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형 자치모델에 대한 기대와 우려
제주형 자치모델에 대한 기대와 우려
  • 뉴제주일보
  • 승인 2022.11.07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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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문상 서귀포문인협회 사무국장

2005년 제주의 겨울은 4개 시군(市郡)을 폐지할 것인지, 주민투표를 앞두고 주민설명회장은 그야말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당시 기초자치단체에서 녹봉을 받아먹던 필자는 지방자치를 사수(?)하기 위해 안간힘을 쏟았으나 개표요건(당시 3분의 1)을 가까스로 넘겨 결국 이듬해 7월 제주특별자치도가 탄생되는 과정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당시 주민투표는 현행 기초자치를 유지할 것인지, 폐지할 것인지가 논점이었으므로 ‘현행 유지’ 또는 ‘현행 폐지’로 묻던지, 아니면 ‘가안’, ‘나안’으로 묻던지 해야 했지만 투표용지에는 ‘점진안’과 ‘혁신안’으로 물으면서 이 또한 논란이 많았었다.

우여곡절 끝에 출범된 제주특별자치도는 16년이 흐르면서 ▲제왕적 도지사의 고착 ▲행정시장의 극명한 한계 ▲산남·북(제주-서귀포) 간의 불균형 심화 ▲풀뿌리 민주주의 훼손 등 폐해가 끊이지 않았다.

이러한 논란이 거듭되면서 지난 우근민 도정과 원희룡 도정은 기초자치단체 부활을 선거공약으로 내걸었으나 재임 내내 도민 공론화 과정과 숱한 용역 비용만 남발하면서 공수표에 그치고 말았다.

민선 8기에 취임한 오영훈 도지사는 후보 시절 “임기 2년 이내 도민 숙의 과정을 끝내고 새 모델을 구축한 후 2026년부터 도민이 직접 기초자치단체의 장을 선출할 수 있도록 하겠다”라는 핵심 공약을 내건 바 있다.

특히 오 지사는 국회의원 시절 ‘제주자치도는 지방자치단체인 시와 군을 두지 아니한다’라는 제주특별법 제10조 제1항 삭제와 더불어 기초자치단체 설치 시 도의회 동의를 받아 행안부 장관에게 주민투표 실시를 요청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지방자치단체 설치 근거를 대표 발의하였던 저력을 지켜보았던 필자는 내심 쌍수를 들어주었다. 

그런데 최근 오 지사를 둘러싼 도내 언론 인터뷰 등을 종합해 보면 기대만큼이나 우려가 상당한 것도 사실이다.

첫째, 가칭 ‘제주형 자치모델’이라면서 자치단체의 다양한 모델을 제시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기관대립형’을 취해 왔는데 어느 자치단체에서도 전례가 없는 ‘기관통합형’을 들고 나와 과연 중앙정부를 어떻게 설득할 수 있을지 우려된다.

둘째, 기초 모델 도입 시 현행 45명의 도의원 정수를 대폭 줄임에 따라 상당수는 기초자치단체 시의원으로 신분을 하향하여 출마하여야 하는데 과연 의회에서 얼마만큼 찬성해 줄까도 의문시된다.

셋째, 오 지사는 ‘예시’라는 전제를 달기는 했으나 여러 채널을 통해 “제주형 기초자치단체는 5~6곳까지 생각해볼 수 있다”라고 했는데 이 또한 실현 가능성에 의문점을 아니 던질 수 없다. 행정구역 조정 문제, 청사 설치 문제, 공무원 정원 조정 등 너무 많은 쪼개기로 주민 대혼란이 초래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와 관련 지난 10월 전공노 제주본부, 제주주민자치연대 주최로 열린 ‘제주 기초자치단체 부활’ 토론회에서 제기된 동제주시, 서제주시, 서귀포시 3개 개편안이 가장 합리적이지 않나 싶다. 

어찌 되었든 최근 오 도정은 행정체제개편위원회를 꾸리고 본격적인 시동을 내걸었다. 민선 5기부터 숱한 회의와 여론조사, 연구 용역비가 남발되었지만 이번에 투입되는 15억원의 용역비만큼은 ‘빈 손’이 아니길 고대한다.

현행 주민투표는 개표요건도 4분의 1로 하향됐고 투표권 연령도 18세로 낮춰졌을 뿐만 아니라 주민소환투표 온라인 서명 청구제도도 도입돼 그만큼 제도 활용이 손쉬워졌다. 그렇다 하여도 주민투표는 관심도가 떨어질 뿐만 아니라 압도적 자기결정권 결과를 도출해 내지 못 할 경우 중앙정부 설득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그만큼 제주형 자치모델이 기대만큼 우려가 크다는 사실이다. 다음 지방선거에서는 시장을 직접 뽑을 수 있는 내 소중한 참정권을 되찾을 수 있기만을 학수고대할 뿐이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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