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위 34도 17분 32초
북위 34도 17분 32초
  • 뉴제주일보
  • 승인 2022.10.13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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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진주 광주광역시 서부교육지원청 전문상담순회교사

남도 여행의 즐거움은 지역에서 나는 재료로 맛있는 음식을 먹고 좋은 사람들과 함께 추억 남기기이다. 오늘은 한반도의 시작, 땅끝 마을에 왔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우선 싱싱한 해산물로 배를 채운다. 멍게, 해삼, 전복을 한상차림 회로 먹고 구워서 먹고 물회로 먹었다. 남도의 인심은 차고 넘친다. 전복을 실컷 먹고 남을 정도로 배가 부르다. 

배를 채우니 천혜 자연이 우리를 기다린다. 북위 34도 17분 32초는 땅끝 탑이다. 서울까지 천리, 함경북도 온성군과는 삼천리 거리다. 땅끝은 삼천리 금수강산의 시작점으로 희망을 상징하는 곳이다.

남편은 110년 전 일제에 의해 제작된 지적도면의 경계와 실제 현황이 불일치한 지적도면의 등록사항을 지적재조사 사업을 통해 바로잡고 국토정보를 디지털화하는 일을 하고 있다. 땅끝 마을을 시작으로 강원도 고성까지 이뤄지는 전국에서 가장 큰 규모의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남편이 열정적으로 일하는 사업의 시작점 표시를 보니 의미가 남다르다. 제11호 태풍 ‘힌남도’가 오고 있다는 땅끝 바닷가에 바람은 만만하지가 않다. 그래도 기념사진은 필수이다.

갈두산(156m) 사자봉 정상에 있는 땅끝 전망대는 타오르는 횃불을 형상화한 모습으로 우리 국토의 땅끝에 있어 한반도의 기를 받는 희망봉이 되고 있다.

넓게 펼쳐진 다도해 전경은 물론 맑은 날에는 제주 한라산까지 보인다고 한다. 아쉽게도 오늘은 태풍 예고로 앞이 흐려 한라산은 볼 수 없지만 인생 컷 사진을 남기느라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땅끝 마을 갈두산 선착장 앞에 맴섬은 형제처럼 나란히 서 있는데 일 년 중 2월과 10월에 해가 떠오른다. 그 일출이 장관이어서 관광객과 사진가들이 모여든다. 아름다운 곳에서 사진으로 추억을 남긴다.

모노레일을 타고 해안 절경과 쪽빛 바다의 아름다움을 볼 수 있어서 더없이 즐겁다. 전망대에서 돌을 던지고 소원을 빌면 모두 이뤄진다는 이야기가 있다. 언젠가 함경북도 땅끝도 밟아보고 싶다고 소원을 빌었다.

남편은 예술적 감성이 풍부하고 같은 사진을 찍어도 작가의 감수성이 묻어난다. 오늘 달마산 도솔암은 작품사진으로는 손색이 없는 경관들이다. 미황사의 열두 암자 중에 하나로 통일 신라 말 당대의 고승 의상대사가 세운 암자다.

도솔암은 앉은 자리도 예사롭지 않지만 주변의 경관과 법당이 절묘하게 아름답다. 도솔암 가는 길목에 암석과 어울리는 천혜 바다는 자연경관에서 최고의 추억을 남기는 작품이 됐다.

둘째 날, 두륜산 케이블카를 탔다. 고산 윤선도의 녹우당, 우항리 공룡화석지, 우수영 명량 대첩지, 땅끝마을 등을 연계하는 관광지다. 케이블카에서 내려 목재 산책로(286개) 계단을 통해 10분가량 두륜산 고계봉에 있는 전망대에 오르는 동안 글귀들이 여행객의 마음을 만져준다. 현대인의 삶 속에서 느끼던 스트레스가 모두 날아간다. 정서적인 공감대를 느끼며 글귀를 마음 밭에 새긴다. 큰소리로 읽기만 해도 누구나 시인이 된다.

전망대에서는 영암 월출산, 강진 주작산, 광주 무등산 등의 주변 명산들과 강진, 완도, 진도 등 아름다운 다도해 삼면을 볼 수 있고 청명한 날에는 육안으로 한라산을 볼 수도 있다. 오늘은 태풍 힌남도로 안개 덮인 전망로를 보는 것으로 아쉬운 마음을 달래본다.

마지막으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록된 대흥사를 돌아보며 신사, 한국의 산지 승원으로 등재된 천 년 고찰을 돌아본다. 대흥사 일지암에 기거하면서 우리의 차를 정립한 초의 스님과 임진왜란 때 승병을 일으킨 서산대사를 모신 표충사(사액사당)로 인해 대흥사는 차와 충을 상징하는 우리나라 대표 사찰이다.

가까이 자라는 두 나무가 서로 만나 합쳐지는 현상을 연리(連理)라고 하는데 오랜 세월 함께하며 햇빛을 향해 바람을 따라 서로 부대끼고 겹쳐져 하나가 되는 것이다. 뿌리가 만나면 연리근, 줄기가 만나면 연리목, 가지가 하나 되면 연리지라고 한다.

이렇게 둘이 하나가 된다는 뜻으로 각각 부모의 사랑, 연인의 사랑에 비유돼 사랑 나무로 불린다. 대흥사에는 연리근 나무가 자리하고 있다. 사랑나무 아래에서 아름다운 연인으로 한 컷 남긴다. 감동 있는 땅끝 마을의 추억이다.

뉴제주일보  cjnews@jejuil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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