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한자어교육과 공연예술
한자, 한자어교육과 공연예술
  • 뉴제주일보
  • 승인 2022.10.30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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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진섭 문화예술연구소 함덕32 대표

한자(漢字)는 중국대륙에서 시작되어 동아시아를 중심으로 현재의 한국, 일본, 중국 등 한자문화권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는 표의문자이다.

현재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대부분의 단어는 한자어의 한글식 표기라고 할 수 있다.  한자어는 하나 또는 둘 이상의 한자가 결합되어 한국어로 사용되는 한국식 발음의 단어이다. 따라서 현재 우리가 쓰는 한자어는 우리말이라고 할 수 있다.

한자어의 특징은 글자 하나하나가 고유의 뜻을 내포하고 있다는 데에 있다. 가령 사무실(事務室)이라는 단어는 일이라는 ‘사(事)’와 힘 쓰다는 ‘무(務)’, 그리고 집이나 방을 뜻하는 ‘실(室)’이 결합되어 ‘일을 하는 곳’이라는 뜻이 된다.

또 방학(放學)을 예로 든다면 내치다 또는 놓다라는 뜻의 ‘방(放)’과 배우다는 뜻의 ‘학(學’)이 결합하여 일시적으로 학교나 배움에서 자유로워진다는 의미가 된다.

제주(濟州)에서 제(濟)가 건너다, 주(州)가 섬이라는 뜻을 알면 ‘제주’라는 지명의 의미가 좀 더 명확해진다.

같은 단어라도 모르고 쓰는 것과 알고 쓰는 것은 차이가 있다. 이처럼 단어의 개념을 이해하는데 한자어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하겠다. 

15세기 한글이 창제된 이후 한자어는 한글과 함께 서로의 단점을 보완하며 우리 언어생활의 중심이 되어왔다. 따라서 한자로 표기하든 한글로 표기하든 한자어를 떼어놓고는 언어 표현과 소통이 거의 불가능하게 되었다. 말하자면 한글과 한자는 마치 새의 양 날개처럼 서로를 보완해주는 관계에 있다고 할 수 있겠다.

필자는 한자어의 개념을 일상생활에서 어느 정도 이해하기 위해서라도 학교에서의 기초적인 한자교육과 더불어 부분적인 한자, 한글 병기(한글을 쓰고 그 옆에 한자를 괄호 안에 넣은 방식)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공연예술의 기본 개념을 이해하는데도 한자어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먼저 연극(演劇)을 예로 들면 연(演)은 펼치다, 극(劇)은 놀이를 뜻하므로 연극은 곧 가상의 놀이를 펼친다는 의미가 있다. 특히 극(劇)이라는 한자가 호랑이(虎)와 돼지(豕)가 칼싸움한다(刂)는 개별 한자의 합성어라는 점을 감안하면 ‘실재하지 않는 가상의 사건을 보여주는 행위’라는 유추적 해석이 가능하다. 그래서 우리는 가상의 드라마적 행위를 보여주는 공간(장소)을 극장(劇場)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예술의 본질이 제의적 행위와 관련 있다는 추론은 아름다움(美)에서 찾을 수 있다. 즉 예술의 핵심 요소를 아름다움으로 간주한다면 여기서 아름다움(美)은 동물의 양(羊)과 대(大)의 합성어이므로 제사의 희생물로 삼았던 튼실한 양에서 신성성과 함께 아름다움의 상징물을 추론해보게 되는 것이다. 

이 외에도 무용의 동작을 지도한다는 뜻의 안무(按-당기고 만지다, 舞-춤), 공연작품을 펼쳐낸다는 뜻의 연출(演-펼치다, 出-내놓다), 춤추고 공연하는 장소인 무대(舞-춤, 臺-쌓아올린 단)같은 것들은 모두 한자로 구성되어 있다.

물론 이들 중 일부는 외국어의 일본식 한자 번역용어이다. 이를테면 Drama, Theater, Art, Choreography, Direction, Stage 등의 단어들이 우리보다 먼저 서양 신문화를 받아들인 일본인들에 의해 한자 신조어로 만들어진 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단어 역시 중국의 한자에서 비롯되었다.

이처럼 한자, 한자어는 단어의 개념을 창의적으로 이해하고 조합하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 

한글만으로도 문장의 맥락을 이해하는데 별다른 어려움이 없다고 하지만 한자어의 이해 부족으로 발생하는 웃지 못 할 해프닝이 빈번하게 나타나고 있다. 특히 한자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 한 세대일수록 그 정도가 심하다.

한 웹툰 작가 사인회에서 ‘심심(甚深)한 사과(謝過)’라고 표현한 것을 두고 ‘맛없고 싱거운 사과’로 이해했다는 어처구니없는 이야기까지 들려온다. 학교에서의 한자교육 폐지가 학생들의 언어생활과 문해력 증진에 어떤 도움을 주었는지 반문하게 된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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