기에서 잉글랜드 대표팀 주장 해리 케인이 무지개 완장 대신 이 완장을 착용하고 경기에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잉글랜드 팀은 이날 경기에 앞서 ‘무릎 꿇기’ 퍼포먼스로 대회를 시작했다. 인종차별에 항의하는 의미의 무릎 꿇기는 2016년 미국프로풋볼(NFL) 선수 콜린 캐퍼닉이 경기 전 미국 국가가 울려 퍼질 때 무릎을 꿇은 채 국민의례를 거부한 데서 비롯됐다.

이 퍼포먼스를 잉글랜드가 월드컵 첫 경기에서 하게 된 건 개최국 카타르를 둘러싸고 이어진 이주노동자, 성 소수자 인권 탄압 논란과 관련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편 카타르 월드컵은 ‘피의 월드컵’이라는 지적까지 나온다. 외국인 노동자 수천 명이 월드컵 경기장 등 기반시설을 짓는 과정에서 희생됐기 때문이다. 

2021년 영국 가디언 보도에 따르면 카타르가 월드컵 개최권을 획득한 2010년부터 2020년 말까지 카타르로 이주한 남아시아 5개국(인도·네팔·방글라데시·스리랑카·파키스탄) 출신 노동자 중 6751명이 사망했다.

인도 노동자가 2711명으로 가장 많았고 네팔 1641명, 방글라데시 1018명, 파키스탄 824명, 스리랑카 557명이었다. 케냐와 필리핀 등 다른 국가 출신 노동자는 조사되지 않아 실제 사망자 수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앞서 국제인권단체 앰네스티는 2016년 카타르월드컵의 이주민 노동 착취를 조사해 ‘아름다운 경기의 추한 단면’이란 제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당시 보고서에는 이주노동자가 불결하고 비좁은 숙소에 살며 낮은 급여, 사기, 체불, 강제노동, 여권 압수 같은 불법 행위에 시달려왔다는 내용이 담겼다. 

살릴 셰티 앰네스티 사무총장은 “선수와 팬들에게 카타르월드컵 경기장이 꿈의 장소지만 이주노동자에게는 지옥 같은 곳이 될 수 있다”고 비난한 바 있다.

스포츠 경기에서 정치적 의사를 밝혀서는 안 되고 해당 국가의 문화를 존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으나 축제의 장인 월드컵에서 이런 논란이 일고 있는 것은 유감이다.

제주에서도 중학교에서 이뤄진 혐오·차별 관련 수업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이와 관련 “다른 성별 정체성과 성적 지향을 가진 사람은 우리 사회에서 대표적인 혐오와 차별의 대상이기에 이들에 대한 편견 해소와 혐오 차별을 예방하는 인식 개선의 노력은 지극히 정당하다”라고 검토 의견을 밝혔다.

모든 인간이 누려야 하는 보편적 인권은 어떤 상황에서도 지켜져야 한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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