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 제주지부, 시정 요구…도교육청도 기술 근거 존치 위해 도민 의견수렴 나서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이 최근 제주4·3 75주년인 2023년을 ‘4·3교육 전국화’를 실질적으로 실현하는 전환적인 시기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그런데 정작 교육부는 교과서에 4‧3을 기술할 수 있는 근거를 제외하려고 해 논란이 일고 있다.
22일 전교조 제주지부와 제주도교육청에 따르면 교육부는 최근 2022 개정 교육과정에 대해 행정예고를 하고 17개 시‧도 교육청에 의견을 제시하도록 했다.
문제는 교육부의 고등학교 한국사 행정예고본에서 제주4‧3사건을 포함한 ‘학습요소’와 ‘성취기준 해설’이 삭제돼 이대로 확정될 경우 제주4‧3을 기술할 수 있는 근거가 사라진다는 것이다.
교육부의 2022 개정 교육과정은 모든 교과의 자율성 강화하기 위해 ‘학습요소’를 모두 삭제했다. 또한 행정예고본 성취기준에 ‘냉전체제가 한반도 정세에 미친 영향을 파악하고, 자유민주주의에 기초한 대한민국 정부 수립 과정을 탐색한다’고 서술한 후 ‘성취기준 해설’을 삭제했다.
이와 관련, 전교조 제주지부는 학습요소의 일괄 삭제는 제주4‧3에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지만 4‧3교육에 위축을 가져올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자유’민주주의는 제주 4·3사건 교육에 직접적인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했다. ‘자유’민주주의에 기초한 대한민국 정부 수립 과정이라는 성취기준은 4·3교육을 배제할 논리적 근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2022 개정교육과정 시안 공청회본의 성취기준 해설에는 ‘광복부터 정부수립까지 통일 정부를 수립하기 위한 노력과 대한민국 정부 수립 과정에 초점을 맞춘다’고 명시돼 있었지만 이번 행정예고본에는 이 부분의 해설이 제외됐다.
전교조 제주지부는 “통일정부 수립운동을 배제하고 ‘자유’ 민주주의에 기초한 대한민국 정부 수립 과정만을 탐구하게 되면, 분단을 정당화하고 제주4‧3사건을 부정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국가수준교육과정에 제주4‧3사건 명시, 성취기준에서 ‘자유민주주의에 기초한’이라는 문구 삭제, 2022 공청회본 성취기준 해설 복원을 요구했다.
제주도교육청도 ‘학습요소’와 ‘성취기준 해설’ 삭제로 인해 제주4‧3을 기술할 수 있는 근거가 제외될 우려가 있다며 도민사회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한 후 제주4·3의 교과서 기술에 대한 입장을 교육부에 제출하기로 했다.
도교육청은 교육과정 행정예고안이 확정될 경우 각 교과서에 4‧3에 대한 기술이 의무적이 아니라 출판사 뜻에 따라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고 있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4·3은 이데올로기의 문제가 아닌 인간의 생명과 존엄의 문제이며 평화, 인권, 정의 등 미래 가치를 실현하는 평화·인권교육의 토대”라며 “4·3뿐만이 아니라 미래 지향적인 역사 교육 및 정의로운 민주시민 교육을 위해서도 적절한 역사 기술이 필요하다. 지역과 이념을 초월한 하나 된 행동으로 적절한 역사교육 기술 촉구에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2015 개정 교육과정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에 제주4·3은 ‘8·15 광복과 통일 정부 수립 과정’을 이해하는데 알아야 할 학습요소로 반영됐다. 이를 근거로 고등학교 한국사교과서(8종 중 8종)와 중학교 역사교과서(7종 중 5종)에 기술됐고 내년에는 초등학교 사회교과서(11종 중 4종)에 기술될 예정이었다.
홍성배 기자 andhong@jejuilbo.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