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4·3 보상금 첫 기부…주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울컥'
제주 4·3 보상금 첫 기부…주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울컥'
  • 현대성 기자
  • 승인 2022.11.18 14: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4·3 희생자 후손-유족 국가보상금 유족회에 전달…기금 조성 시동
18일 제주4·3희생자유족회 사무실에서 강경돈씨와 한하용씨가 4·3 국가보상금을 유족회에 전달한 이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18일 제주4·3희생자유족회 사무실에서 강경돈씨(사진 왼쪽 네 번째)와 한하용씨(사진 왼쪽 다섯번째)가 4·3 국가보상금을 유족회에 전달한 이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문형순 서장님 같은 4·3 의인을 위해 보상금이 쓰였으면 합니다."

18일 4·3유족회를 찾아 국가보상금 1000만원을 기탁한 강경돈씨는 아버지가 겪은 고초에 따라 받은 국가보상금이 4·3 의인을 위해 쓰였으면 한다는 뜻을 밝히며 울컥했다. 4·3 국가보상금이 유족회에 기탁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강씨의 부친 강순주 할아버지(91)는 4·3 당시 생사의 갈림길에 섰으나 문형순 성산포경찰서장의 총살 지시 불이행으로 목숨을 건졌다.

문 전 서장은 6ㆍ25전쟁이 발발한 이후인 1950년 8월 ‘예비검속자를 총살하라’는 계엄군 명령을 “부당(不當)하므로 불이행(不履行)”이라며 거부하고 221명을 풀어줬다.

강경돈씨는 "아버지가 이 자리에 참석하고 싶어 했지만, 거동이 불편해 오시지 못했다"라며 "문형순 서장님의 뜻을 기리기 위해 보상금 기부를 결정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강순주 할아버지는 2018년 11월 1일 제주경찰청 문형순 서장 흉상 제막식에 참석해 “저를 포함해 성산포경찰서에 수감 중이던 죄 없는 도민들을 훈방하면서 ‘너희들은 행운아다. 나에게 고마워할 필요는 없다. 대신 이 사회에 이바지하는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라고 했던 서장님의 말씀을 또렷이 기억한다”며 “서장님은 영원할 것이다. 생을 마칠 때까지 고마움을 간직하며 살아가겠다”고 말한 바 있다.

오임종 4·3유족회장 역시 "이 자리에 오시기 전 가시리에서 강순주 할아버지를 만나 뵙고 왔는데 눈물이 날 정도로 울컥했다"며 "보상금 기부 결정에 눈물나도록 고마운 마음을 가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초대 함덕리장을 지내고 일제 강점기 조천만세운동을 주도했던 한백흥 지사의 손자인 한하용씨도 이날 자신의 몫으로 받은 4·3 국가보상금 375만원 전액을 4·3희생자유족회에 전달했다.

제주4·3희생자유족회 제주시지부회장을 지내기도 했던 한씨는 "4·3 해결을 계기로 제주가 평화와 인권의 성지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제주도와 4·3유족회가 그 역할을 하는 데 앞장서 주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날 보상금 전달식에 참여한 김홍수 제주4·3희생자유족회 제주시서부지회장 역시 향후 수령할 보상금을 기탁하겠다는 뜻을 유족회에 밝혔다.

한편 제주4·3희생자유족회는 희생자와 유족이 기탁한 보상금을 관리하기 위한 재단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다음 달 재단 설립 준비위원회를 구축하고 이르면 내년 1월 재단을 출범시킬 계획이다.
 

현대성 기자  cannon@jejuilbo.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