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제사 모시려 남의 집에서 읍소”…4·3에 꼬여버린 가족관계 비극
“어머니 제사 모시려 남의 집에서 읍소”…4·3에 꼬여버린 가족관계 비극
  • 현대성 기자
  • 승인 2022.11.15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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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후 아내가 아버지와 어머니를 함께 모시고 싶다는 얘기를 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장모님이 재가한 집을 찾아가서 어르신들에게 제사를 달라고 부탁을 드렸습니다.”

15일 열린 4·3 군사재판 수형인 18차 직권재심에서는 4·3의 광풍에 부모를 모두 잃어 친척 밑에 입적된 딸과 그의 남편의 사연이 법정을 숙연케 했다.

이날 재판을 방청한 고(故) 김평수씨의 조카사위 한유숙씨는 “장인어른이 아내를 낳은 직후 4·3에 희생되며 혼인신고도 못 했다”며 “그 사이 장모님은 재가해 아내는 갈 데 없는 신세가 돼 버렸다”고 말했다. 

한씨는 이어 “아내는 이후 친적의 호적에 올라 조카가 됐고 저도 조카사위가 됐다”라며 “아내는 어릴 적 학교 운동장도 한 번 못 가보고 농사만 지었고, 돌아가신 아버지 얼굴도 기억하지 못 한다”고 토로했다.

한씨는 “결혼 후 아내가 아버지와 어머니 제사를 함께 모시는 것이 소원이라고 해서 재가한 장모님 집을 수소문 끝에 찾아 부탁했고, 설득 끝에 제사를 함꼐 모실 수 있게 됐다”며 “누명을 벗게 돼 감사하다”고 말했다.

한편 제주지방법원 형사4-1부(재판장 장찬수 부장판사)는 이날 4·3 군사재판 수형인 고(故) 김응삼씨 등 30명에 대한 직권재심에서 피고인 모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지난 3월 29일 40명을 시작으로 이날까지 군법회의 수형인 490명이 무죄 선고를 받고 누명을 벗었다.

현대성 기자  cannon@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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