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 따라 올레나 오름을 다니면서 자연에 순응하는 법을 익혔다. 이제야 뼛속까지 군인이었던 30여 년의 흔적들이 하나둘 지워지기 시작했다.”
대한민국 영해 수호를 앞장섰던 한 예비역 해군 제독의 게으른 제주살이가 책으로 나왔다.
신정호 예비역 해군 준장이 최근 펴낸 산문집 ‘간세의 삶을 그리다’다.
‘간세’는 제주도 사투리로, ‘게으름’이라는 뜻이다.
저자는 3년 전 주변 사람들의 걱정을 뒤로하고 새로운 고향을 만든다는 마음으로 제주살이를 시작했다.
30여 년의 군 생활 동안 잦은 근무지 이동과 이사로 마음 편히 정착할 곳이 없었던 그는 현역에서 은퇴한 후 제주 한림에 터를 잡고 제2의 인생을 시작하게 됐다.
평생 군인으로 살아온 세상과 평범한 촌부로 살아가는 세상은 큰 차이가 있었다.
하지만 그는 스스로 생각을 바꾸고 낯선 이웃들과 사귀면서 비로소 고향과 같은 따뜻한 정을 느낀다.
제주에 정착한 후 사계절이 지나고 그는 틈틈이 기록해 뒀던 이야기를 모아 산문집으로 발간하게 됐다.
저자는 지난 3년 간의 제주에서 좌충우돌하면서 하루하루를 이어온 시기를 ‘낯선 이방인의 서투른 삶‘ 그 자체였다고 고백한다.
하지만 그는 이곳 생활에 어느 정도 익숙해질 무렵 깨닫게 된 트멍(틈새)이 주는 삶의 풍요의 소중함을 글로 써내려갔다.
김나영 기자 kny8069@jejuilbo.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