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와전’(龍臥殿)은 어떻습니까?
‘용와전’(龍臥殿)은 어떻습니까?
  • 뉴제주일보
  • 승인 2022.11.20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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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상호 시인·칼럼니스트

“대통령실(건물) 이름으로 ‘용와전(龍臥殿)’은 어때?”
술이 좋아 벗이 좋은 건지 벗이 좋아 술이 좋은 건지, 한 달에 한 번 만나는 벗들이 있다. 무슨 얘기를 해도 흉허물이 없는 벗들이다. 정년퇴임 이후 필자는 한자설문(說文)에 빠졌다. 한자의 구조와 본디의 뜻을 설명함이 설문이다. 한자 2만8000자의 풀이를 완료하여 출판을 기다리고 있으니, 안주 삼아 한자설문 풀이가 저절로 나오게 마련이고, 벗들은 이미 이골이 나서 잘 참아 들어준다. 

대통령실이 도대체 뭐야, 대통령실이? 학교에는 교장실, 행정실, 교실이 있듯이 건물 안을 용도에 따라 구분해 놓는 것인데, 그 구분을 건물 전체의 현판처럼 쓰면 되나? 잠깐! ‘대웅전(大雄殿)’은 어떤 집이냐? 대웅전도 모르냐? 절에 가면 부처님을 모신 큰 집이 대웅전이지. 그것을 질문이라고 하냐? 이쯤 되면 술자리 학습동기(?)는 돋우어진 셈이다. 

대웅(大雄)이란 부처의 덕호(德號)인데, ‘큰 남자’에서 비롯되었다. 웅(雄)은 ‘수컷·뛰어나다’를 새김으로 지닌다. 웅(雄)의 왼쪽 변은 굉(厷); 남자가 팔뚝 근육을 자랑하며 보이는 모습. 이를테면, 좌(左)·우(右)·벗(友우)·존재(存在)의 머리 필획들이 모두 두 팔을 휘젓는 모습(‘厷굉’의 머리)이다. 굉(厷)의 그 모습이 대단하게 보여 ‘굉장(宏壯)하다’는 말도 나왔다. 꽁지 짧은 새(隹추) 앞에서 수컷 새가 날개깃을 펴는 모습과 팔뚝근육을 보이는 수컷의 모습이 같다(厷굉·隹추=雄웅). 그러니 대웅(大雄)이란 ‘대단한 팔뚝근육을 지닌 큰 남자’로 설문풀이가 된다. ‘대웅전 앞을 아무리 서성거려도 나의 큰 남자는 나타나지 않네.’ 어느 비구니스님이 넋두리하듯 농담하는 말을 직접 들은 적도 있다.

“그러면, 대웅전에서 전(殿)은 어떻게 풀이되나?” 이번엔 친구가 먼저 되묻는다. 한자설문의 바닥을 긁어내어 보려는 듯이 조금은 암팡지다. 수렵에서 농경 시대로 이어질 때, 주거가 혈거(穴居)에서 주택으로 옮겨진다. 즉, 수풀(林임)이 마을(村촌)로 바뀌게 된다. 마을이 형성되고 나니, 질서유지나 다툼의 조정을 맡을 큰 집(殿)이 필요하게 되었다. 그 큰 집에서는 잘잘못을 가려내어 죗값으로 볼기(臀둔)를 몽둥이(殳수)로 두드리기도 한다. 즉, 큰 집이란 ‘볼기 맞는 곳(臀둔·殳수=殿전)’에서 비롯되었다.

“龍(용)을 써 보시오.” 교실수업에서 제대로 쓰는 학생이 없다. 구구단 외듯이 선생이 선창한다. ‘입월(立月)!’ 학생들은 ‘복기삼(卜己彡)!’ 후창한다. ‘입월(立月)’은 용(龍)의 변(邊/한자의 왼쪽 부수)이며, ‘복기삼(卜己彡)’은 용(龍)의 방(旁/한자의 오른쪽 부수)이다. 용(龍)은 상징적 동물이나 지체·장기(月)를 지니어 높이 솟아오를(立) 수 있으며, 길흉화복(卜복)을 스스로(己기) 휘날린다(彡삼)(立月卜己彡⇒龍). 곤룡포(衮곤)는 용(龍)이 수놓인 임금의 정복; 옷(衣의)이 공변됨(公공)을 품고 있다(衣의·公공=衮곤).

“용와전(龍臥殿)에서, 이번엔 와(臥)를 풀이해 봐라.” 이쯤 되면, 질문하는 벗은 우등생 감이다. 신하(臣)도 사람(人)이어서 임금 옆에서 누워(臥) 잘 수 있어야 한다. ‘너희는 세상의 소금(鹽염)이다(마태복음)’에서, 소금밭(鹵로)은 날씨(卜복/길흉화복)에 따라 소금을 하얀 쌀(米)처럼 드러내기도 하고 녹아 없어지기도 한다(卜囗米⇒鹵로). 소금밭(鹵로) 한쪽에 누워서(臥와) 살아야 하듯 정성을 들여야 소금이 그릇(皿명)에 담기게 된다(臥·鹵·皿⇒鹽염). 와신상담(臥薪嘗膽)은 ‘마음먹은 일을 이루려고 괴로움과 어려움을 참고 견딤’이다.

용산(龍山)의 대통령 집무실을(龍)
소금·빛을 빚어내는 국무위원(臣)
그 사람들(人)과 함께 누워서(臥)
천기(天機)를 온전히 펼 수 있는
나라의 큰집(殿)으로서 기능토록
용와전(龍臥殿)이라; 어떻습니까?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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