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공동체는 사업의 주체일까
마을공동체는 사업의 주체일까
  • 뉴제주일보
  • 승인 2022.11.13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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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근 칼럼니스트

마을사업 혹은 ‘Community Business’라는 이름으로 전국적으로 수없이 많은 마을사업이 시행 중이다. 이들 마을공동체는 사업의 주체일까 아니면 사업 대상일 뿐일까.

결과부터 이야기하자면 성공적으로 사업을 잘 영위하는 마을보다는 아무런 결과를 얻지 못 하고 텅 빈 건물들만 떠안은 경우가 훨씬 많은 듯하다. 

육지의 성공적인 마을을 다녀볼 기회가 생겼다. 코로나로 막혔던 기회를 다시 갖게 되니 한껏 기대감이 높다. 

경남의 한 마을을 찾아서 성공의 비결과 과정을 들었다. 워낙 척박했던 마을 땅을 잘 활용해 경관 좋기로 유명해졌고 지금은 유자청을 전국적으로 팔아 사업이 꽤나 번창하는 마을이었다. 

마을의 어려웠던 시절과 성공을 과정을 들으면서 참 힘들게 노력했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한 때 마을의 이장이셨던 분은 마을사업을 진행하는 법인의 대표로 사업 확장에 한창이셨고 아들까지 내려와 합류하고 공장도 증설하는 등 성공의 주역이 될 만한 과정을 밟고 계셨다.

대한민국에서 치즈로 가장 유명한 마을도 찾았다. 수십 년의 실패 경험을 벗어나 최고 성공 마을로 수많은 방문객을 맞고 있었지만 행정이 자금을 직접 투자해 테마파크를 만드는 바람에 많은 방문자를 빼앗겨 버린 황당한 상황을 슬기롭게 헤쳐나가는 중이었다.

두 마을은 공동체가 힘을 합쳐 오랜 노력 끝에 마을사업의 성공 사례를 일구어냈다는 점은 같았지만 마을의 사업 형태는 사뭇 달랐다.

농업회사법인을 중심으로 사업이 활성화된 첫 번째 마을은 어느 덧 마을 주민들의 참여보다는 가족회사로 발전의 방향을 잡았고 그 안에서 효율성을 찾았다. 물론 마을에 대해서는 매년 끊이지 않고 발전기금을 제공하는 선한 의지를 계속 보여주고 있었다.

두 번째 마을은 마을 운영위원회 단위로 직영하는 사업도 있지만 개인이 직접 사업을 운영토록 하고 그 사업에 마을이 자금을 투자하고 매출의 일부분을 마을기금으로 적립시키는 방법을 사용하고 있었다.

개인사업의 인센티브를 중시하되 지분구조에 참여하고 하드웨어나 투자를 통해 마을과의 연계성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 덕분인지 사업체마다 치즈마을이라는 단일 브랜드 하에 여러 사업체가 운영되고 있었다.

어느 마을이 공동체 사업의 성공 모델이라고 할지는 생각하기에 따라 다르다. 마을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사람들은 소수일 테고 성공하기 위해 사력을 다하다 보니 가족회사처럼 변할 수 있다.

혹은 공동체라는 인간관계만으로 수익을 얻을 수는 없으니 개별성을 인정하면서도 자금을 엮어 단일 브랜드를 유지하되 개인의 이익과 마을의 이익을 함께 도모할 수도 있다.

수익성을 공동체 조직과 결합시키면 마을이든 공동체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좋았던 관계가 산산이 부서지기도 하고 일부 사람들만 주도적으로 사업을 유지하거나 수익사업이 흐지부지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마을 주민들의 능력이나 의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

여전히 많은 마을이 마을사업을 하면서 공동체 관계도 좋아지고 수익사업도 번창하기를 바란다. 생각해보면 아이러니하다. 공동체는 비즈니스의 영역이 아니었는데 그 이름으로 사업을 하라고 한다.

마을이나 마을공동체가 사업의 주체가 되도록 하는 것이 맞는가. 마을공동체를 대상으로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진정 옳은 선택인가. 모든 사람에게 혜택이 돌아가도록 마을사업을 하면서 수익도 창출하겠다는 도전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주체가 되고 있는지 고민해볼 일이다.

공동체를 비즈니스에 결부시키지 않았던 시절이 훨씬 좋았다. 마을공동체가 스스로 주체가 되기보다 의지 있는 마을 사람들이 사업을 진행토록 하고 오히려 관계 활성화에 집중하는 것이 맞겠다는 생각이 든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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