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발상이 거대한 '푸른 물결'로...지구 지키는 파수꾼
작은 발상이 거대한 '푸른 물결'로...지구 지키는 파수꾼
  • 김나영 기자
  • 승인 2022.11.16 1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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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제주인 9] 작은 것이 아름답다
지구별 약수터 전국화
어린이 함께하는 지구별키즈
폐부표 활용 담배꽁초 쓰레기통
일회용품 줄이기 등 지속성 강조
이경아 작은 것이 아름답다 대표가 최근 삼도2동 소재 작은 것이 아름답다 작업실에서 본지 인터뷰를 갖고 있다. 이 대표의 손에 든 것은 폐부표를 아름답게 꾸민 담배꽁초 쓰레기통 '바담깨비'다. 김나영 기자.

‘환경의 소중함을 일상에서 깨우치고 향유한다.’

환경단체 ‘작은 것이 아름답다(대표 이경아)’가 실천해온 지향점이다.

이들은 개인 컵을 가진 시민이 근처 가게에 들르면 무료로 물을 제공하는 ‘지구별 약수터’ 캠페인을 고안해 전국적으로 확산하는 데 성공했다.

또 주기적인 플로깅과 단계별 일회용품 줄이기 챌린지를 실시하고 있다.

최근에는 어린이‧청소년들과 함께 ‘바담깨비’ 프로젝트를 시행 중이다.

담배꽁초가 바다로 흘러들어 오염을 유발하지 않도록 하는 내용으로 시민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 ‘좋은 구상’ 넘어 ‘지구별약수터’ 전국화

‘작은 것이 아름답다’는 “평범한 사람들이 모여 세상에 우리 생각을 말하자”고 뜻을 모은 환경 강사와 생태교사, 언론인, 문화해설사, 문화 기획자, 여행 기획자 등 7명으로 시작해 현재는 20명 가량 회원이 활동 중이다.

회원들 모두가 직장인이어서 주로 밤에 모이는 등 시간을 틈틈이 쪼개 활동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이 일상 속에서 고안하고 실천해온 환경 캠페인은 수많은 시민들의 공감대를 이끌어내며 열띤 호응을 얻고 있다.

대표적으로 전국적으로 캠페인을 확대한 ‘지구별 약수터’가 있다.

2019년 제주시 원도심에 위치한 10곳 카페에서 시작된 지구별 약수터는 현재 전국에 가맹점 130여 곳을 두고 있다.

시민 또는 관광객이 생수병 대신 개인 물병을 지참하고 일명 ‘지구별 약수터’로 지정된 작은 가게를 방문하면 무료 식수를 제공하는 캠페인이다.

이 대표는 “카페 등 개인 사업장에서 낯선 이에게 자발적으로 물을 내주는 건 어떤 이에게는 쉬운 일이 아닐 수 있다. 이에 해당 사업은 처음 사업 심사 당시 ‘좋은 구상으로 끝날 수도 있다’는 의견을 듣기도 했다”며 “처음에 200곳은 돌았고, 이들의 생계 현장에서 무례하게 설득하기보다는 의지가 확고한 곳에 한해 지구별약수터로 등록해나가기 시작했다. 등록자 대부분이 환경 문제를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었고 동시에 이들이 사용하는 일회용품에 부담을 느끼는 분도 있었다”고 밝혔다.

현재 사업은 제주를 너머 전국으로 확장되고 있다.

이 대표는 “대전 사회혁신센터가 캠페인을 로컬화하고 싶다고 해 해당 지역에서 지구별 약수터를 운영 중이다. 제주에 여행 왔다가 캠페인을 자신의 가게에 도입하고 싶다며 가맹점으로 등록한 경상도, 경기도 일원 개인 가게도 6~8곳에 달한다”고 말했다.
 
▲고사리손으로 바꾸는 ‘흡연 에티켓’

‘작은 것이 아름답다’는 사업비의 상당 부분을 어린이에게 투자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2020년 시작한 ‘지구별키즈’ 활동이 있다.

이 대표는 “매년 도내 어린이 10명 정도씩 참여 중”이라며 “처음에는 조깅하며 쓰레기를 줍는 플로깅 활동 위주였지만 최근에는 단순히 쓰레기 줍는 활동을 넘어 자연을 배워보자는 취지로 도내 환경 전문가들을 초청해 환경 관련 독서 토론으로 캠페인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최근 이들 활동이 지역사회로부터 주목받기 시작한 건 폐부표를 알록달록한 담배꽁초 휴지통으로 만들어 설치하는 ‘바담깨비’ 캠페인을 진행하면서다.

“바담깨비는 지난해 여름 제주도자원봉사센터에서 여러 환경 단체를 모아 일회성 담배꽁초 캠페인 행사를 연 데서 출발했어요. 일회성으로만 끝내기 아쉬워 지구별 키즈 회원들에게 캠페인을 이어갈 것을 제안했더니 좋아했습니다. 시행착오 끝에 바다에 버려진 부표를 알록달록한 색깔로 꾸며 담배꽁초 휴지통인 바담깨비를 만들어 담배꽁초가 바다로 유입돼 미세플라스틱을 만들지 않도록 하는 캠페인을 시작했죠. 흡연문화 개선 메시지를 사회에 던지는 것입니다.”

현재 함덕과 용담 바닷가, GS25 편의점 10여 곳, 탑동 상가 10곳에 바담깨비가 설치돼 있고, 향후 이호테우와 애월에도 설치될 예정이다. 애월고 미술과 학생들도 참여 예정이다.

이 대표는 “처음에는 사업화가 아니라 제주도에서 지원받은 400만원 사업비로 20개 정도 설치하는 게 목표였는데 반응이 좋아 초과 달성했다”며 “담배꽁초 수거와 관리 모니터링이 가장 중요한데 이를 관리하고 쓰레기를 개인적으로 처리해줄 자원봉사자도 늘고 있다”고 전했다.

또 그는 “평소에는 아이들의 변화를 잘 느끼지 못하다가 학부모들로부터 아이들이 지구별 키즈 활동을 한 후 동네에 쓰레기가 있으면 줍고, 엄마가 쓰레기를 만들면 잔소리를 해 조심하게 된다고 말할 때 교육 효과를 실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도 페트병 절반은 외국 것

‘작은 것이 아름답다’는 주말마다 제주도 일원에서 플로깅을 전개하고, 매년 단계별 플라스틱 없이 살기 등 일회용품 줄이기 캠페인을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이 대표는 “시민도, 관에서도 똑같은 것을 반복하는 것을 싫어한다. 하지만 지속성이 캠페인에서 가장 중요하다. 환경 보호는 한번만 해서 이뤄지는 게 아니다”며 “플로깅을 하면서 가장 심각하게 느낀 건 바위 사이사이에 쓰레기가 정말 많다는 것이다. 마라도, 비양도, 우도 같은 부속섬은 더욱 심각한 상황이다. 우리나라에서 온 쓰레기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것도 해류를 타고 계속 올라온다. 우도에서 주운 페트병의 절반은 외국 것이었다”고 말했다.

“어지럽히는 사람, 피해보는 사람, 치우는 사람이 모두 다릅니다. 미래세대는 환경오염으로 더 힘든 상황으로 내몰릴 겁니다. 지금 알고 있는 많은 것들이 10~20년 안에 사라지겠죠. 사람들은 현재 위기란 것을 알면서도 여전히 남의 일로 인식하고 편리함을 포기하지 못합니다. 미래를 위해 일상에서 작지만 아름다운 실천이 필요한 때입니다. 더 이상 여유가 없습니다.”

김나영 기자  kny8069@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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