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인 도시’ 제주시
‘100세인 도시’ 제주시
  • 부영주 주필·편집인/부사장
  • 승인 2022.10.30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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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 후기 승려 일연(一然, 1206~1289)이 쓴 삼국유사(三國遺事)는 단군(檀君)의 나이를 1908세라고 기록하고 있다.

고려시대의 묘비(墓碑)들을 분석한 역사학계 논문들을 보면 고려시대 귀족은 평균 39.7세였고 임금은 42.3세다. 일연이 이 사서를 쓰던 시기. 우리나라 사람의 평균 나이는 이렇게 30~40초대 였는데, 그는 83세까지 살았다.

반면 서양사 연구자들에 의하면 고대 그리스인은 평균 수명이 28세였다. 15~18세기엔 프랑스인 평균 수명이 25세였고, 지금 가장 오래 산다는 일본인 평균수명도 30세 안팎이었다고 한다.

19세기 말까지만 해도 서구 유럽의 평균 수명은 37세에 불과했다.

그런 점을 볼 때 우리나라 사람들은 세계적으로 장수하는 민족이다.

▲특히 제주는 옛부터 노인성(星) ‘장수(長壽)의 고장’이다.

그런데 올해 9월 기준 행정안전부 통계를 보니 예나 지금이나 같다.

제주시에 ‘100세인(人)’(100세이상 노인)이 147명이 산다. 전국 기초자치단체중에 가장 많다. 그 다음으로 고양시 145명, 용인시 141명, 성남시 136명, 수원시 127명 순이다.

하지만 고양·용인·수원은 인구가 100만명 넘는 특례시라서 100세인이 많은 게 당연하다. 기초단체 중 5위인 수원 인구는 118만8234명이다. 제주시(49만3575명)의 2.4배이다.

그런데도 제주시가 100세인이 20명 더 많다. 제주시 인구의 0.03%, 수원시 인구의 0.01%가 100세인이다.

100세인은 전국적으로 7724명이고 여성이 6446명, 남성은 1278명이다. 여성이 남성의 5배에 달한다.

인구 비율로치면 100세인은 제주시가 더욱 더 최고다.

▲“오래 산다는 것은 많은 이를 먼저 보내는 것”(괴테)이라고 했지만 장수는 축복이다.

파스칼 브뤼크네르(Pascal Bruckner)은 이런 말을 한다. (‘아직 오지 않은 날들을 위하여-나이 듦의 새로운 태도’, 이세진 옮김)

수명의 연장으로 모든 사람은 운명으로부터 일종의 휴가증을 받았다. 의학은 강산이 한 번 바뀔 만큼의 시간을 우리에게 ‘덤’으로 주었다.

그러나 결국 까놓고 보면 이런 ‘덤’은 사기(詐欺)다. 의학 기술이 늘려준 것은 수명이 아니라 노년(老年)이다.

죽기 직전까지 우리를 쌩쌩한 30대, 40대의 외모와 건강 상태로 살게 해준다면 혹은 우리가 선택한 연령 대(帶)로 살아가게 해준다면, 모를까.

죽을 날만 기다린다면 그게 어디 수명 연장이냐고 한다. 나이를 먹되 마음을 늙지않게 지키고, 세상을 향한 욕구, 기쁨, 다음 세대에 대한 호기심을 버리지 않아야 한다고 했다.

▲ 정신의 시력은 신체의 시력이 떨어지기 시작해서야 비로소 예리해진다고 한다.

정신의 시력, 즉 경험치와 통찰력은 대개 나이가 들수록 두터워진다.

노망나고 정신 나간 노인도 많지만, 90과 100 고령에도 통찰력과 푸릇푸릇한 정신으로 우리를 깜짝 놀라게 하는 노인들도 있다

그런 100세인 김형석 교수는 100세를 살고보니 70~85세 때가 가장 행복했다고 말한다.

문제는 ‘노인’의 65세 법적 기준이다.

평균수명을 반영하지 못하는 국민연금법, 국민건강보험법, 노인복지법, 노인장기요양법, 고령자고용법(고용상 연령차별 금지 및 고령자 고용촉진에 관한 법률) 등….

법이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면서 ‘나이롱 노인’들만 배출했다. 젊은 인구는 줄고 노동력이 모자라는데, 더이상 ‘나이롱 노인’들이어선 곤란하다.

제주시는 ‘100세인 도시’다.

세계적인 100세인 도시 모델을 개발했으면 좋겠다.

부영주 주필·편집인/부사장  boo4960@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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