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와 월드컵 축구
놀이와 월드컵 축구
  • 뉴제주일보
  • 승인 2022.11.21 1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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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진섭 문화예술연구소 함덕32 대표

프랑스의 사회학자였던 카이와는 ‘놀이와 인간’이라는 저서에서 놀이에 대한 다양한 현상들을 연구한 바 있다. 그는 놀이를 자유로운 활동, 분리된 활동, 확정되어 있지 않은 활동, 비생산적인 활동, 규칙이 있는 활동, 허구적인 활동으로 정의했다.

아울러 그는 놀이의 대표적인 역할 네 개를 제시하며 이 네 개의 역할 중 어느 것이 우위를 차지하는가에 따라 놀이의 성격이 달라진다고 했다. 그의 이론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아곤’(Agon)은 놀이에서의 경쟁과 투쟁이라는 속성을 반영하는 놀이 형태로서 스포츠나 구슬치기, 또는 바둑 같은 것을 예로 들 수 있다. ‘알레아’(Alea)는 ‘주사위’라는 뜻의 라틴어로 룰렛게임이나 제비뽑기 추첨 같은 것을 의미한다. ‘미미크리’(Mimicry)는 특정인이나 동물 등 어떤 것을 모방하거나 흉내 내는 놀이를 뜻한다. ‘일링크스’(Ilinx)는 널뛰기나 청룡열차 같은 빠른 운동을 통해 발생하는 혼돈의 상태를 즐기는 놀이이다. 

이처럼 카이와는 인간이 다양한 놀이의 역할을 수행하며 자신의 우수성을 인정받고 싶어 하거나 아니면 자신의 운명에 몸을 맡기기도 한다고 했다. 또 모방 행위로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는가 하면 혼돈의 상태를 즐기기도 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우리는 주변에서 다양한 놀이를 통해 타인과의 상호적 관계를 형성하며 동시에 자신의 내면을 확장해 나간다고 할 수 있다. 

카이와의 분류를 빌리면 축구는 대표적인 경쟁놀이 중 하나라고 하겠다. 상대방과의 경기를 통해 승패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주로 발을 사용하여 볼을 다루고 골을 다투는 축구는 오늘날 전 세계인이 즐기는 스포츠이자 놀이가 되었다.

축구가 언제부터 시작되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다만 근대 축구의 발상과 관련해서는 영국이라는 설이 유력한 것 같다. 즉 덴마크의 폭정 하에 학대를 받아왔던 영국인들이 덴마크군을 철퇴시킨 후 전쟁터에서 패잔병들의 두개골을 차며 승전을 축하했던 것이 계기가 되었다는 것이다. 그 후 축구는 ‘공’이라는 도구를 매개로 두 집단이 벌이는 대표적 운동경기로 정착되었다.

축구는 드리블, 슈팅, 패스 등의 기술을 통해 민첩성이나 지구력 등의 신체적 발달을 가져오고 팀의 일원으로서 협동심이나 책임감 같은 사회적 기능을 발휘한다. 또한 축구는 구경하는 사람들에게도 흥미로운 볼거리가 된다. 축구를 통해 집단 간 소속감이나 애국심을 부추기기도 하고 또 때로는 축구를 산업이나 정치적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프로축구나 국가 간 대항전은 그 대표적인 예이다. 축구만큼 대중적인 스포츠를 찾기란 쉬워 보이지 않는다.

FIFA(국제축구연맹)가 주최하는 월드컵이 카타르에서 시작되었다. 우리나라는 1954년 스위스 대회 첫 출전 이후 10회 연속 열한 번 참가했다. 총 220여 개 회원국이 지역예선을 거쳐 단 32개 국가만이 본선에 오르는 월드컵 대회에 축구 변방인 한국이 열한 번 참가했다는 것은 축구사의 대기록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자국의 대회를 제외하면 나머지 본선 성적은 그리 좋은 편은 아니었던 것 같다. 2002년 대회 이후 간간이 승리를 거두기는 했지만 많은 경기가 아쉬움을 남긴 채 마무리되곤 했다.

이에 언론은 팀의 전술과 경기력을 문제 삼아 감독에게 비난의 화살을 돌리기 일쑤였다. 일종의 희생양이었던 셈이다. ‘잘 되면 술이 석 잔, 안 되면 뺨이 세 대’라는 속담이 월드컵 축구에도 부합되는 것 같다. 

최근 우리 사회는 경제를 비롯하여 전례 없는 난국에 직면해 있다. 세대와 계층을 막론하고 우울한 소식들만 주변에서 들려온다. 이태원 참사로 올해는 거리 응원도 없을 듯하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TV를 통해 경기를 지켜볼 것이다. 한국팀의 선전을 통해 잠시나마 그동안 쌓인 스트레스를 풀 수 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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