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제주도민회 체육대회에 대한 단상 
서울제주도민회 체육대회에 대한 단상 
  • 뉴제주일보
  • 승인 2022.10.25 19: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강태건 시인·문학박사

코로나 사태로 2년이나 연기되었던 서울제주도민회 체육대회가 열렸다. 서울에 사는 제주도민이 모처럼 한 자리에 모여 그동안의 회포를 푸는 기회가 되었다.

그동안 거동이 불편해서 바깥출입을 못 하셨던 분들도 모처럼 시간을 내셨다. 그분들과 얘기를 나누면서 제주도에 대한 애정과 고향을 떠난 뒤에 겪었던 고단함과 외로움을 알 수 있었다.

맨손으로 서울로 와서 밑바닥부터 온갖 고생을 하면서 지금 위치에 오르기까지 수많은 우여곡절들은 마치 드라마나 소설의 한 장면 같았다. 그분들의 삶 속에 4·3의 고통이 있었고 6·25전쟁과 그 이후 우리의 현대사가 녹아 있었다.

어쩌면 서울제주도민회의 역사는 그분들의 치열한 도전의 이력이며 고통과 인내, 그리고 성취의 과정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과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런 경험을 하신 분들이기에 서울제주도민회와 같은 모임이 필요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창립 정신이 지금까지 이어져, 그 이후 후배들과 후손들의 정신적 유대감을 만들어 주었을 것이다.

서울제주도민회뿐이 아니다. 서울제주도민회 신문을 위한 자료를 편집하다 보면 전 세계 여러 곳에서 활약하시는 제주도민들의 소식을 전해 듣게 된다. 세계 각 지역 제주도민이 진출해간 곳마다 제주도민회가 만들어져 있고 국내 각 지역에도 마찬가지이다. 그분들은 한 마음 한 뜻으로 뭉쳐 서로 격려하고 배려하면서 삶의 기틀을 다지고 그것을 바탕으로 고향 제주도의 발전을 위해 애쓰고 있었다. 

그분들에게 우리가 배울 것이 있다면 그것은 개척과 도전, 그리고 화합과 배려의 정신이다. 

지금처럼 제주도가 이상과 동경의 대상이 되어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한 것은 최근의 일이다. 그래서 부동산 값이 뛰는 바람에 늘그막에 고향으로 돌아갈 계획을 세웠던 분들마저 마음을 접을 수밖에 없게 되었다는 안타까운 소리도 들었다.

하지만 서울제주도민회의 기틀을 다진 분들이 제주도를 떠나던 시기에는 아주 가난한 섬지역일 뿐이었다. 그곳을 떠나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성공의 발판을 마련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겠는가. 그것에 과감히 도전하고 시련을 헤쳐나간 사람들이 만든 모임이 세계 각 지역의 제주도민회이다. 

지금은 제주도가 고향이라고 하면 다들 부러워한다. 예전에는 ‘사람은 나면 서울로 보내고 말은 제주도로 보낸다’고 했지만, 지금은 그 반대가 된 지 오래다. 제주도의 위상이 이렇게 달라진 것은 제주도에 계신 분들과 제주도외에 계신 분들이 한 마음 한 뜻으로 어우러져 ’느영나영 모다들엉 혼디 가자‘는 정신이 구현된 결과이다.

따지고 보면 다른 지역 사람들은 이해 못 할 문화가 제주도문화이다. 관혼상제뿐만 아니라 조그만 가정풍습까지 너무나 색다르다고 한다. 그래서 처음에 제주도를 방문한 사람들은 어리둥절하게 마련이었다. 언어가 그렇고 독특한 자연경관과 음식문화 및 생활문화에 이르기까지 이해가 되지 않는 점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제주도문화를 그냥 변방의 문화라고 과소평가하는 경우도 많았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오히려 제주도문화가 지니고 있는 긍정적인 측면이 부각이 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제주도문화가 예전에는 홀대받았었지만, 오히려 신기하게도 현대의 트렌드에 맞는 사례가 많기 때문이고 다른 문화를 포용하고 배려하며 함께 어우러지는 문화가 제주인의 마음 속에 각인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제주도의 위상이 점점 높아지고 있는 것은 제주도민의 노력과 함께 전국을 넘어 전 세계 각지에 진출하여 활동하고 있는 제주도민회의 역할이 크다고 생각한다. 비록 제주도를 떠나 있지만, 제주인의 정체성을 잃지 않고 존중받는 제주인으로서의 삶을 살고 있는 분들에게 큰 감동을 받았다. 이제는 변방에서 벗어나 세계 문화의 주류가 될 수 있는 제주인의 힘이 느껴지는 하루였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