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는 세계와 보이지 않는 세계
보이는 세계와 보이지 않는 세계
  • 뉴제주일보
  • 승인 2022.11.08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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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방울 고문헌 박사·논설위원

슬픈 일들의 연속이다. 

평상시에 드러나지 않던 우리의 속살들이 어느 순간 벌겋게 드러나고 있다. 떨어질 생각이 없는 꽃들이, 떨어져서는 안 되는 꽃들이, 무참히 떨어지고 있다.

겉모습은 화려해 보이나 속내는 검게 타들어 가고 있다. 어리석은 자들은 겉모습에 취할 것이고 지혜로운 자들은 드러나지 않은 속 모습에 놀랄 것이다.   

인간은 정보처리기계다. 보고 듣고 냄새 맡고 맛보고 느끼는 활동을 통해 우리는 세상을 인식하고 판단한다. 그리고 행동한다.

다양한 정보를 수집하고 처리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기관이 필요하다. 그것이 뇌다. 모든 정보는 뇌로 수렴되어 종합된다. 종합된 정보가 세상의 모습을 그려내면 뇌는 그것을 인식하고 판단한 후 실행명령을 내린다.  

이러한 과정이 원활히 돌아갈 때 우리는 이러한 과정의 존재를 잘 인식하지 못 한다. 당연히, 어찌 보면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일처럼 생각된다.

하지만 우리는 이러한 과정을 유지하는 데 우리가 섭취하는 대부분의 에너지를 소비한다. 자연스럽고 당연해 보이는 정보처리의 과정 위에서 우리는 일상의 삶을 영위한다. 

이것은 단지 개인 차원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사회도 마찬가지다.

개인적 차원에서 나는 독립된 생명체지만 사회적 차원에서는 하나의 세포다. 개인적 차원에서 나는 정보처리의 주체가 될 수 있지만 사회적 차원에서는 정보발산의 주체일 뿐이다.

수많은 개인들이 발산하는 정보들을 사회적 차원에서 수집하고 처리해야 한다. 그래서 정부를 중심으로 한 공공시스템이 필요한 것이다. 

이러한 공공시스템이 잘 작동할 때 우리는 그 존재를 잘 인지하지 못 한다. 공공시스템을 구축하고 유지하는데 우리 사회의 많은 에너지를 투입한다. 이것은 비용이 아니라 생존과 안전을 위한 필수다.

그리고 지속적인 투자와 보수가 필요하다. 쉼 없이 돌아가는 이 시스템이 언제 어디서 고장을 일으킬지 모른다. 이 시스템의 고장은 우리 사회의 파국이다.       

드러난 현상을 이해하기 위해 우리는 원인을 찾는다. 인과관계의 복잡한 고리들이 우리의 현실을 규정한다. 원인이 결과를 낳고 그 결과는 또 다른 원인이 된다. 이 사슬은 단선적이지 않다. 시작도 끝도 알 수 없는 수많은 인과관계의 고리가 사슬이 되어 우리를 옥죄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결과에 대한 원인을 찾아내고 분석해야 한다. 그래야 우리는 현상을 이해할 수 있다. 무시무종의 인과관계를 모두 밝혀내진 못 한다 할지라도 우리는 최대한 찾아내어 분석해야 한다. 

가까운 원인은 드러나기 쉬우나 먼 원인은 드러나기 어렵다. 우리 현실을 규정하는 더 큰 힘은 먼 원인에 깊이 감춰져 있음을 알아야 한다. 가까운 원인은 먼 원인의 결과였음도 알아야 한다. 그래서 우리는 드러난 인과관계 못지않게 드러나지 않은 인과관계에 주목해야 한다. 그것이 더 심각한 결과를 예방해줄 것이다. 

우주 전체의 질량 중 우리가 확인할 수 있는 질량은 겨우 4% 정도라고 한다. 나머지 96%는 암흑 물질과 암흑 에너지다. 

우리는 겨우 우주 질량의 4%만을 눈으로 보고 있는 셈이다. 96%는 과학적 측정과 분석을 통해서만 인식할 수 있다. 

보이지 않는 세계를 인식하기 위해서는 무당적 사고가 아니라 과학적 사고가 필요하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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