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3일 대사건 보상금을 받아 의연금을 마련하자
4월 3일 대사건 보상금을 받아 의연금을 마련하자
  • 뉴제주일보
  • 승인 2022.11.15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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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상수 전 성공회대 교수·논설위원

제주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의 정의에 의하면 ‘제주 4월 3일 대사건’(Jeju April Third Events)은 1947년 3월 1일에 일어난 관덕정 학살사건으로부터 1954년 9월 21일 한라산 금족령이 해제된 때까지 7년 7개월 동안 일어난 주민 희생사건을 뜻한다. 이번 11월부터 대한민국 정부는 이 ‘4월 3일 대사건’ 시기에 희생된 인사의 유족들에게 국가 보상금을 지급하기 시작했다. 매우 뜻이 깊고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왜냐하면 그 75년 동안 몸서리치도록 지긋지긋하게 겪은 수많은 공포와 불안, 억압과 충격이 낳은 신체적 피해와 심리적 외상, 재산 피해들이 너무나 깊고 컸었기 때문이다. 그 길고 끔찍한 시기에 미군정과 한국 군경은 불법 학살과 처형, 연행과 감금, 고문과 강제 소개, 마을 방화를 자행했고 지역 공동체를 여지없이 파괴했다. 그뿐만 아니라 유족들은 반복적, 의도적 차별과 배제를 떠올리는 일조차 또 다른 심리적 외상으로 고통을 되풀이해야 했다.

앞으로 3년간 시행될 ‘4월 3일 대사건’ 희생인사들에 대한 국가 보상은 국가의 잘못을 인정한다는 사죄의 반영이다. 엄밀하게 말한다면 국가는 민간인 학살이나 불법 연행, 고문, 감금 등 중대한 인권 침해를 인정했다는 뜻과 이 잘못된 행위에 대하여 국가 책임을 진다는 점에서 피해인사에게 피해회복 조치를 다해 주어야 한다. 실제로 정부 예산안 세목을 확인해 보면 피해보상뿐만이 아니라 피해배상금이라는 취지로 해석하고 있다. 죽은 이들을 되살려 낼 수는 없지만 매우 늦었더라도 대한민국 정부가 국가 이름으로 ‘4월 3일 대사건’ 희생인사들을 위한 국가 보상을 실시하는 일은 이행기 정의 확립에 관한 한 국내 최초의 사례이다. 국제적 기준으로 보아도 4월 3일 대사건 보상은 충분히 높게 평가를 받을 만한 획기적 조치를 실현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더욱 거룩한 시각으로 주목할 일은 ‘4월 3일 대사건’ 유족들 가운데 국가 보상금을 받아서 십시일반으로 미래기금을 마련하자는 분들이 나서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즉 유족들은 현재 세대의 복지와 안녕뿐만 아니라 미래세대의 교육과 연구, 공존과 치유를 위한 의연금(義捐金)을 내고 싶다는 뜻이다. 무엇보다 희생인사의 목숨 값을 허투루 쓸 수 없다는 갸륵한 뜻이기도 하다. 유족들이 나서서 4월 3일 대사건 의연금을 모아낼 수 있다면 너무나 아름다운 이야기를 남기게 될 것이다. 더욱이 물질주의에 찌들어 부모형제사이에서도 돈 때문에 집안싸움을 벌이며 눈꼴이 사나운 광경을 연출하는 이에게 뼈아픈 경종을 울릴 수도 있는 일이다.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게 무엇보다 사람 목숨이다. 그래서 “사람은 곧 하늘이다”라는 동학의 큰 말씀이 전해지기도 한다. 조국분단을 거부해 일어섰던 4월 3일 봉기의 큰 뜻도 찬찬히 들여다보면 사람목숨을 가장 소중히 여겼으며 제주사람들의 공동체를 지켜내려는 데 있다는 걸 잘 알 수 있다. 그러니 그런 위대한 뜻과 숭고한 인간존엄 가치를 실현하려다가 하늘과 같이 소중한 목숨을 읽었으니 이 어찌 통탄할 슬픔이 아니리요. 더욱이 이리도 저리도 피할 수 없는 모진 행로에서 제 운명을 다하지 못하고 스러져 간 이들의 희생에 대한 보상금을 의미심장한 일에 기부하려는 뜻 깊은 마음을 기꺼이 고맙게 받아들여야 할 일이다.

‘4월 3일 대사건’ 유족들이 받은 보상금에서 건네지는 기부는 유족들과 시민사회인사들로 구성된 공공기구에 의해 운영되어 투명성과 공공성을 견지해야 할 것이다. 현행법의 한계 때문에 희생인사로서 대접을 받지 못하는 유가족에게도 다소나마 위로가 될 수 있는 길을 만들어 내어 진정한 의미의 공존과 치유의 장을 우리 스스로 만들어내어야 마땅할 일이다. 황금을 돌같이 여기는 마음을 가질 때 금보다 더욱 가치가 있는 삶을 살아갈 여유를 누릴 수 있다 .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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